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도서 시) 변하지 않는 시대의 모습 (겨울의 빛 - 김명인)

겨울의 빛

 

                                                        김명인

 

골목 안 국밥집에는 두 사내가 마주앉아

허름한 저녁을 들고 있다, 뚝배기 속으로

달그락거리던 숟갈질이 빈 반찬그릇에서 멎자

한 사내는 아쉬운 듯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붙여 물고

유리창 밖을 내다본다, 마주앉은 사내는

목덜미를 타고 내리는 식은땀은 닦아 낼

겨를도 없이 남은 국물을 들이마시고

마지막 깍두기를 씹고 있다, 언제 왔는지 어둠이

깊은 심연처럼 그릇 바닥에 고여

어둑히 내다보면 구겨지는 골목으로 벗어나며

저 사내에게도 갈 곳이 있다는 것일까

어느새 웃자란 수염이 차지한 뽀쪽턱을 비껴

추위에 움츠린 겨울의 가등(街燈)들이 무심한 듯

길바닥에 일렁거리지만

불빛이 감추는 망막 때문에 유리창 안쪽으로

따뜻한 것들이 기웃거리는지

아까부터 군청색 작업복의 사내가 골똘히 생각하는 것은

대책 없는 허술한 앞날일 뿐

잿빛 잠바도 모르는 사내들의 길 위로 어디서나

흔해빠진 길들을 차지하려고 사람들은

저렇게 바쁘게 오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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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편하게 편하게 읽히는 시다.

 

겨울의 국밥집의 풍경, 그리고 길의 풍경, 그리고 국밥을 먹는 사내의, 사람들의, 젊은이의 마음의 풍경이다.

 

 

이 시의 압권은 제목이 아닐까 싶다.

 

겨울에 빛은 있을까.

 

 

그리고 지금 우리의 삶에 빛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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