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요청 역사에서 사실(史實)에서 사실(事實)을 구별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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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공부하다보면 당연히 사료를 보거나, 사료를 기반으로 하는 자료들을 위주로 공부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문득 그런의문이 드는 군요

사실(史實)을 얼마나 사실(事實)있었던 일로 볼것인지 말이죠

 

그래서 질문드립니다

역사에서 사실을 구별하는 방법을요

 

 

댓글 14

best 안유진 2020.08.31. 01:56
이론적으로 접근하면 복잡해질 수도 있는는데.. 일단 설명해드리면

역사 연구의 근거는 일단 말씀하셨다시피 사료입니다. 사료란 과거를 재구성하는데 근거가 된 일체의 자료들을 의미하는데, 사료 자체가 역사 그 자체가 되는 게 아니라 역사의 흔적이 사료입니다.

역사가가 직접 경험으로 역사를 서술하는 것은 망상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경험은 시공간적으로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역사가가 그 짧은 시간과 행동반경을 가지고 경험을 바탕으로 역사를 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죠. 따라서 타인의 경험에 의존해야합니다. 즉 타인의 경험을 서술한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사료가 없으면 역사가 존재할 수 없지만, 사료는 역사 그 자체가 아니라 단순한 흔적일 뿐이기 때문에 역사가는 사료를 수집하고, 분류하고 정리하고, 해석하고, 서술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사료의 진위성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분류‧정리 과정에서 해석 과정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역사가의 비판이 들어가게 됩니다. 이것을 사료 비판이라고 하죠. 즉, 개인의 이해관계, 정치적 목적 등에 의해 사료가 조작됐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사료 비판을 하게 되는 겁니다.

사료를 비판할 때는 진위성, 작성 연대, 사료 내용의 정확성 등을 중점적으로 따져야 하는데요. 이 사료비판은 다시 사료의 필적, 어투, 서체, 출처 등을 조사해서 그 사료의 진위 여부와 원본인지 사본인지의 여부를 따지는 외적 비판과 사료의 내용을 분석하는 내적비판으로 나눠지게 됩니다. 특히 진위성을 판단하는 데에 중요한 외적 비판 과정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는 방법이 교차 검증(크로스 발리데이션)인데요. 동시대에 같은 사건에 관해 쓰여진 여러 사료를 놓고 서로 비교해서 진위를 가르고 걸러내는 과정입니다. 대표적으로 환단고기 같은 것들이 위서라는 점이 이 방법을 통해 밝혀진 것이죠. 또 삼국사기 같은 세간에 인정 받는 책들도 역사 연구가들에겐 끊임없이 사료 비판을 받으면서 내용이 걸러지고 새로운 해석이 나오고 이러죠.

사실 우리가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은 이상 사료의 내용이 명확한 사실인지를 명확하게 구분하기란 불가능하다고도 할 수 있죠... 그렇지만 사료비판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걸러내는 과정을 거칩니다.
best 안유진 2020.08.31. 14:41
사료 비판은 먼저 외적비판을 통과한 뒤에 내적비판을 거치게 되는데요. 외적비판은 위에서도 말했듯 진위성을 판단하는 것이고, 내적비판은 사료의 내용을 해석하는 작업입니다. 그래서 외적비판을 통과하지 못한 사료는 내적비판의 과정에 들어갈 수가 없죠.

환단고기 같은 경우는 애초에 외적 비판을 통과하지 못한 사료입니다. 책에 사용된 어휘나 인명 등을 통해 유추한 작성 시기, 다른 서적과의 교차검증을 통해 발견된 위조라는 증거가 엄청 많습니다.

