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언어] 콘스탄티노폴리스의 명칭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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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스탄티노폴리스의 명칭에 대한 이야기

 

 

 

※ 해당 글에서는 라틴어와 관련된 표현에서는 최대한 라틴식으로, 그리스어와 관련된 표현에서는 최대한 그리스식으로 서술하였다. 또한, '⑴ Nova Roma vs Κωνσταντινούπολις'에서는 기원후 4세기 발음을 기준으로 서술하였고, '⑵ Byzantium, Βυζάντιον이라는 표현은 과거의 전유물인가?'에서는 기원전 5세기 발음을 기준으로 서술하였다.

 

금각만을 지키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 콘스탄티노폴리스의 명칭에 대해서 종종 라틴어로는 'Nova Roma', 그리스어로는 'Κωνσταντινούπολις'라는 식의 서술이 보인다. 마치 'Nova Roma'와 'Κωνσταντινούπολις'가 서로 유리(遊離)된 표현인 것같이 서술되어 있는 글도 종종 보인다. 과연 그럴까? 오늘은 도시의 명칭에 대해 간략하게 적어보려고 한다.

 

 

⑴ Nova Roma vs Κωνσταντινούπολις

 


라틴어 : ① Nova Roma /ˈnoː.βa ˈroː.ma/ 노바 로마 : 신 로마 ② Constantinopolis /kon.stan.tiˈnoː.po.lis/ 콘스탄티노폴리스 : 콘스탄티누스의 도시 ③ Roma Constantinopolitana /ˈroː.ma kon.stan.tiː.no.po.liːˈtaː.na/ 로마 콘스탄티노폴리타나 : 콘스탄티누스의 도시인 로마, 콘스탄티누스가 세운 로마
그리스어 : ① Νέα Ῥώμη /ˈne.a ˈro.mi/ 네아 로미 : 신 로마 ② Κωνσταντινούπολις /kons.tan.tiˈnu.po.lis/ 콘스탄티누폴리스 : 콘스탄티노스의 도시 ③ Ῥώμη Κωνσταντινουπολίτικη /ˈro.mi kons.tan.ti.nu.poˈli.ti.ki/ 로미 콘스탄티누폴리티키 : 콘스탄티노스의 도시인 로마, 콘스탄티노스가 세운 로마

 

⇒ 종종 라틴어로는 '노바 로마'이고, 그리스어로는 '콘스탄티노폴리스'라는 명칭이 쓰이는데,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확히는 라틴어로도 '콘스탄티노폴리스'가 맞고, 그리스어로도 신 로마라는 뜻의 '네아 로미'라는 말 둘 다 맞다. 콘스탄티노폴리스가 본디 그리스식으로 지은 이름이기 때문이다.
이는 콘스탄티노폴리스가 하나의 합성어가 되기 이전의 단어를 보면 알 수 있다. 'Constantino'는 'Constantius'를 그리스어인 'Κωνσταντῖνος'로 바꾼 뒤, 이 바꾼 단어의 속격(≒소유격) 형태인 'Κωνσταντῖνου'를 라틴문자로 다시 바꾼 것이다 : Constantius(nom.) -> Κωνσταντῖνος(nom.) -> Κωνσταντίνου(gen.) -> Konstantinou(gen.) -> Constantino(gen. gre.). 'Constantino'의 뒤에 붙어 '도시'라는 뜻을 만들어 주는 'polis' 역시 본래 라틴어에 있는 단어가 아니라 그리스어에서 '도시'를 뜻하는 단어 'πόλις'를 차용한 것이다. 라틴어에서 '도시'를 뜻하는 단어는 'urbs'이다 : πόλις(nom.) -> polis(nom.). 즉, 그리스어 'Κωνσταντῖνου'와 'πόλις'가 만나 'Κωνσταντινούπολις'가 되었고, 후에 라틴어로 'Constantinopolis'라고 부르는 것이다. 콘스탄티노폴리스를 '콘스탄티누스의 도시'라고 부르는 것 역시 그리스어로 '콘스탄티노스의 도시'라고 쓰여져 있기 때문이다. 같은 방식으로 지어진 이름 중에 유명한 도시는 아드리아노폴리스가 있다 : Hadrianus(nom.) -> Ἁδριανός(nom.) -> Ἁδριάνου(gen.) -> Hadriano(gen. gre.), πόλις(nom.) -> polis(nom.), Ἁδριανούπολις -> Hadrianopolis.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라틴어식 명칭과 그리스식 명칭을 나누려하는 유리(遊離)적 관점은 현대적인 시각이 낳은 오해라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동지중해 문화권에서는 알렉산드로스 3세의 동방 원정 이후부터, 헬레니즘 제국의 잔재로 인해 원래부터 양자간에 통하는 말이 없는 경우 그리스어로 대화를 하였고, 이탈리아에서조차 그리스어는 라틴어와 더불어 공통어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그리스어에 대해 당시 로마인들이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수에토니우스의 『황제열전(De Vita Caesarum)』, 「신격 클라우디우스(Divus Claudius)전」 42장의 대화에서 드러난다.

