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놈 내가 김재연 후보에게 크게 실망한 이유

이번 선거에서 나름 국민들이 어지간하면 전부 이름을 안다고 볼 수 있는 윤석열, 이재명, 심상정, 허경영 다음으로 많은 득표를 한 후보는 기호 12번, 진보당 김재연 후보였다. (득표율 0.11%)

 

김재연 후보가 정치인으로써 처음 이름을 알린 때를 기억하는가?

그렇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위헌정당 심판을 받았던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을 때였다.

 

제6공화국 최연소(당시 만 31세, 이 기록은 나중에 류호정이 만 29세로 갱신한다), 최초의 외고 출신 국회의원 등등 화려한 타이틀을 여럿 달고 야심차게 중앙정계에 등장했지만...

그의 정치사상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가난하고 억압받는 민중을 구하겠다는 자가, 민중을 빈곤케 하고 억압하는 것으로는 지구상에서 공룡이 멸종하고 현생 인류가 등장한 이래로 압도적인 노하우(?)와 시행 건수(?)를 자랑(?)하는 자칭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에 노골적으로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것 자체는 심각한 자기모순임이 명확했다.

 

하지만 이것과 그 외의 몇 가지 정치적 사안만으로도 충분히 차고 넘치도록 깔 수 있었고 또 까였는데, 당시에도 워낙 어그로가 끌리다 보니 쓸데없는 걸로도 문제삼는 사람들이 나타났었다.

 

바로 김재연 당시 의원의 옷차림을 물고 늘어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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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스커트와 하이힐이라는, 지금까지도 대한민국 여성 정치인들에게 금기에 가까운 복장으로 국회에 출석했던 것이다.

(두 번째 사진은 미니스커트를 지적받은 이후에 찍혔는지, 긴 치마를 입고 있다. 하지만 하이힐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었다.)

 

그래, 미니스커트가 야시시해 보인다는 생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문화적으로 보수적인 고연령층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 그렇다 치자.

 

그렇다면 하이힐은?

하이힐도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 직업인 정치인이 신기에는 지나치게 음란한가?

 

물론 하이힐에 성욕을 느끼는 남성들도 없지는 않다.

하지면 정신의학계는 그들을 "성도착증"으로 분류한다.

정신의학계서 성도착증으로 분류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매우 많다.

몇 가지만 예를 들자면,

Dendrophilia: 나무에 성욕을 느끼는 증상, 또는 그런 사람.

Hierophilia: 종교의식에 사용되는 물건에 성욕을 느끼는 증상, 또는 사람.

Ursusagalmatophilia: 곰인형에 성욕을 느끼는 증상, 또는 그런 사람.

 

이런 성도착증 환자들 때문에 여의도공원의 모든 나무를 베어내고, 순복음교회를 폐쇄하고, 더현대 서울에서 곰인형 판매를 금지해야 하는가?

 

발등을 제외한 발 전체를 감싸거나 발가락 끝만을 약간 드러내는, 유광 또는 무광의, 때로는 발가락 등 부분에 약간의 장식을 동반하기도 하는 검정색 하이힐은 현대 들어서 격식있는 여성 정장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많은 직장에서 하이힐 착용을 격식이자 예의로 여겨 커리어우먼에게 하이힐을 의무적으로 착용할 것을 요구했고, 지금도 강요하는 곳이 더러 있다.

선술한 미니스커트는 극히 일부 서비스 업종의 직원들에게만 고용주들이 요구했던 것과는 다르게 말이다.

 

그런데 왜 하필 정치가에게만 하이힐이 격식에 떨어지는, 예의에 어긋나는 음탕한 구두인가?

나는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다.

 

다시 김재연 후보 이야기로 돌아가서,
나는 김재연 당시 의원의 사상과 정치관은 상당히 싫어했지만,
인습에 가까운 관례에 맞서 미니스커트와 하이힐 차림으로 국회에 출석할 정도의 당당함과 패기는 높이 샀다.
 
그러나 그가 몸담고 있던 통합진보당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심판을 받고 해산되고, 그도 의원직을 잃었다.
그렇게 그는 나를 포함한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갔다.
 
그렇게 모두에게 잊혀진 지 10년 만에, 前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김재연은, "진보당"이라는, 옛 통합진보당과 이름은 비슷한데, 국민의힘마냥 빨간색을 쓰는, 처음 보는 정당의 대선 후보로 돌아왔다.
 