반면에 단군신화가 실린 삼국유사, 제왕운기 등의 사료는 외적 비판을 통과한 자료이죠. 또한 단군 신화가 전승되는 사료마다 내용의 차이점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공통되는 부분이 여러 사서에서 드러나기 때문에, 그 부분을 중심으로 단군신화는 내적비판의 과정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내적비판 과정에서는 해당 사료의 내용을 해석하는, 역사 연구의 본래의 의미적 작업으로 들어가게 되는데요. 단군 신화가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하나씩 해석하고 주석을 붙이는 일을 하게 됩니다. 보통 단군 신화에 대한 해석을 하는 것은 다른 문헌자료에 실린 고조선의 기록을 교차검증하여 얻은 시대적 정보로 신화에서 역사성을 찾아 해석한 것인데요. 원래 문학 같은 것도 쓰여진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며 해석하듯 신화도 그런식으로 해석해서 역사화 시켜 역사 연구의 자료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보면 되는데, 이 같은 내적 비판의 경우는 끊임 없이 새로운 설이 나오고 논쟁의 과정을 거치게 되죠. 그리고 어떤 사관을 가지고 보냐에 따라 어떤 관점의 해석을 활용할지 각자 판단하게 되는 겁니다.

즉 정리를 하게 되면 일단 현재 연구중인 대부분의 사료의 경우엔 이미 다양한 학자들이 연구와 교차검증을 통해 외적비판이 완료된 경우입니다. 그렇기에 현재 연구의 대다수는 내적비판의 진행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 과정이

역사가가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시대와 사건에 대한 역사를 연구 -> 외적 비판이 통과된 사료들을 중심으로 내적비판 -> 학계에 발표 ->같은 시대, 같은 사건을 연구한 다른 역사가들의 연구자료와 재차 비교 및 교차검증 했을 때 대다수의 다른 역사가들도 이를 동의하고 합리적이라고 인식하는 경우 정설로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물론 역사가의 해석은 관점에 따라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것이 올바르다고 논할 수는 없다고 저는 생각하지만요..

어제부터 폰으로 작성하는거라 오타도 있고 횡설수설하는 감도 있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ㅠ
best 케이는꽃케이 2020.08.31. 07:35
와.. 걸갤에서는 못보던 매력이다...
고맹골넣으면닉변 2020.08.31. 01:20
역사의 의미는 사실로서의 역사(랑케)와 기록으로서(e.h.carr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의 역사로 나뉘고 그 둘의 조화가 필요하다고e.h .carr이 말하긴 했습니다.
댓글
OnBit 작성자 2020.08.31. 01:24
 고맹골넣으면닉변
그 둘의 조화는 언제나 필요하지만, 어떻게, 얼마나 조화 시키는지가 핵심이겠군요..
댓글
OnBit 작성자 2020.08.31. 01:28
 고맹골넣으면닉변
뭐를 크로스 체크 한다는 것인지 알수 있을까요..?
댓글
고맹골넣으면닉변 2020.08.31. 02:02
 OnBit
실증과 사료를 조화시킨다는 것이 묘하게 크로스췍 같아서요 ㅎㅎ
댓글
best 안유진 2020.08.31. 01:56
이론적으로 접근하면 복잡해질 수도 있는는데.. 일단 설명해드리면

역사 연구의 근거는 일단 말씀하셨다시피 사료입니다. 사료란 과거를 재구성하는데 근거가 된 일체의 자료들을 의미하는데, 사료 자체가 역사 그 자체가 되는 게 아니라 역사의 흔적이 사료입니다.

역사가가 직접 경험으로 역사를 서술하는 것은 망상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경험은 시공간적으로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역사가가 그 짧은 시간과 행동반경을 가지고 경험을 바탕으로 역사를 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죠. 따라서 타인의 경험에 의존해야합니다. 즉 타인의 경험을 서술한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사료가 없으면 역사가 존재할 수 없지만, 사료는 역사 그 자체가 아니라 단순한 흔적일 뿐이기 때문에 역사가는 사료를 수집하고, 분류하고 정리하고, 해석하고, 서술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사료의 진위성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분류‧정리 과정에서 해석 과정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역사가의 비판이 들어가게 됩니다. 이것을 사료 비판이라고 하죠. 즉, 개인의 이해관계, 정치적 목적 등에 의해 사료가 조작됐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사료 비판을 하게 되는 겁니다.

