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글챌린지 그대가 나를 영영 떠나던 날 죽도록 미워 한참을 보았네. 헌데 아무리 보아도 미운 마음이 들지 않아 외려 내가 미웠어.
- Gos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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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보는 드라마에서 나왔던 대사다.
이 대사를 본방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주연배우의 SNS에 그 대사를 포함한 글이 올라오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돌이켜보면 내가 딱 저 상태였던 것 같다. 차여놓고 미운 마음은 안 드는데, 그렇다 하면 너무 사람이 호구같아지니까. 내가 나를 인정하지 못하겠으니까 기를 쓰고 미워하는 나를 연기했던 것 같다. 원망하지 않으면서도 원망하지 않는다 인정하기엔 오래 만나놓고 글 한 줄로 통보하는 사람을 미워하지도 못하는 내가 너무 미우니까.
그렇게 밉다 했지만 사건사고 뉴스만 보면 걱정됐고, 몇 주 전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연락을 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상대가 칼부림이 난 곳들 중 하나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산다. 거기 가지 말라고, 평소에 대중교통에서 이어폰 끼우지 말고 잠들지 말고 주위를 계속 둘러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정말 이 사람이 미운 게 맞나, 이게 진짜 원망인가 싶었다.
며칠 전에 원망을 놓으니 편해진다고 했는데 생각해보면 그냥 내 상태를 인정하니까 편해진 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받아들였음에도 생각보다 내가 밉지 않아 다행이다.
물론 정말 밉지 않은 건지, 너무 괴로워했어서 나를 미워할 기력이 안 남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 며칠 전에 <여자 없는 남자들> 감상평이 올라왔던데, 혹시 추천하고 싶은 사람이 저라면 조만간 읽겠습니다. 본가에 그 책이 있거든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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