【cuidam barbaro Graece ac Latine disserenti: 'cum utroque,' inquit, 'sermone nostro sis paratus'; et in commendanda patribus conscriptis Achaia, gratam sibi prouinciam ait communium studiorum commercio】
〔이방인이 그리스어와 라틴어, 두 언어로 담론을 펼치자 그가 말했다, '당신, 우리 말을 할 준비가 되어 있군요.' 그리고 원로원의 의원들에게 아카이아(펠레폰네소스 반도와 아티카반도)를 추천했을 때, 그는 공통된 연구의 교류로 인해 자신에게 그 속주가 호감이 간다고 말했다.〕

수에토니우스의 기록은 로마인들은 라틴어뿐만 아니라 그리스어도 자신들의 말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한, 위에 제시된 3가지 명칭 외에도 여러 명칭이 동시기에 사용되었는데, 그 중 눈여겨 볼만한 것은 ‘Κωνσταντινούπολις’를 ‘ἡ Πόλις’로 줄여서 불렀다는 것이다. 이러한 표현이 재미있는 점은 라틴어에서도 ‘Roma’를 가르켜 ‘Urbs’로 불렀다는 것이다. 이러한 표현은 대표적으로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기(Commentarii de Bello Gallico)』에서 로마를 지칭할 때 'Urbs'로 표현하는 것을 들수 있다. 또한 'Urbs'를 이용한 라틴어 표현이 'Roma'와 'Κωνσταντινούπολις'를 대조시킬 때도 사용되었다는 점도 눈 여겨볼만 하다할 수 있다. 예를들면 로마를 나타낼 때는 ‘Urbs Aeneae’를, 콘스탄티노폴리스를 나타낼 때는 ‘Urbs Constantini’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로마의 건립자가 전설적인 영웅 아이네아스인 것과 콘스탄티노폴리스의 건립자가 콘스탄티누스 1세라는 것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그리고 이 논쟁은 해당 도시의 공식 명칭과 관련된 기록으로 축약할 수 있다. 4세기에 이 도시가 수도로써 재건된 이래로, 'Νέα Ῥώμη' 역시 공식 명칭으로 불리었다는 사실이다. 당대 사람들은 'Νέα Ῥώμη'를 줄여 부르는 말로 'ἡ Νέα', 즉 '새 로마'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5세기의 역사가 콘스탄티노폴리스의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저서 『교회의 역사(Historia Ecclesiastica)』 1권 16장에서  비잔티온을 재건한 콘스탄티누스 1세가 도시의 이름을 'Κωνσταντινούπολιν'와 'δευτέρα Ῥώμη /ðeɸˈte.raː ˈro.mi/ 데프테라 로미'라 부르도록 명했다고 적고있다.

 

【ἴσην τε τῇ βασιλευούσῃ Ῥώμῃ ἀποδείξας, καὶ «Κωνσταντινούπολιν» μετονομάσας, χρηματίζειν «δευτέραν Ῥώμην» νόμῳ ἐκύρωσεν】

〔그리고 로마를 통치하는 것 같은 자를 보았을 때, 그는 (도시의 이름을) '콘스탄티노스의 도시'로 개명하고, '두 번째 로마'의 지위를 수여하기 위해 법령으로 비준하였다.〕

 

위에서 나온 표현, '두 번째 로마'라는 의미의 'δευτέρα Ῥώμη /ðeɸˈte.raː ˈro.mi/ 데프테라 로미'는 콘스탄티노폴리스가 이탈리아의 로마를 본따 새로 지었다는 의미에서 '새로운 로마', 즉 'Νέα Ῥώμη'로 부르게 된 경위를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정보이다. 앞선 그리스 명칭과 동일하게 라틴어 명칭의 'Secunda Roma /seˈkun.da ˈroː.ma/ 세쿤다 로마' 역시 'Nova Roma'라는 표현이 등장한 배경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위의 모든 정보를 고려했을 때, 라틴어로는 'Nova Roma', 그리스어로는 'Κωνσταντινούπολις'라는 식의 표현은 옳바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라틴어로도 'Constantinopolis'라고 불렀고, 그리스어로도 'Νέα Ῥώμη'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단지 'Nova Roma, Νέα Ῥώμη'의 표현은 교회에서 종종 사용했던 반면, 'Constantinopolis, Κωνσταντινούπολις'의 표현은 주로 공적 기관에서 사용했다는데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⑵ Byzantium, Βυζάντιον이라는 표현은 과거의 전유물인가?

