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도서 김승옥 작가의 단편집 '무진기행'

 

이 책은 1960년대 한 개인의, 그리고 사회의 치열한 고민거리와 지향점을 펼쳐놓았다.

 

이 책에서 (내가 생각하는) 대표작은 '생명 연습'인데, 이 생명 연습에서 김승옥은,

 

그 처절한 삶의 본질 (이것을 생명이라고 작가는 표현했지만, 나는 ;삶'이라는 말이 더 와닿는다)에 접근하는 방법을 풀어놓는데,

 

그것은 바로 '본능'을 바라보고, '현실'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 두가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그 시대 삶의 본질이었던 것이다.

 

 

1960년대는 전후 세대가 청소년기를 지나 청년기로 넘어가는 시기였으며, 독재를 무너뜨리고 근대화로 접어드는 시기였고,

 

박정희가 아직까지 (최소한) 일관된 정책을 가지고 밀어붙이는 시기(그나마 멀쩡했던 시기라는 뜻)였다.

 

해방을 넘어, 전쟁을 넘어, 독재를 넘어, 근대화로 접어드는 시대에 맞이한 20대를 온전한 정신으로 통과하기란 힘들었을 것이며,

 

이에 대해 김승옥 작가는, 개인으로서 삶의 본질에 접근하는 방법을 '생명 연습'을 통해 본능(욕구의 해방)과 현실(욕구의 억제)의 추구라는 이름으로 해쳐나가려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만 이 책에서는 철저하게 '개인적'인 모습들이 나오는데,

 

아마도 이 역시 당시의 시대적으로 보면, '집단'에서 '개인'으로 주체의 이동이 시작되는 시기임을 인식하고,

 

그 상황에서 개인으로서 나아가야할 방향 혹은 인식점에 대해 해설해놓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편 한편이 좋으면서도, 사실 좀 읽기 버겁기도 했는데,

 

그것은 이미 지나온 시기의 고민들이라는 것이고, 하나는 나의 취향과도 많이 어긋나있기도 해서이지만,

 

지나온 시기의 고민은 그대로 의미가 있는 것인게,

 

이 책에서 대체로 여성의 해방은 '성姓'의 해방에 한정되어지는데(야행, 서울의 달 빛 0장), 

 

이를 비판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시대를 뚫고 나왔기에 지금의 여성해방 운동이 더욱 의미가 있으며,

 

과연 그렇다고 지금도 간혹 커뮤니티에서 보이는 여성에 대한 지나친 보수성 (특히나 아이돌의 연애 같은 것에 집착하는)을 보며,

 

아직까지 60년 전의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과연 어떠한 설명이 유효한가를 고민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