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괴담/공포 [레딧] 우리집 고양이 셸리
- 이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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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redd.it/4pd1hr
번역/각색 : AUTOPSY : The Horror Radio
우리 집 고양이 셸리의 행동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 챈건 지난 주 쯤이었어.
셸리는 보통의 고양이랑은 좀 달랐거든.
그 아이와 사는 동안 어떤 형태의 상자건 들어가는 꼴을 못봤어.
물론 어디 몰래 숨어서 나를 지켜 본다던지 하는 행동 역시 취미가 없어보였지.
거실 한복판에서 느긋이 누워 자는게 그 애 하루 일과의 전부인데,
그런 셸리가 지난 주 수요일, 별안간 사라져 버렸어.
나는 셸리를 찾으려고 정말 온 집 안을 다 들쑤셔놨지.
혹여나 집을 나갔을까 싶은 생각에 눈물이 찔끔 돌기 시작할 무렵 나는 겨우 셸리를 찾아 냈어.
그 앤 전자렌지 크기쯤 되어보이는 작은 종이 박스 안에 몸을 우겨넣고 있더라고.
오며가며 대여섯번은 봤던 박스인데 윗 부분이 곱게 접혀있던 탓에 안에 있을거라는 생각을 못하고 있었지.
고양이는 어디든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내 잘못이야.
아무튼 셸리를 찾았다는 안도감에 기운이 쭉 빠지기 시작했어.
나도 모르게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더니 그 작은 박스 사이로 셸리가 예쁜 얼굴을 퐁! 하고 내밀더라고.
셸리는 그 귀여운 몸을 호다닥 털어내더니 소파로 가서 다시 잠을 청하기 시작했어.
참 이상해.
원래 이런 애가 아니란 말이지.
아무튼 그렇게 셸리 실종사건은 막을 내렸어.
그런데 그 다음 날, 셸리는 어디론가 또 사라져버리고 없었어.
한참을 헤멘 끝에야 분리수거를 위해 모아놓은 현관 앞 박스에 숨어있는 걸 찾아냈지.
고양이가 박스에 숨는게 무슨 큰일이냐 싶겠지만... 말했잖아.
셸리는 그런 애가 아니야.
그리고 지금 문제가 되는건 말야.
셸리의 박스 주변에 무언가가 더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는거야.
그 이후로도 셸리의 기행은 계속됐어.
셸리가 없어지면 집 안 곳곳에 있는 박스들을 뒤져야 했지.
그런 날이 더해지면 더 해질수록 또 다른 누군가의 존재감도 강해졌고 덕분에 나는 밤잠을 설쳐야만 했어.
겨우 옅게 잠이 든 그 날 밤, 문 바깥쪽에서 무언가 바닥에 질질 끌리는 듯한 소리가 났어.
평소같았으면 신경도 안쓸텐데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진 나는 자리에서 번쩍 일어나 앉았지.
그리고 허리를 쭉 펴고 목을 가다듬는 순간, 나는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어.
눈 앞에 보이는 내 방 구석에 누군가가 서 있는게 분명했어.
팔도 꽤나 길고 머리도 비정상적으로 커보였지.
저게 사람이건 귀신이건 어쨌든 지금 저기 존재해서는 안되는 거잖아.
나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다급히 1층 현관을 향해 뛰쳐나갔어.
이딴 식으로 뛰다가는 계단을 한 번 구르겠다 싶을 정도로 정신없이 내려가는데,
내 등 뒤로 '그것'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어.
아차 싶더라고.
과연 '저것'이 내려오기 전에 문의 잠금장치를 푸는게 가능할까?
고민하는 시간 조차 아쉬운 그 순간, 문득 오늘 낮에 교체한 새 세탁기 박스가 떠올랐어.
혹시나 셸리가 들어가고 싶어할까 봐 박스 형태 그대로 주방에 두었거든.
나는 곧장 몸을 틀어 세탁기 박스 안으로 몸을 구겨 넣었어.
덜덜 떨리는 내 다리를 부드럽게 쓸고 지나가는 털 뭉치 덕분에 소리를 지를 뻔했지만 간신히 참았지.
셸리였어, 내 소중한 셸리.
나는 셸리를 품에 안고 최대한 호흡을 죽여가며 박스 위쪽 틈새를 올려다 봤어.
바닥에 무언가가 질질 끌리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져.
긴장감으로 온 몸이 굳어 가는 그 순간 적막을 깨고 내 귀에 들려오는 것이 있었어.
그 부드럽고 가느다란 속삭임은 내 정신이 혼미하게 만들었지.
" 걱정하지마 우리는 안전해 "
그건 셸리였어.
"저 멍청이들은 박스 안을 볼 줄 모르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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