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도서 추천하고 싶은 작가 - 까다롭스키

아마 대역물이나 회빙환 같은건 여기서 잘 다루지 않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쯤 읽어보면 좋은 작가라 생각해 몇자 남깁니다. 

한창 근육조선으로 대역물의 재미를 알아가던 시절에 우연히 접한, 고종- 군밤의 왕을 정신없이 읽고 또 읽은 후, 이번에 나온 임꺽정은 살아있다까지 꾸준히 정주행 하고, 또 보고, 또 보는 중입니다. 

이 작가의 소설이 다른 작가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첫째, 문장을 그래도 다른 대역 작가에 비해서 꽤 유려하게 쓴다는 점(물론 작중 어투가 좀 올드하긴 하지만 그것도 작가 스타일이겠지요.). 때문에 맞지 않는 표현, 비문이 나오면 그대로 덮어버리는 편인 저도 매력적으로 읽을 수 있었네요. 거기에 소소한 유머까지 넣어두니, 문장을 읽고, 다시 이해해보면 재미를 더 느낄 수 있었죠. 

둘째, 회귀물인데 회귀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첫 작품의 주인공인 군밤장수 할아버지는 그냥 살아온 경험에 의존해 이렇게 하면 좋겠다, 하는 생각 정도만 나누고, 임꺽정은 본인이 역사를 크게 뒤틀어 버려 알고 있는 지식이 의미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뜻을 같이 하는 많은 인물들과 함께 더 나은 미래를 어떻게든 만들어가는 점이 매우 인상깊게 다가오더군요. 

셋째, 고증이 철저하고, 그 고증에 따라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듭니다. 가끔 회빙환물을 읽다보면 먼치킨이 뭐든지 다하고, 고증은 개나주는 소설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 작가는 한편이 끝나면 꼭 이 사람의 성격은 이렇게 만들었고 이런 기록에서 유추했다고 꼭 써둡니다. 예를 들자면 두번째 작품, 임꺽정은 살아있다의 이이는

상당한 눈새로 나오는데, 한 사람이 한번 하기도 힘든 장원을 혼자서 9번이나 한 점, 그리고 그런 모습에 대해 비판이 실록에 적혀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눈새로 만들었다고 명시하죠.

넷째, 그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죽거나, 다치는 일이 첫 작품에서는 크게 없고, 둘째 작품에서는 멋진 죽음을 맞이합니다. 상대로서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나오는데, 주인공과의 갈등에서 오히려 성장하고, 본인이 원하는게 진정 무엇인지, 한층 더 성숙한 인물이 된 후 최후를 맞습니다. 평평한 악인이 아닌, 이런저런 갈등을 가지고 있고, 그걸 기반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죽음을 맞이하죠.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에서 인간의 힘을 믿는 작가의 사상이 숨어 있습니다. 세상이 이래저래 바뀌고 움직여도, 결국 사람의 힘을 믿고 그 힘이 큰 틀에 따라 저항하기도 하고, 순응하기도 하면서 스토리가 작동합니다. 

개인적으로 문장이나 전개는 어린 시절 즐겨 읽던 성석제의 소설과 비슷한거 같아 여러번 찾아 읽게 되네요. 시간과 여유가 있다면 꼭 읽어보시기를, 매우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