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괴담/공포 [reddit] 일어나보니까 시카고인데, 아무 기억이 안나 (2)

이게 너희한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내가 좀 과소평가한 거 같애. 

너희한테 진짜 고맙다고 말하고싶어. 

너희 덕분에 그래도 좀 덜 외롭다는 느낌이 든다. 

적어도 누군가는 날 신경 써주고 있다는 거잖아. 

모두 정말 고마워. 

 

여튼, 다시 한번 말하자면 내 친구 Jess가 nosleep에 이상한 포스팅을 시리즈로 올렸었어. 

내가 기억을 잃고 (그리고 실종됐지) 난 다음 얼마 안 있어서. 

그 포스팅에서 내 이름은 Dean이었고(내 진짜 이름은 Alan이야) 

사라졌던 내 또 다른 친구 Elizabeth는 Samantha라고 되어 있었어. 

마지막 포스팅은 대충 나랑 Liz를 잡고 있었던? 생물체? 크리쳐? 그게 뭐든간에… 

그게 이젠 Jess랑 Alex를 사로잡은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면서 끝나.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는 내 여자친구 Lisa랑 내 친구 Jess랑 Alex가 사라진 상태야. 

 

Liz가 어제 나한테 전화했었어. 존나 진짜 겁나 다행이지. 

얘랑 전화 통화했었는데 좀 떨고 있었던 거 빼고는 괜찮아 보였어.

얘도 나처럼 알 수 없는 이유로 며칠 동안의 기억이 없는데, 나보다는 좀 먼저 일어난 거 같아. 

일어나고 나서는 계속해서 나랑 연락을 시도했었고. 얘는 지금 우리 마을에 있어. 

보니까 얘는 자기 아파트 지하실에서 정신이 든 거 같앴어. 

지금은 곰팡이 때문에 아파트가 텅 비어 있는 상태고 그건 우리 아파트도 마찬가지야. 

이 곰팡이 아무래도 전염성인 것 같아. 

 

어제 밤이랑 오늘 내내 Jess가 올린 글이랑 댓글들 읽느라고 시간 다 보냈어. 

진짜 말이 안나오더라. 지금은 다 읽고 난 상태라서 너네가 알고 있는 건 나도 다 알게 됐어. 

그래도 이게 초자연적인 뭐시깽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래. 

나도 이 모든 상황들이 좀 이상하다는 데에는 동의하는데, 

분명 이것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거야. 

그 곰팡이며, 환풍구에 있었다는 그 사람이며, 

Alex가 이상하게 군 거며, 그 문자, 모두가 사라지는 것까지. 

모르지 뭐 이게 약물중독 때문이라거나 정부의 음모라거나 뭐 그런 걸 수는 있어도

이게 뭐 너희가 생각하는 몬스터 같은 건 절대 아닐거야.

 

일단, Jess가 말했던 그 노트 있잖아. 그거 진짜 별 거 아냐. 

그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랑 상관이 있다고는 별로 생각 안해. 

 

Lisa는 Wiccan (역자 주: 마술과 주술을 믿는 위칸 교, 그리고 그 신자) 이었어. 

진지한 건 아니고 그냥 취미 삼아 하는 정도? 

얘는 아직도 마술적인 의식이라던가 유령 소환이라던가 이런 걸 믿는 사람이야. 

우리는 그때 그냥 던전 앤 드래곤 같은데 나오는

천사랑 악마 같은 컨셉을 우리끼리 만들면서 시간 때우고 놀고 있는 중이었어. 

 

Lisa가 옛날에 고등학교 때부터 썼던

Book of Shadows (역자 주: Wiccan들이 주문 같은 걸 쓰는, 아무것도 안 쓰여 있는 책)를 꺼내서

앞에 페이지를 다 찢어서 버리고 인터넷에서

에녹 어 (역자 주: 검색해보니까 천사들의 언어? 라고 나오는데 잘 모르겠네요..) 를 찾아서 검색하기 시작했지. 

그리고 그 책에다가 그냥 장난으로 악마 소환 주문 같은 걸 써놓은 거야. 

 

에녹 어로. 그냥 뭐 “우리는 너를 소환한다, 우리는 너를 환영한다, 우리는 너를 불러낸다” 뭐 이딴 내용이었어. 

너네가 댓글로 달아논 거 보니까 우리가 에녹 어를 그렇게 잘 써논 것 같지는 않네. 

근데 어쩔 수 없는게 그냥 한 오분 검색하고 대충 갈겨 써논 거니까 당연하지. 

그러고 나서는 진짜 소환 의식을 해보자는거야. 재밌지 않겠냐며. 