19대 국회 최연소 의원이었던 그도 벌써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고, 통진당 해산 당시 고등학교 담벼락에서 친구들과 정치적 농담을 낄낄거리던 고딩이었던 나도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10년 만에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난 그는 -여전히 북한과 협력, 대화를 추구했지만- 적어도 대놓고 종북적 색채는 가린 건지, 지운 건지 눈에 띄게 옅어졌고, 국가 무신론이라 쓰고 주체교가 국교라고 읽는 북한이 싫어하는 종교인 카톨릭에 귀의해 세례명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가장 달라진 것은 그의 옷차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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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른쪽이 김재연 후보)

바지정장에 단화를 신고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공약에는 "N번방 방지법, 파트너폭력 방지법 제정"이 적혀 있었다.

 

물론 N번방 사건과 연인, 배우자에 대한 폭력은 좌시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이지 사회문제임은 분명하다.

또한 김 후보도 그동안 나이도 먹고 "40대 아줌마"가 되었으니 편안한 복장을 추구할 만도 하다.

 

그런데 급진좌파 정당의 여성 후보가, 저런 차림으로, 저런 공약을 내세웠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최근 유행하는 "자칭 페미니즘"의 유행에 물들었거나, 혹은 그들에 편승해 표를 얻으려는 작전이 아닌가 의심되었다.

 

이쯤에서 왜 여성들이 하이힐을 신게 되었는지 고찰해보자.

 

하이힐은 원래 프랑스 왕국의 고위층 남성들이 자신의 높은 지위를 물리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처음 신기 시작했다고 한다.

(흔히 알려진 베르사유 궁전에 화장실이 없어서 똥밟을까봐 하이힐을 만들었다고 하는 것은 낭설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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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진, 힐 신은 루이 14세의 초상화이다.
 
그러나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고, 귀족들이 죄다 단두대에 댕겅댕겅 썰려나가거나 유럽 타국으로 빤쓰런하는 지경이 되자, 하이힐도 서양 복식에서 점차 잊혀지게 된다.
 
하지만 19세기에 여성 참정권 운동이 일어나면서, 길고 치렁치렁한 우산 같은 드레스 대신 여성들은 활동하기 편하도록 짧아진 치마를 입게 되었고, 급기야 2차 대전 이후에는 미니스커트에까지 이르게 된다.
즉, 미니스커트는 여성의 자아 실현과, 직업사회로의 진출의 상징과도 같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하이힐은 왜 오히려 활동하기 불편함에도 미니스커트와 같은 이유로 같은 시기에 각광받았을까?
일단, 2차대전 이후 생산공정의 자동화와 그로 인해 생산직에서 사무직으로 주요 취업 통로가 옮겨가면서 평균적으로 선천적 체격상 고된 생산노동에 유리했던 남성의 이점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또한, 대부분 의자에 앉은 채로 근무시간을 보내는 사무직 특성상, 발에 큰 하중이 안 실리기 때문에 하이힐의 불편함이 "그나마" 줄어든 것도 한 몫을 했다.
그리고 인간은 여성이 남성보다 체격이 작은 것이 일반적인데, 높은 하이힐을 신으면 남성과 눈높이 차이가 줄어든다.
 
이로 인해 하이힐 또한 "남성을 더 이상 올려다보지 않아도 되게 해주는 마법의 구두", "당당한 커리어우먼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이러한 풍조 덕에 근래에는 -선술했던 것처럼- 하이힐이 아예 여성 정장의 필수품이자 관례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남성과 대등한 직장, 대등한 눈높이에서 일하고, 사랑하고, 생활하고자 했던 1-2세대 페미니스트들의 쾌거였다.
 
그러나 근래의 "자칭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자칭 페미니스트"들은 여성들이 "여성성을 드러내서" "'유리천장'을 뚫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여성이 자신을 꾸미는 것을 죄악시하고 있다.
 
거기서 더 나아가, 여성의 자연스러운 성욕 추구, 여성이 자유의지로 성교를 하는 것조차 "남성의 성욕에 부응", "남성 중심 사회에의 굴종"으로 표현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부모가 정해준 상대가 아닌, 자신이 원하는 상대와 원하는 성생활을 하기 위해, 그러기 위해 부모와 남편에의 경제적 종속에서 탈출하기 위해 투쟁했던 초창기 페미니스트들이 보면 기가 찰 일이다.
 
이 글을 축구 사이트에 싸지르는 본인은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아니, 사실 페미니즘이 뭔지도 잘 모른다.
본인이 페미니즘에 대해 배운 건, 대학 교양 강의로 영국사 수업을 들으면서 영국의 초창기 페미니스트들이 1차대전 당시 참정권을 얻기 위해 자발적으로 군수공장을 갔던 사건을 설명하면서 부연적 설명을 들은 것이 다이다.
 
