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도서 쌀 재난 국가

쌀 재난 국가 - 이철승

이 책은 동아시아의 주식인 '쌀'이 현대 동아시아 사회, 특히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불평등의 원인이 되었는지 톺아보는 책입니다.

쌀은 밀보다 단위면적당 인구 부양력이 높은 작물입니다. 그 대신 쌀을 경작하기 위해선 밀보다 많은 양의 물과 노동력이 필요합니다. 저자는 쌀과 밀의 이러한 차이가 오늘날 동양의 집단주의와 서양의 개인주의로 이어졌다고 말합니다. 최근의 코로나 사태에서 동아시아 국가들이 더 통제를 잘한 것도 이러한 집단주의의 영향입니다.

쌀 농사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두레와 같은 자발적인 농촌 조직이 생겨났습니다. 두레는 협력을 효율화하기 위해 스스로 위계를 만들고, 기술을 표준화 평준화하면서 서로의 논에 손을 보태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두레는 경쟁을 부추겼습니다. 농민들은 서로에게 노동력을 제공하지만, 그 수확물은 개인이 소유하는, 공동생산-개별소유의 시스템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공동생산-개별소유의 두레에서 농민들은 서로의 논의 크기와 심은 모의 양은 물론이고 '옆집의 숟가락 갯수'마저도 알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옆집 김씨네가 더 많은 쌀을 수확하게 되면 '똑같이 일했는데 왜 수확량이 다르지?'하는 의문이 생기게 된다는 겁니다.

아무튼 이러한 농촌 협력 조직이 협력과 경쟁을 동시에 부추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광복 이후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이러한 두레의 시스템이 기업으로 이전되면서 연공서열제를 기반으로 한 '동아시아 자본주의'가 만들어집니다. 두레 시스템은 동아시아 국가들의 빠른 경제 성장을 이끌었지만 이후 엄청난 불평등을 초래하게 되는데...

어떻게 불평등이 초래되었는지 궁금하면 직접 읽어보십쇼ㅎㅎ;

표지도 뭔가 요즘 감성?이고 되게 일상적인 소재(쌀)로 거대 담론을 이야기하는 책이어서 가벼운 책일줄 알았는데, 여러 통계 자료를 사용한 진짜 사회학 책이었습니다. 그동안 이런 책들이 겉핥기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아니었움ㅎㅎ..

아무튼 재밌게 읽었습니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