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도서 오정희 작가의 '완구점 여인'

아릿한 하룻밤의 사랑을, 그리고 사랑을 남겨준 완구점 여인과, 그녀의 잃은 동생을, 사랑했던 동생을 이야기한 소설.

주인공인 거지 여성은, 그녀와 하룻밤을 보낸 완구점 여인을 밖에서 지켜본다.

그 완구점에서 그녀는 늘 오뚝이를 하나씩 샀었는데, 그 오뚝이는 소외된 세상에서 주인공을 지탱해주었다.

그녀의 동생도 그러했다.

그 동생은 휠체어를 타고 집 안의 자기 눈 높이에서 온갖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그릴 것이 없어지자, 자신의 나체와 누나의 나체를 그렸다.

그러던 중, 계단위에서 휠체어 채로 떨어져 죽게 되고, 동생이 그렸던 그림은, 그 집의 가정부이자, 이후 어머니가 된 여성에 의해 지워진다.

그 날이었다. 가정부였다가 어머니를 만난 그녀는 완구점 안으로 들어가, 완구점 여인과 하룻밤의 정사를 나눈다.

괴괴한 풍경속의 여인과 나눈 하루의 아릿한 정사를 잊지 못하던 주인공은,

진심어린 사랑을 고백하려 마음 먹고 완구점을 다시 찾아가나, 그 곳은 다방으로 바뀌고,

그녀는 동생을 상실하였을 때와 같은 마음을 느낀다.

이 책에는 단편이 11편 정도 있는데, 중후반에 들면서 조금 그냥 편하게 읽고 큰 생각 없이 읽다가,

마지막 두 편에서 감정이 크게 다쳤다.

너무 마음이 가라앉는다.

이 전의 '바람의 넋'도 그랬다.

앞의 소설들에서 좋았다가 그저 그랬다가 하다가, 마지막 소설에서 사람을 다 버려놨다.

오정희 컬렉션으로 출판된 다섯 권이 다 이럴 것 같다.

단편집 안에서 소설의 배치가 너무 훌륭하다.

이제 다른 책을 좀 읽어야겠다.

내 마음이 흑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