이거 하기 전에 우리가 공과금 내는 거 때매 좀 싸운게 있어가지고 나는 좀 비웃었지. 

우리는 인터넷으로 악마들의 상징 같은 걸 검색한 다음에 악마들 중에 Hismael the Acquirer를 골랐어. 

왜냐면 Acquirer(얻는 사람)니까 뭔가 우리한테 재물 같은 걸 가져다주지 않을까 해서. 

내 여친 친구 중에 악마교 신자가 있는데 걔가 말하기를 Hismael이 좀 쌀쌀맞은 성격이라더라고. 

Lisa는 포스터 쪼가리 같은 데다가 악마 소환진 같은 걸 그리고 우리 이름을 에녹 어로 썼어. 

나는 Jess랑 Liz 이름도 거기 추가했지. 

뭐 이론대로라면 우리는 Hismael의 자비의 대상이 되는 거야. 

 

그 다음에 침대에 촛불이랑 향을 피워놓고 앉아서 주문을 한 세 번 정도 외웠어. 

당연 아무 반응도 없었지. 

Lisa가 우리 방에 뭔가 있는 것 같다고 했을 때는 진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어. 

난 촛불을 끄고 일어나서 맥주나 마시러 부엌으로 갔어. 

그게 다야. 그 똥 같은 일들이 일어나기 2주 전에 있었던 일이지. 

2주면 그 일에 대해서 싸그리 잊어버리기에 차고 넘치는 시간 아냐? 

종이가 추가적으로 찢어져 있었던 거랑 

 “I am not sorry(난 안 미안해)”라고 쓰여진 건 언제 한 건지 잘 모르겠어. 

아마 시카고로 가기 직전에 써 논 게 아닐까?

얘가 실제로 일리노이까지 갔을 것 같지는 않아. 

Lisa가 원래 만나기로 했던 친구한테 전화해봤는데 얘가 집 떠나기 하루 전에 약속 취소했대. 

일단 나는 얘가 집을 나가는 것 까지는 봤어. 

그게 문제야. 가방도 다 싸서 가져갔고, 여행 간다는 거에 신나가지고 환하게 미소지으면서 갔단 말이야. 

나는 잠에 반쯤 취해가지고 침대에 누워서 “사랑해”라고 말하고 손 흔들어줬는데. 

그 이후로 Lisa한테 연락이 없었어. 

아마 집에 자기 폰을 놓고갔고 내가 그걸 가져온 거 같아. 

거듭거듭 얘기하지만 진짜 존나 존나 걱정돼.

 

난 오늘 오레건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 

내 자켓 주머니에서 내 지갑을 찾았어. 

신용카드도 다 멀쩡히 들어있더라고. 

이 방 체크인 할 때 한 번 썼던 거 빼고 다른 사용 기록은 없어. 

아무것도. 심지어 식사도 한 번 안 한 것 같아. 

프론트에 있는 남자하고 얘기를 해 봤는데, 내가 체크인 한 걸 기억하고 있더라고.

“좀 이상한 질문인 건 아는데요, 제가 체크인 할 때 어떤 상태였는지 혹시 기억나시나요?” 

날 엄청 이상하게 보길래 그냥 어깨를 으쓱하고 말해줬어.

“그냥 학교 과제 때문에 물어보는거에요.”

(물론 저렇게 고대로 말했다는 건 아니지만 대충 저런 내용이었어)

“엄청 피곤해 보였죠. 별로 말도 많이 안 하셨고요. 

그냥 방 하나 달라고 하고 키 받고 나서 발을 질질 끌면서 가셨어요.” 

한 몇 초 더 생각하더니

“말씀하시는 내내 웃고 계셨는데 그렇게 기쁜 느낌은 아니었어요.”

흠, 별로 그렇게 도움이 되지 않는군. 

 

기억 상실이랑 내 친구들이 다 사라진 걸로 충분한 게 아니었는지, 

내가 호텔을 나오자마자 일이 더 이상해졌어. 

공항으로 가려고 택시를 잡을라는데, 누가 내 팔을 엄청 세게 잡는거야. 

그 순간 진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지. 

내가 정신 잃었을 때 만났던 사람인가? 내가 저 사람한테 뭐 이상한 짓 했나? 

경찰인가? 아니면 뭐 경호원? 기억도 못하는데 괜히 죄책감 드는 거 있지. 

아마 기억을 못해서 그랬나봐.

 

날 붙잡은 남자는 키가 크고 어깨가 넓었어. 

겉모습으로 볼 때는 무슨 고트족이나 메탈헤드(헤비메탈 광 팬)같은 느낌이었어. 