사료를 비판할 때는 진위성, 작성 연대, 사료 내용의 정확성 등을 중점적으로 따져야 하는데요. 이 사료비판은 다시 사료의 필적, 어투, 서체, 출처 등을 조사해서 그 사료의 진위 여부와 원본인지 사본인지의 여부를 따지는 외적 비판과 사료의 내용을 분석하는 내적비판으로 나눠지게 됩니다. 특히 진위성을 판단하는 데에 중요한 외적 비판 과정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는 방법이 교차 검증(크로스 발리데이션)인데요. 동시대에 같은 사건에 관해 쓰여진 여러 사료를 놓고 서로 비교해서 진위를 가르고 걸러내는 과정입니다. 대표적으로 환단고기 같은 것들이 위서라는 점이 이 방법을 통해 밝혀진 것이죠. 또 삼국사기 같은 세간에 인정 받는 책들도 역사 연구가들에겐 끊임없이 사료 비판을 받으면서 내용이 걸러지고 새로운 해석이 나오고 이러죠.

사실 우리가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은 이상 사료의 내용이 명확한 사실인지를 명확하게 구분하기란 불가능하다고도 할 수 있죠... 그렇지만 사료비판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걸러내는 과정을 거칩니다.
댓글
OnBit 작성자 2020.08.31. 08:26
 안유진
우선 답변해주신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렇지만 사료를 교차검증할때의 문제점은 분명히 같은 사건, 혹은 동시대의 기록이지만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극단적이게 예를 든다면 말씀하셨듯이 환단고기는 너무 말이 안되어서 가치가 아예 없어졌지만, 단군신화는 비록 신화라는 단서를 달기는 하지만, 그 속에서 해석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댓글
best 안유진 2020.08.31. 14:41
 OnBit
사료 비판은 먼저 외적비판을 통과한 뒤에 내적비판을 거치게 되는데요. 외적비판은 위에서도 말했듯 진위성을 판단하는 것이고, 내적비판은 사료의 내용을 해석하는 작업입니다. 그래서 외적비판을 통과하지 못한 사료는 내적비판의 과정에 들어갈 수가 없죠.

환단고기 같은 경우는 애초에 외적 비판을 통과하지 못한 사료입니다. 책에 사용된 어휘나 인명 등을 통해 유추한 작성 시기, 다른 서적과의 교차검증을 통해 발견된 위조라는 증거가 엄청 많습니다.

반면에 단군신화가 실린 삼국유사, 제왕운기 등의 사료는 외적 비판을 통과한 자료이죠. 또한 단군 신화가 전승되는 사료마다 내용의 차이점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공통되는 부분이 여러 사서에서 드러나기 때문에, 그 부분을 중심으로 단군신화는 내적비판의 과정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내적비판 과정에서는 해당 사료의 내용을 해석하는, 역사 연구의 본래의 의미적 작업으로 들어가게 되는데요. 단군 신화가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하나씩 해석하고 주석을 붙이는 일을 하게 됩니다. 보통 단군 신화에 대한 해석을 하는 것은 다른 문헌자료에 실린 고조선의 기록을 교차검증하여 얻은 시대적 정보로 신화에서 역사성을 찾아 해석한 것인데요. 원래 문학 같은 것도 쓰여진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며 해석하듯 신화도 그런식으로 해석해서 역사화 시켜 역사 연구의 자료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보면 되는데, 이 같은 내적 비판의 경우는 끊임 없이 새로운 설이 나오고 논쟁의 과정을 거치게 되죠. 그리고 어떤 사관을 가지고 보냐에 따라 어떤 관점의 해석을 활용할지 각자 판단하게 되는 겁니다.

즉 정리를 하게 되면 일단 현재 연구중인 대부분의 사료의 경우엔 이미 다양한 학자들이 연구와 교차검증을 통해 외적비판이 완료된 경우입니다. 그렇기에 현재 연구의 대다수는 내적비판의 진행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 과정이

역사가가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시대와 사건에 대한 역사를 연구 -> 외적 비판이 통과된 사료들을 중심으로 내적비판 -> 학계에 발표 ->같은 시대, 같은 사건을 연구한 다른 역사가들의 연구자료와 재차 비교 및 교차검증 했을 때 대다수의 다른 역사가들도 이를 동의하고 합리적이라고 인식하는 경우 정설로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물론 역사가의 해석은 관점에 따라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것이 올바르다고 논할 수는 없다고 저는 생각하지만요..

어제부터 폰으로 작성하는거라 오타도 있고 횡설수설하는 감도 있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ㅠ
댓글
OnBit 작성자 2020.08.31. 15:38
 안유진
그렇군요 답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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