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도서 앤 카슨 <녹스>
- 고정닉
-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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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문학 전문가이자 <빨강의 자서전> 작가 앤 카슨의 '죽은 오빠를 위한 묘비' 같은 책.
이 책을 무어라 묘사해야할지 막막하지만, 대략은 이렇다.
앤 카슨의 오빠는 어렸을 때 가족들을 떠났고
그렇게 오빠의 존재를 완전히 잊고 살던 그녀에게
어느 날 오빠의 부인이라는 사람에게서 오빠의 부고를 듣게된다.
그리고 그녀의 인생에 오빠라는 존재가 갑자기 등장하며
거기에서 오는 슬픔과 당황스러움이 뭉뚱그려져
그녀는 자신의 기억과 오빠의 흔적을 통해 비어있던 오빠라는 존재에 대한 여정을 시작한다.
그 여정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인셈.
이 책의 가장 독특한 점은 바로 '복제본'이라는 점.
직접 타이핑 한 각종 고대 그리스 시와 고대 그리스어 단어들
그리고 오빠에 대한 자신의 메모가 약간은 어지럽게 "스크랩"된 책은
그녀가 직접 타이핑하고 오리고 찢고 붙여서 만든 <녹스>라는 책을 그대로 복제한 것이다.
내용 자체가 '상실에 대한 앤 카슨식 접근'이라는 점 외에도 사람들의 평가를 받는 부분이 바로 그것.
그동안 출판물에서 보기 힘들었던 예술제본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책은 표지 역할을 하는 상자에 담겨있고
내지는 한 장(사실은 긴 종이들을 사람이 직접 손으로 붙여서 만든)의 종이가 아코디언처럼 접혀있는 것.
책이라는,
활자와 종이로 이루어진 물건의 물성을 극대화한 하나의 작품 혹은 작품의 복제품이기에.
게다가 한국에서 이걸 번역 출판한 출판사가
작품의 완전한 복제와 번역 출판물의 사이에서 얼마나 깊은 고민을 했는지
글자 하나하나 그리고 종이 한 장 한 장에서 엿볼수 있음도 흥미롭다.
평면이 레이어를 이루고
그 레이어 안의 평면에 또다른 층위를 부여하는 것.
책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달까.
아무튼,
책 좋아하는 힙스터들에게 이 책이 왜 열광스러운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지...
확인하고픈 사람들에게
구매를 권합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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