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글챌린지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 중에서

 내가 인생에서 처음으로 직면한 문제는, 미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아버지는 시골의 소박한 승려로, 어휘도 부족하기에, 단지 "금각처럼 아름다운 것은 이 세상에 없다."고만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나는 자신도 모르는 곳에 이미 미라는 것이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에, 불만과 초조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미가 명백히 그곳에 존재하고 있다면, 나라는 존재는 미로부터 소외된다.

 그렇다고 해서 금각이 나에게 결코 하나의 관념은 아니었다. 산으로 막혀 있다고 해도, 보고 싶으면 직접 가서 볼 수 있는 하나의 물체였다. 미는 그처럼 손으로 만질 수도 있고 눈에도 확실히 비치는 하나의 물체였다. 여러 가지로 변모하는 가운데, 불변의 금각이 버젓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으며 믿고 있었다.

 금각은 내 손 안에 잡히는 작고 정교한 세공물처럼 생각되는 때도 있었고, 혹은, 하늘 높이 끝없이 솟은 거대한 괴물과도 흡사한 건물이라고 생각되는 때도 있었다. 미라는 것은 작지도 크지도 않고, 적당한 것이라는 생각이, 소년인 나에게는 없었다. 그렇기에 여름철의 꽃들이 아침 이슬에 젖어 희미한 빛을 발하고 있는 듯이 보일 때, 금각처럼 아름답다고 나는 생각했다. 또한, 구름이 산 저편을 가로막고 천둥을 머금은 채 암담한 테두리만을 금빛으로 번쩍일 때에도, 그 웅대한 광경을 보며 금각을 연상했다. 심지어는 아름다운 사람의 얼굴을 보아도 마음 속으로, '금각처럼 아름답다'고 형용하기에 이르렀다.

 

- 미시마 유키오, 금각사, 웅진지식하우스, 2002.

댓글 3

금개구리 작성자 2020.06.26. 07:18
 리나군_주니어
근데 막.... 엄청 좋고 그런 책은 아닐 수도....
저에게도 깊이 인상에 남을 정도는 아니었어요
댓글
리나군_주니어 2020.06.26. 07:29
 금개구리
저 문구만 봤을땐, 좀 투박한 가와바타 야스나리 느낌인데요..궁금해지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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