그 옷차림을 무슨 말로 설명해야될지… 

엄청 큰 버클 달린 부츠에다가 회색 청바지에 긴 브라운 색 트렌치 코트를 입었어. 

머리는 까맣고 길었어. 어깨를 넘는 길이였는데 되게 엉성한 레게머리였음. 

머리 몇 가닥은 다른 색이었는데 파란색 보라색 초록색으로 염색한 듯 했어. 

피부는 되게 창백했고 아이라이너에 립스틱도 하고 있었어. 

까만 립스틱. 못생긴 얼굴은 아니었는데 그냥 좀 난해한 패션이었어.

 꽤나 키 크고 덩치 큰 남자였음.

내가 여기다가 이 남자를 자세하게 묘사하는 건 혹시 너네 중에 한 사람일까봐 그래. 

아니면 이런 사람 아는 사람이 너네 중에 있을까봐. 

 

하여튼 이 남자는 날 붙잡고 내 눈을 한참을 쳐다보더니 뭔가 만족한 눈치더라고? 

그리고 내 팔을 놔줬어. 난 거칠게 내쳤지. “ㅅㅂ 당신 뭐야?”

“이봐.” 그 남자가 깊은 목소리로 나한테 말했어. 

너무 빨라서 내가 뭐 끼어들 틈도 없었어.

“짧게 얘기할게. 당신한테 아직도 전염성이 있을 수도 있어. 

난 당신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잘 알고 있고, 

이제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는데, 

만약 당신이 그 곰팡이 근처에 가게 되면 가스 마스크를 착용하고 절대 포자를 들이마시지 마. 

절대 만지지도 말고 당신 주변의 누구도 거기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해.

 내가 당신을 한 번 치료해줬지만 다시 걸릴 수도 있으니까. 

여기에는 해독제 같은 게 없어. 이걸 항상 가지고 다니고.” 

그리고 나서 내 손에 까만 책가방 같은 걸 쥐어줬어. 

“궁금한 게 있으면 나한테 이메일 보내. 할 수 있는 대로 답장 할테니까.” 

이번에는 종이 쪼가리 같은 걸 줬어. “조심해.”

그러고 나서 사람들 틈으로 사라져버렸어. 

난 몇 초 따라가면서 “이봐!! 이봐!” 하고 몇 번 물러 봤는데 금방 놓쳐버렸어. 

난 그 남자가 곰팡이에 대해 언급한 이후로 굉장히 동요하고 있는 상태였고, 

그 충격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지. 

진짜 모든 일들이 순식간에 일어나버렸어. 

혹시 그 사람이 경찰이고 날 엿먹일라고 나한테 뭐 마약 같은 걸 준건가 싶어서 봤는데, 

거기 있는 건 그냥 말린 라벤더였어. 

종이에는 그냥 이메일 주소만 써 있었고. deltaseeker.z@gmail.com

택시 기사가 나한테 엄청 뭐라고 그래가지고 그냥 가는 수밖에 없었어. 

 

이 사람 혹시 nosleep하는 사람이야? 

아니면 이 사람 아는 사람이라도 있어? 

만약에 공적인 자리에서 밝히고 싶지 않은 거라면, 제발 부탁인데 나한테 쪽지 좀 보내줘. 

내 추측으로는 이 사람이 Jess의 글을 읽은 거 같은데, 나를 어떻게 알아본 건지 모르겠어. 

어쨌든, 나는 지금 모텔에 있어. 우리 집으로 와봤는데 전부 잠겨있었어. 

밖에는 경찰 저지선으로 다 쳐져 있더라고. 그냥 걸어서 모텔에 올 수밖에 없었어. 

Lizzy가 나랑 지금 같이 있어. 상태는 괜찮아. 

근데 좀 떨고 있고 엄청 겁에 질려 있어. 

Jess의 글을 읽은 다음부터는 계속 울고 있어. 

너네 중에 뭔가를 알고 있는 게 있으면 좀 공유 좀 해줘. 

나를 위해서, 그리고 내 친구들을 위해서, 

또 이 사건에 연관된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공유 부탁해. 

누가 그 곰팡이가 동충하초 같은 게 아니냐고 그랬어. 

나도 뭐 그런 종류인 것 같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 남자가 누구건 간에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겠지.

 벌써 그 사람한테 이메일 보내서 진짜 엄청 많이 질문했는데 아직까지는 답이 없네. 

 

계속 글 올릴게. 

다시 부탁하지만, 너희 중에 뭐 아는 게 있으면 뭐라도, 진짜 뭐라도 좋으니까 알려주길 바라. 

댓글 1

꽃침대 2020.01.24. 02:49
엌.. 실수로 비추했네용 ㅠ_ㅠ
흑흑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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