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정조는 일단 '개혁군주' 딱지를 떼고 봐야함.

자꾸 서구식 개혁이나 서구화 또는 개화에만 집착하니까 정조에 대한 평가가 양극화되는 느낌이 있음.

한쪽은 정조를 조선을 개혁시키려 했던 군주로 평가하고 한쪽은 조선이 근대화를 할 기회였던 시대에 오히려 시대를 역행한 암군으로 평가함. 

그러나 고종이 보여줬듯 겉만 따라한 서구화는 의미가 없음.

훨씬 후대인 고종도 지도층이나 민중들이나 "서구화"에 대한 이해가 현저히 부족해서 겉모습만 따라하는데 그쳤음.

그런데 훨씬 전인 정조시대에 그게 가능했다? 나는 부정적으로 봄.

당시 조선의 사회 구조나 지배층, 피지배층의 인식이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상태라고 생각함.

오히려 재정적으로 궁핍한 정부가 강력한 개혁정책을 펼치는게 무리수고 일부 부농이나 거상이 출현했지만 사회적으로 자본을 축적한 계층이 부족했던 시대였음.

그런 의미에서 영정조 시대의 왕권강화는 개혁 이전에 필수불가결한 밑준비라고 생각함.

물론 정조가 일찍 승하하면서 그게 잘 되지는 않았지.

태종-세종처럼 자연스럽게 강력한 왕권이 이어져야하는데 그러지 못했으니.

어쨌든 근대화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정조가 보이고 극단적인 평가들의 간극을 좁힐 수 있다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