 


라틴어 : Byzantium /byːzˈzan.ti.um/ 뷔즈잔티움
그리스어 : Βυζάντιον /byːzˈdan.ti.on/ 뷔즈단티온


⇒ 비잔티온이라는 이름의 의미는 전설의 내용을 알면 이해가 쉽다.

 

메가라(아티카 반도와 펠레폰네소스 반도 사이의 좁은 길목처럼 생긴 곳에 있던 나라)의 왕 니소스의 아들이었던, ‘Βύζας /ˈbyːz.daːs/ 뷔즈다스’은 장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왕위를 이어받지 못하였다. 그는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델포이에 찾아가 신탁을 청하였고, 눈 먼자들의 도시의 반대편 땅에 지으라는 말을 듣고 헤메다가 지금의 이스탄불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곧 자신들이 있는 곳 반대편에 있던 도시, 칼케돈의 건설자가 장님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이 곳에 도시를 짓게 되었다. 그리고 도시의 이름을 왕자의 이름을 따, ‘Βυζάντιον /byːz.dán.ti.on/ 뷔즈단티온’이라 불렀다.

라는 내용인데, 도시의 이름이 이 전설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Βύζας /ˈbyːz.daːs/ 뷔즈다스'는 'Βύζαντας /ˈbyːz.daː.tas/ 뷔즈다타스'라는 이름으로도 전해내려오고 있는데, 이 'Βύζαντας'에 '도시'라는 의미의 접미사 '-ιον'가 합쳐져 'Βύζαντα(ς) + -ιον -> Βυζάντιον'가 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해당 도시의 뜻은 '뷔즈다스의 도시' 또는 '뷔즈다타스의 도시'라는 의미이다.

 

여기까지 비잔티온의 이름의 유래와 의미를 보고나서 '이 고대 도시의 이름과 콘스탄티노폴리스가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라는 의문을 품을 수 있다. 하지만 얄궂게도 로마 시대에 'Βυζάντιον'에서 유래된 명칭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Βυζαντιάς Ῥώμη /βy.zan.tiˈas ˈro.mi/ 비잔티아스 로미'로, 뜻은 '비잔티온 지역의 로마'라는 의미이다. 이는 '동쪽의 로마'를 의미하는 'ἑῴα Ῥώμη /eˈo.a ˈro.mi/ 에오아 로미'가 방향을 기준으로 해당 도시를 부른 것과 유사하게 지역을 기준으로 부른 것이라 할 수 있다. 비슷한 표현으로는 'Βυζαντιάς Κωνσταντινούπολις /βy.zan.tiˈas kons.tan.tiˈnu.po.lis/'가 있다. 이러한 명칭들이 쓰인 이유는 로마 안에는 같은 이름을 가진 지명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콘스탄티누폴리스는 일반적으로 금각만에 있는 도시를 의미하지만, 로마 시대에는 ① 아나톨리아 반도 중남부에 있는 'Ἰσαυρία /ˈi.saβ.ri.a/ 이사브리아'의 콘스탄티누폴리스와 ② 키프로스섬의 'Σαλαμίς /sa.laˈmis/ 살라미스'의 콘스탄티누폴리스 등 다른 대상이지만 같은 이름을 가진 도시나 마을이 여럿 있었기 때문에 지칭하는 대상을 명확히 하기 위해 쓰였던 것으로 보인다.

 

세월이 흘러 도시의 명칭이 콘스탄티누폴리스로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Βυζαντ-'라는 명칭이 살아남아 금각만 일대를 지칭했던 것 외에도 'Βυζαντ-'라는 표현은 지역적인 의미에서 더 나아가 정체성으로써의 로마와 관련된 단어로 확장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중세 그리스어에는 'βυζαντινός /βy.zan.tiˈnos/ 뷔잔티노스'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는 '로마인'을 의미한다. 이러한 표현은 훗날 'Βυζάντιον'이 'Ῥωμανία /ro.maˈni.a/ 로마니아'라는 표현을 점차 압도하게 하는 결과를 낳았고, 현대 그리스어에서는 이 시기의 국명을 'Βυζαντινή Αυτοκρατορία /ˈvi.zan.di.ni a.fto.kra.toˈri.a/ 비잔디니 아프토크라토리아'라 부르고 있다. 따라서, 'Βυζάντιον'을 완전히 과거의 표현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비잔티온과 가장 유사한 사례로는 현재 크레타의 주도이자,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로 유명한 카잔자키스의 고향인 이라클리오의 옛 지명인 'Ἡράκλειον /hɛːˈra.klɛː.on/ 헤라클리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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