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괴담/공포 [reddit] 내 친구가 연락이 안돼 (5)

 

“Cas”가 자기 진짜 이름이 Alex라고 너네한테 말해달래.

내 진짜 이름이 Jessica인걸 너네가 알아도 상관없다고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얘도 상관 안 한대.

자기 가명을 Castiel에서 따온 걸 별로 맘에 안 들어하는듯ㅋㅋ 뭐 나는 좋아.

지금까지 내가 말했던 모든 이름들을 수퍼내추럴에서 따와서 얘기하는 건 솔직히 나 혼자 무슨 팬픽이라도 느낌이었으니까.

 

다시 돌아와서 너희가 달아준 모든 댓글들을 살펴봤어. 

진짜 진짜 너무 도움이 많이 됐어. 

다시 한번 정말 고마워. 

나랑 Alex가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해 줘서.

 

너네 중 대부분이 저번에 내가 올렸던 사진 중에 두번째 거가 시카고에 있는 무슨 조형물 같은 거라고 그러더라고? 

이름이 Bean이라고 그랬나? 하여튼 나는 전혀 본 적이 없어. 

저번 주에 Lisa가 시카고로 휴가를 갔다오기는 했는데… 뭐 잘 모르겠어.

 

누가 그러던데 저번에 올렸던 첫번째 사진은 아마 철물점 비슷한 데 같다고 하더라. 

나도 Alex도 Dean이 철물점 하는 사람을 알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차라리 철물점 같은 데였으면 좀 안심이 될 것 같아.

 

어쨌든 본론으로 들어가자. Alex랑 나는 오후 한 시쯤 해서 Dean네 아파트 앞에서 만났어.

Alex가 내가 올린 포스팅들을 한 세 번쯤 읽어봤다고 하더라고.

너네도 계속해서 나한테 물어봤던 것 처럼 얘도 나한테 거듭거듭 이게 진짜냐고, 낚시 아니냐고 계속 물어봤어. 

난 계속 얘한테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영 아닌 것 같다고 말했지. 

아파트 안에 뭔가 위험한 게 있으면 어떡하냐고.

 

Alex는 그냥 코웃음치고 넘겨버렸어. 

만약 저기 누군가가 있었으면 내가 거기 15분 넘게 있는 동안 몰랐을 리가 없다는거지. 

난 그게 꽤 설득력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음. 

내가 진짜 다 뒤져보고 옷장 속까지 뒤져봤었잖아. 

거기 안에는 진짜 다른 숨을 만한 데가 없었어. 

침대랑 소파 밑은 너무 낮아서 사람이 들어갈 수가 없었고. 

내가 뭐 어떤 사람이 테이블 밑에 웅크리고 있는데 눈치 못 채고 지나갔을 리도 없단 말이야.

 

우리는 제일 먼저 Dean이랑 얘 여친 Lisa가 집에 있는지부터 살펴보기로 했어. 

난 별로 기대가 안 됐는데 Alex는 그래도 확인하고 싶어 하더라고. 

그렇다고 얘를 또 안에 혼자 들여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아, 인정할게.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거기 들어가서 다시 한번 체크해보고 싶었어. 

내가 저번에 갔을 때 뭔가 중요한 걸 놓치고 왔다는 느낌을 받았거든.

 

알렉스가 아파트 인터폰에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있는 동안

 (얘가 몇 달 전에 Dean네 고양이를 봐주기로 한 적이 있어서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대) 삼층 창문을 올려다봤어. 

소름 돋게 블라인드가 내려져 있는거임. 

그 까만색이랑 회색이랑 섞인 것 같은 그 블라인드. 분명 나올 때 내가 올려 놓고 나왔었는데. 

분명 누가 안에 들어간 적이 있는거지.

 

이번에는 건물이 딱 들어가자마자 닭살이 막 돋는거야. 

그냥 기분 탓이 큰 것 같긴 하지만. 

우리는 조용히 삼 층으로 올라갔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까 바로 뭐가 변했는지 딱 알겠더라. 

뭐라고 설명해야되지.. 

그냥 내가 Dean네 집 안으로 들어갔을 때 느꼈던 그 분위기가 층 전체로 퍼졌다고 해야되나?

 

복도에 불이 들어오는 데가 별로 없었어. 

거의 대부분 꺼져 있었고 코너 부분이나 문 주변 같은 데는 특히 엄청 어두웠어. 

천장 근처에 벽 쪽에서는 무슨 곰팡이 같은 게 자라는 것 같더라고. 

잘 안보여서 확인은 못했는데 하여튼 그런 것 같았어. 

