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도서 오정희 작가의 '안개의 둑'

한동안 제쳐두었다가 오랜만에 꺼내 읽은 소설.

오랜만에 읽어도 역시 오정희 작가의 소설은 좋다.

안개의 둑은, 저자의 기억의 연상(안개)이 현실로 번뜩 번뜩 돌아오는 곳(둑)으로 대치시켜 쓴 소설로,

안개 속의 세상(과거, 기억)은 몽롱하고 연상적이고 다층적이지만, 현실은 냉정하기 그지 없다는 것을 표현하였다.

아내와의 신혼여행, 과거의 섹스, 어머니와의 기억, 그리고 안타깝게도 장애인의 감정까지도 모두 안개로 치환해버리고,

지금의 섹스,  시끄러운 여관의 잘자리, 그리고 장애인의 불편한 움직임, 그리고 이 모두를 자기 중심적으로 차갑게 바라보는 자신을 현실로 바꾸어

이질적인 이미지들끼리를 묶은 뒤 서로를 대조시키는, 재밌는 소설이다.

지금까지 읽은 오정희 작가의 소설 중 가독성과 재미만 놓자면 이 작품이 아무래도 손가락에 꼽힐 정도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