하지만, 적어도 페미니즘의 정의가 "여성의 권리 신장을 위한 운동"이라는 것은 확실히 배웠다.
그러나 오늘날의 "자칭 페미니즘"은 어떠한가, 여성에게서 성적 자유와 자기만족을 박탈하고 도로 규방(閨房)에 가두려 하지 않는가?
 
물론 몇몇 남성의 부당한 성적 요구로 인한 피해자가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자칭 페미니스트"들은 어떠한가, "'꾸밈노동'을 강요하는 풍조" "여성이 왜 '여성성'을 가져야 하는가?" 말은 거창하게 하지만,
저 말들을 곱씹어 보면, "예뻐서, 또는 예쁘게 꾸며서 당한 거다"라는 발언이나 다를 바 없이 보인다.
명백히 상대에게 동의를 구하지 못한 남성의 잘못인 경우에도, 그들은 여성에게 '죄'를 묻고 있다.
 
나의 짧은 지식과 그로 인한 일천한 자신감에도 저 "자칭 페미니즘"이 페미니즘이 명백히 아니라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다.
 
하이힐도 마찬가지다.
힐은 신은 여성이 '혹시 모를 지나가던 남성의 성욕에게 봉사'하기 위해 힐을 신겠는가?
물론 선술했듯이 하이힐에 도착증을 가진 남성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는 도착증 보유자일 뿐이다.
그리고 모든 성도착증 보유자가 자신의 페티쉬만 보면 이성을 잃고 달려드는 것도 아니다. 만약 그렇게 무지성으로 달려드는 자기 있다면, 그는 남녀를 막론하고 "전문의의 치료을 요하는 환자"로 분류된다.
 
그리고 여성이 하이힐을 신는 욕구에 대해서 성적 동기가 있는 경우도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남성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이 경우에는 자기가 먼저 그 남성을 좋아하는 것이니 여성의 권리의 표출으로, 그 남성이 거부하는데도 여성이 그를 강제로 추행하지 않는 한 정당하다.
"힐을 신으면 (성적으로든, 아니든) 기분이 좋아져서"
이 또한 여성 스스로의 자연스러운 (성적이든, 아니든) 욕망 추구이므로 정당하다.
"집적거리는 놈 있으면 확 밟으려고" 이건 좀 무섭다;;
 
물론 몇몇 고용주들이 하이힐을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하지면 똑같은 논리로, 하이힐을 자신의 자유의지로 신고 싶어하는 여성에게까지 금지하는 것 또한 당연히 문제가 된다.
 
결국 남성이고 여성이고, 타인의 자유의지를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자유의지를 추구하는 것은 자연이 만인에게 공평하게 부여한 정당한 권리임을 다시 한 번 곱씹어본다.
 
 
 
갑자기 10년 전의 뻔뻔하게 느껴질 정도로 당당했던, 하이힐 신은 정치신인 김재연 前 의원이 그리워져서 그와는 정치성향이 정반대인 방구석 백수 청년이 여기다 끄적여본다.

댓글 10

best 괴즐케사 2022.03.10. 07:12
저 나이대만 할 수 있는 당당함이 있지 류호정 의원이랑 같은듯
best 괴즐케사 2022.03.10. 07:12
저 나이대만 할 수 있는 당당함이 있지 류호정 의원이랑 같은듯
댓글
리눅스 작성자 2022.03.10. 07:19
 괴즐케사
그럼 류호정 의원도 10여년 뒤엔 평범한 여성 정치인 룩이려나...
댓글
리나군 2022.03.10. 07:22
그때의 하이힐 + 치마와 지금의 저 룩은 상징이 달라서 그렇겠죠 ㅎㅎ
어떤 의미인지 님이 글에 더 잘 쓰신듯. 그래서 저는 괜찮다고 보는데..
댓글
리눅스 작성자 2022.03.10. 07:40
 연희바다성은얏따
요새는 그래도 의원직 박탈 함 당해봐서 나름 순해진 거 같긴 같던데 ㅋㅋㅋ
뿌리는 확실히 NL계파가 맞음
댓글
리눅스 작성자 2022.03.10. 07:49
 연희바다성은얏따
나도 솔직히 ㅋㅋ 지금도 안 좋아함 ㅋㅋㅋ
그래도 10년 전의 그는 강렬한 색깔에다가 뻔뻔하다고 말해야 할 정도로 대담했지
지금은 흔한 "자칭 페미" 정치인 1이 되어버린 것 같음

예전엔 방향은 크게 어긋낫지만 스칼라는 확실했지만
지금의 그는 방향성도 아니야, 양적으로도 엉터리인...

개인적으로 어차피 패배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의 빌런이면 화끈하게 불사르고(물론 소방대가 제어할 수 있는 수준에서) 가는 게 낫다고 봄
그래야 후대에 반면교사라도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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