까맣고 무슨 혈관 같이 생긴 게 천장에서 바닥 쪽으로 점점 자라는 것 같은 느낌? 

저번에 왔을 때는 분명 이런 게 없었거든.

 

그제서야 우리가 무슨 연장이나 무기 같은 걸 안 가져왔다는 게 생각났어. 

심지어 엄마 네서 빌려온 그 소금도 존나 안 갖고온거지. 

Alex는 삼층 복도를 쭉 둘러보고 있었는데 내가 무기를 안 가져와서 어떡하냐고 얘한테 말했어. 

얘 지금 내가 폰으로 레딧에 타이핑 하고 있는 걸 어깨 너머로 보고 있는데 너네한테 자기 절대 안 무섭다고 꼭 말해달래.

 

얘는 안무서울지 몰라도 난 지금 무서워 죽겠어.

 Alex가 군용 나이프를 꺼냈을 때도 전혀 안심이 안 됐다고. 

그건 쇠도 아니라서 귀신한테 전혀 효과가 없단 말이야.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Dean이 나한테 진짜 초자연적인 현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게 아니라고 말했었잖아. 

그러면 쇠나 소금 같은 게 전혀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된다는 말 아닌가? 

어쨌든 난 지금 여기 와 있으니까 뭐 어쩌겠어.

 

Dean네 집은 여전히 안 잠겨 있었고 문패도 없어진 그대로였어. 

내가 복도를 쭉 둘러봤는데 다른 집도 문패가 없어진 데가 몇 군데 생겼어. 

근데 이건 그냥 상식적으로 설명이 되는 부분일 수도 있는게 

그냥 아파트 매니저가 문패를 새로 갈려고 그러는 걸 수도 있으니까.

덜덜 떨면서 문을 열었어.

안에 진짜 어두웠어. 엄청. 

거기서 작동이 되는 전등은 아파트 복도 불이었는데 그건 너무 희미하고 어두워서 안이 하나도 안보였어. 

Alex랑 나는 핸드폰 불빛을 이용해서 안을 좀 둘러보기로 했어.

 

안에를 보니까 이건 무슨 곰팡이 천지더라. 

온 사방 벽에 거미줄마냥 곰팡이가 빼곡했고 벽에는 심지어 막 금이 가고 있는거야. 

곰팡이가 이렇게 빨리 자랄 수가 있나? 

저번에 왔을 때는 진짜 이런 거 하나도 없었단 말이야. 

근데 며칠 사이에 진짜 천지사방에 곰팡이가 창궐하고 있는거임.

저번에 말했던 그 누가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은 그 느낌이 다시 들었어. 

뒤를 돌 때마다 누가 나를 주시하고 있는 것 같은 시선을 느꼈어. 

Alex한테 말했더니 그냥 어깨 한번 으쓱하고 말더라고..

 

우리는 천천히, 조용히 탐색을 시작했어. 

꼭 같이 붙어다니면서 절대 방심하지 말기로 했지. 

블라인드를 다시 올렸는데 워낙 흐린 날이었어서 이 소름 돋는 공기를 전혀 완화시켜주지를 못했어.

 

Dean의 컴퓨터를 확인해봤는데 지난 4일 동안 아무런 활동이 없었어. 

부엌에서는 엄청 뭐 썩는 냄새가 나고. 냄새의 진원지는 쓰레기 캔 더미인 것 같았는데 별로 뒤져보고 싶지는 않았어.

 

저번에 왔을 때랑 거실에서 유일하게 달라진 건 (물론 곰팡이 빼고) 

모든 사진 액자들이 바닥에 떨어져서 유리가 다 깨져있다는 거? 

거의 대부분이 Dean이랑 여친 사진이었는데 몇몇 사진은 심지어 반으로 찢어져 있더라고. 

개무서웠어 진짜. 어지간히 화난 상태가 아니면 이렇게 해 놓을 수가 없을텐데. 

난 갑자기 여기에 주거 무단침입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Alex는 우리는 경찰이니까 머리에 손 올리고 빨리 숨어있는 데서 나오라고 목소리 깔고 막 소리질렀어.

 

아무런 반응도 없었어. 

우리는 복도 붙박이장이랑 화장실을 살펴본 다음에 Dean의 침실로 갔지.

여기가 곰팡이가 진짜 제일 심했어. 

공기 중에서 그 곰팡이 포자 냄새가 막 나는거야. 

냄새가 너무 심해서 손으로 입을 막았어. 곰팡이 냄새 개싫음.

침대는 저번에 왔을 때랑 똑같이 딱 정리되어있었어. 

