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도서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읽고.

마크 트웨인의 소설 '허클베리핀의 모험'을 읽었다.

이 철저한 미국적 소설을 이제야 읽은 것이 조금 아쉬울 정도로, 이 책은 참 좋았는데,

이 책이 조금 지겹다는 것이 이해되는 것은, 무려 초반 240여 페이지가 상황 묘사에 할애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 638페이지이다)

이 앞부분에서 마크 트웨인은 교회, 윤리, 노예제, 마초적인 모든 미국 문화에 대해 신랄하게 까댄다.

이걸 전부 미시시피강에서의 자연스러운 생활과 강가의 마을들에 빗대어, 인물들에 투영하여 묘사하는데,

이 부분에서 참 생각을 많이 하며 읽게된다. 왜 이런 말들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240 페이지가 넘어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허클베리핀과 흑인 노예 짐의 모험이 시작되는데,

여기서부턴 인간성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인간성이란, 인간의 양심에 관한 것으로, 그 양심이 향하는 방향이 과연 어디인가에 대해 질문을 하며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악인을 바라보는 시선, 거짓말을 할 때의 죄책감, 이 모든 것의 양면성을 허클베리 핀이라는 소년의 시선을 통해 '어른적'으로 고찰된다.

이 부분이 톰소여의 모험과 다른 것 같은데, 톰소여의 모험에서 톰은 철저하게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풍자하는데,

그렇기에 톰 소여는 아무런 죄책감 없이 심한 장난을 저지르는 반면,

허클베리 핀은 '다소 어른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에 조금 더 생각이 많고, 인간에 대해 고민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명대사는,

허클베리핀이 '노예를 몰래 탈출 시키는 것'에 대한 죄책감과, '노예에게서 자유를 빼앗는 죄책감' 가운데 고민하다가 던진 한마디,

좋아, 난 지옥으로 가겠어.

이 한 문장으로 허클베리 핀은 속박, 노예, 윤리 등의 모든 미국 사회의 문제점을 뛰어넘어버린다.

정말 재미있게 읽어낸 책이다.

사실 초반부가 좀 지겨워 읽는데 5일이나 걸리긴 했지만,

이 지루함을 생각의 깊이로 바꾸어가며 읽는다면, 그만한 가치가 충분히 넘치는 책이기에,

어린 시절, 동화책으로 보았거나, 만화로 보았던 사람이라면, 이 소설을 아주 재미있게 읽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