밀리터리 [국군의 날] 훈련소에서 월드컵 본 썰.

약 17년전의 일이다 보니 기억이 가물 가물 합니다.

저는 02군번으로 파주에서 근무했었습니다.

한창 2002 월드컵으로 뜨거운 여름, 광화문에서 8강에서의 짜릿한 승리를 보고,

이제는 사라진 306보충대에서 4강을, 3,4위 결정전은 25사단 신교대에서 보고 응원했습니다.

306 보충대에서는 대강당에서 모아놓고 프로젝터를 이용하여 화면을 제공했고 기간병들이 응원단이 되어 응원을 유도하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날은 입대일이라 분위기가 굉장히 고무되어 있었고 축구를 좋아하던 저 역시 우울한 상태였습니다.

그저 축구만 보여줘도 볼까 말까인대... 응원을 강요하고 하지 않을 경우 화면을 꺼버리는 등 지져분한 진행을 이어 갔고 결국 4강전 패배로 분위기는 암흑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몇 일후 사단 버스를 타고 25사단 신교대에 입소했습니다. 내무반 동기 중 필리핀에서 장기간 체류 중 입대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한국어를 구사하는대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문법을 틀리거나 다나까를 못쓰는 등의 문제였죠. 동기들간의 대화에서는 문제가 없었는대 조교와의 대화간에 문제가 자주 발생하여 조교에가 잦은 얼차려를 받고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결정적인 그 일은 3,4위 결정전에 벌어졌습니다.

보충대와는 다르게 신교대에서는 내무실에서 축구를 시청할 수 있었고, 각잡고 앉은 상태로 감상해야 해서 편하지는 않았지만 응원을 강요하지 않아 모두 조용히 축구를 감상했습니다.

TV위치를 기억이 나지 앉지만 가운대 통로 중간에 소대장이 의자를 가져다 놓고 앉아 있었고 훈련병들은 양쪽 침상에 3열로 맞춰 앉아있었습니다. 터키와의 3,4위 전은 정말 허무하리만치 무너져 갔습니다. 전반전이 끝나 갈 쯔음 필리핀에서 온 그 친구가 소대장에게 말을 걸였습니다.

"아저씨 지금 몇시예요?"

그러자 소대장은 몹시 화를 냈습니다. 그리고는 TV를 끄게 하고 저희는 얼차려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는 소대장에게 끌려 나갔습니다. 그건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 같았습니다. ㅜㅜ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굉장히 험한꼴을 당했던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는 그가 왜 그것을 소대장에게 물어봤는지는 모릅니다. 다만 그 친구는 그 날 이후로 말을 많이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저의 2002월드컵은 끝이 났습니다.

2002년 월드컵에 연평해전까지 훈련소에서 별의별 일이 다 있었습니다.

기억이 가물 가물한 관계로 길게 쓰지 못하는점 양해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