누가 건드린 것 같지가 않았어. 엄청 어두웠는데, 블라인드를 올리려면 침대 위로 올라가야 돼서 절대 그러기가 싫더라. 

불은 안 들어왔고.

 

그냥 별 의미 없이 거울을 봤는데 진짜 놀라 자빠질 뻔. 

거울이 엄청 깨져서 내 모습이 막 뒤틀려 보였거든. 꼭 누가 주먹으로 확 내려친 것 마냥.

내가 거울을 보고 있는 동안 Alex가 침대 위에서 뭘 주워서 나한테 보여줬어. 

조그만 공책 같은 거였는데 그냥 Barnes and Noble (역자 주: 우리나라의 교보문고 같은 대형 서점 체인)같은 데서 살 수 있는 그런 흔한거였어. 

대부분의 페이지는 거의 깨끗했는데 앞에 몇 장인가가 찢어져서 없더라고. 

거기 쓰여져 있는 건 무슨 언어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영어는 절대 아니었음. 

내가 아는 문자가 아니었어. 

사진 찍어서 시간 날 때 올릴게.

 

그러고 나서 Alex랑 나는 이제 가기로 했어. 

Dean네 방의 공기는 진짜 숨이 턱턱 막혔어. 

그 흙이 썩는 그런 축축한 냄새가 공기 중에 가득했으니까. 

우리는 거실로 돌아와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쭉 돌아보기로 했지. 

Alex는 몸을 굽혀서 깨진 액자틀을 살펴보고 있었어.

 

난 복도에 서있었는데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거야. 정확히 폰 진동 소리였어. 

난 뒤를 돌아서 핸드폰 불빛을 현관 쪽으로 비추고 가만히 소리를 들어봤어. 

진동이 멈췄어. 

난 재빨리 Dean의 폰으로 전화를 걸어봤지.

 

진동이 다시 울렸어. 

Dean의 방 쪽. 방을 살펴볼 때는 분명 폰 같은 건 없었거든? 

전화가 끊기기 전에 빨리 찾을려고 Alex한테 나 따라오라고 손짓하고 Dean의 방으로 다시 달려갔어.

 

얼마 안 돼서 진동이 어디서 나는지 알 수 있었어. 

망할 침대 아래였음. 

절대 밑을 보고 싶지 않았지만 천천히 몸을 굽히고 밑에를 봤지. 

내가 전에도 말했듯이 침대 밑은 진짜 낮았거든. 

바닥이랑 거의 3인치 정도밖에 안 떨어져 있단 말이야. 

내가 침대 밑을 볼 수 있게 충분히 몸을 굽히기도 전에 밑에서 뭔가가 내 쪽으로 후다닥 뛰쳐나왔어.

 

난 진짜 소스라치게 놀랐어. 

뭔가가 침대 밑에 카페트를 가로질러서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고. 

몸을 질질 끌면서. 

난 거의 튕겨나와서 방 밖으로 뛰쳐나갔어. 

딱 한번 내 어깨 너머로 뒤를 돌아봤고, 바로 후회했어.

 

내가 뒤를 돌아본 그 찰나의 순간에 그 ‘무언가’가 다시 침대 밑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어. 

내가 접근하니까 갑자기 툭 튀어나와서는 다시 후퇴하는 것 마냥. 

뭔가 창백하고 하얗게 번들거리는 길고 앙상한… 뭔가 팔뚝? 같은거였어. 

진짜 말도 안되지. 거기 들어갈 수 있는 인간은 세상에 없단 말이야.

 

하여튼 진짜 0.5초 돌아본 것 뿐이었지만 나를 진짜 공포에 질리게 만들기에는 너무나도 충분했지. 

난 진짜 빛의 속도로 아파트를 빠져나왔고 Alex가 나를 따라잡았을 때에는 거의 계단을 반 이상 내려온 후였어.

 

그게 대체 뭐였는지 감도 안잡혀. 

하지만 진짜 절대 잊을 수 없는 광경이었어. 

그게 움직이는 모습은 진짜… 엄청 빠른데 막 삐걱삐걱거리는 그런 느낌? 고양이는 절대 아니었어. 

뭐 다른 동물일 수는 있지만 절대 고양이는 아님. 털이 없었다니까? 그냥 희여멀건한 살덩어리였어.

Alex가 우리 집에서 자고 가기로 했어. 

우리 둘 다 혼자 있기는 싫었거든. 

나 진짜 이거 그만하고 싶다.

씨발. 내가 지금 이거 쓰고 있는 동안 Dean한테 문자왔어. 

한 이 초쯤 전에. 뭐라고 왔는지는 말 안해도 알겠지.

 

“이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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