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놈 2054년 2월 8일, 그는 후회와 자책속에 대한민국이란 국가와 함께 그 삶을 다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6qFDAGOfYig&t=0s

 

 

"막지 못했어...내가 한중 병합을 막아내지 못했어..."

 

대한민국의 초대 수상으로써, 당차게 강원남도를 수복하겠다며 노구를 이끌고 악착같은 장거리 해외순방길에 올랐던 그였지만,

노쇠한 몸 때문이었을까

부족한 국력때문이었을까

태평양 국가연합의 냉대와 아즈티카 공화국의 문전박대에 실망할 겨를도 없이

기어이 중국의 부산 병합소식을 듣게되자 피를 토하며 망망대해 가운데 쓰러지고 말았다.

 

"10년만 더 일찍 집권했다면.. 고집부리지 말고 조금만 더 일찍 그 적폐들의 내부에 들어가 그들을 이용했더라면..!!"

지나간 수많은 선택의 기로를 되짚어보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후회만 가득했다.

 

"내 이상따위, 국가의 운명에 비교할 것이 아니었는데.."

그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정치인생 10년차에 찾아온 일생일대의 첫 번째 전성기로부터 굴러떨어진 뒤에도

남아있던 지명도와 인기를 기반으로 분명 깨끗하고, 꺾이지 않는 신념으로 새롭게 시작했을 정당정치였다.

고작해야 첫 선거 3.3%, 2석의 의원만으로 시작한 최약의 야당에서 장장 28년 간의 부침을 겪으며 수권정당이 되기까지..

 

합종연횡의 수많은 유혹을 견디며, 국가 쇄락의 쓰디쓴 절망감을 견디며,

무엇보다 사라지지 않는 망령과도 같은 20세기 정치잔당과의 줄다리기를 버틴 끝에 얻은 국민들의 마음,

그의 손에 남은 것은 허울뿐인 대한민국의 초대 수상자리, 그리고 남아있는 경기, 충청, 전라, 경상 4개 성 - 12개 시 - 400여 만 명의 시민들.

 

 

 

그는 피를 토하며 갑판위로 오른다.

"10년만 더 일찍 시작했어도! 아니, 내가 15년만 더 일찍 정신차렸어도!"

황해강원 반군이 중공에게 뿌리까지 샅샅이 소탕되던 10년 간, 조금이라도 그들을 흡수할 수 있었다면

유린당한 강토는 조금 더 비옥할 수 있었을까.

중국발 쿠데타에 김씨정권이 몰락한 직후, 미국의 만류를 무시하고 한걸음이라도 북쪽으로 걸어갈 배짱이 김병민 총리에게 있었다면

약소국으로의 몰락이 늦춰질 수 있었을까.

그게 본인일 수는 없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20년 전, 내각제 개헌에 반대할만한 의석수가 본인 휘하에 있었다면,

최소한 그 내각에 본인이 청록민주정의연합에 이어 원내 2당으로라도 입성할 수 있었다면,

북녘의 동포들이 타민족에게 노예만도 못한 대우를 받으며 중원 이곳저곳으로 흩어져버린 참혹한 현실만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붉은 바다위에서 마지막 숨을 토해내며 그는 외쳤다.

"내가 나를 먼저 개혁했더라면!!!"

 

털썩.

 

...

 

번개가 몇 번인가 시끄럽게 울려댄다

짜고 쓴 물이 몇 번인가 입에 들어온다

아, 내 인생의 마지막은 익사로구나

웃으며 생선뼈를 발라본 게 언제더라

..

축축하다.

 

 

..삐

삐..

 

삐삐...삐삐..

 

 

그리운 알람소리와 함께 정신이 들자, 죽어 멈춘줄로만 알았던 온 몸에 땀이 가득했다.

배를 만져보니 살이 가득하다.

'뭐지?'

내가 전날 술을 마셨던가.

침대맡에는 기억에도 희미한 구식 손전화가 울리고 있다.

메시지와 함께 부재중 전화 수십통이 남겨져 있다.

'연동형이라는데 진짜 어떡할거야 이대표?'

'시발 야 전화는 받아야지! 오늘은 정해야 돼!'

 

 

 

 

놀랍게도 전화기 속 날짜는

 

2024년 2월 8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