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도서 지하 생활자의 수기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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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계속 읽어서 다 읽었다.

 

사둔지는 몇달 되었는데, 선뜻 손에 안잡히다가, 비오는 주말 이틀을 온전히 쏟아부을 책이 뭘까 고민 끝에 이 책이 손에 착 감겼다.

 

책은 언제나 그렇듯, 사두면 언젠가 손에 촥 감겨붙을 때가 있다. 그때 읽어야한다.

 

 

인간 그자체에 대한 생각이 담긴 책.

 

인간을 단순히 이성적 존재로 보지 않고, '의욕'을 가진 존재로 표현하여,

 

그 의욕과 이성의 합침을 개성이라고 이야기하고, 인간이기에 개성을 가졌으며 그렇기에 모두가 동일할 수 없다는, 

 

인간에 대한 과학적 법칙이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님을 이야기한 소설이었다.

 

 

1부에서 도스토예프스키는 '지하에서 사는 인간'이라는 표현을 통해, 인간의 생각에 대해 균일함이란 없다는 것을,

 

나아가 사상의 절대성은 없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는 인간은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하는데, 절대적 옳음을 이야기하는 사람 역시 옳지 못한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으며,

 

그것은 이성으로 설명되지 않는 '의욕'이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머리가 좋을수록, 함부로 말을 하지 못하며 괴롭다고 이야기한다.

 

그가 말하는 지하 생활자란 바로 그런 인간 전부이다.

 

밖에서 드러내놓고 주장하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을 작가는 지하생활자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지하생활자들에게서 동일한 행동을 끌어낼 수 없으며, 생각이 많을수록 행동을 함부로 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한다.

 

나아가, 이런 인간에게서 과학적 법칙을 이끌어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모든 주의주장에 대해 교조적으로 그것을 옳다고 하는 모든 이들을 비판한다. (사실 작가는, 그 궁극지점까지도 비판하는 것 같다.)

 

 

그리고 2부에서는 한 이야기 (수기)를 들려주는데,

 

나약한 인간의 이중적 면모를 통해, 인간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강자에게 이끌리는 사람들을 비판하면서, 그 앞에서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을 내세우고, 

 

하지만 그 내세움을 위해 숱한 고민을 하고, 술을 마시고, 제대로 이야기도 못하고,

 

더 약한 사람에게 감화를 주고, 하지만 그것이 결국은 자신의 비겁함을 숨기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밝힌다.

 

마지막에, 작부의 손에 돈을 쥐어주는 장면은 압권이다.

 

자신에게 감화되어 찾아온 작부에게. 스스로의 민낯을 보이고, 이를 보듬어 주려는 여자를 범한 뒤, 손에 돈을 쥐어주는 장면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에서 아내의 강간을 가만히 지켜보는 그 장면과 비슷한 느낌 (바닥을 긁어내는)을 주었다.

 

둘의 차이라면, 인간실격에서는, 그가 믿었던 타인에 의해 벌어진 장면인 반면, 이 소설에서는 자신이 직접 행한 일이라는 것이다.

 

두가지의 차이를 보면, 인간실격이 좀더 무기력하고, 지하생활자의 수기는 좀더 비참하다는 느낌이다.

 

 

오랜만에 이런 책을 읽어 좋았다.

 

바닥을 긁어나가는 책.

 

그래서 한시간에 20페이지 정도 읽었다.

 

특히나 1부는 한번에 20페이지도 읽어내지 못했다.

 

이렇게 가끔 바닥을 긁어내는 책을 읽으면, 인간에 대한 나약함과 나의 방향을 생각한다.

 

나라는 존재가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할지, 어떻게 타인을 바라보아야할지를 생각하게 된다.

 

(이상하게도, 이런 류의 책을 읽으면서 내 스스로에 대한 탐구는 또 적다.)

 

 

주말 이틀을 온전히 이 책에 쓸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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