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도서 <보통 일베들의 시대>, 김학준 저,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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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일베들의 시대>, 김학준 저, 2022

 

"타자의 고통을 무시하고, ‘평범’을 열망하며, 냉소로 혐오하는 사람들. 일베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민낯은 무엇을 말하는가?" 

 

최근 <내 안의 차별주의자>를 읽고, 책의 내용이 우리나라의 상황과 정서에 맞지 않아 아쉬움을 느끼던 중, "조금 더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는 책은 없을까?"라는 의문이 들어 관련 커뮤니티를 찾아보다가 이 책을 추천받았다. 

 

나는 지금까지 일베라는 커뮤니티가 혐오 표현을 하는데 누구보다 거리낌이 없고, 같은 정치 성향, 이념을 갖은 “병신들”이 한날한시에 모여서 생겨난 줄 알았다. 그러나 이 책의 1장에서 일베라는 커뮤니티가 한국 인터넷 문화의 발전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생겨난 사이트라는 것을 주장하는 것을 시작으로, 독자가 가지고 있는 "일베"에 대한 고정관념들을 하나둘 부서지게 한다. 

 

2장부터는 일베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실제 일베 회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 중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이 책의 핵심 소재 중 하나인 “평범 내러티브”이다. 평범 내러티브를 요약하면, 사회적 시스템에 지나치게 순응한 나머지 구조적 문제에서 발생하는 자신 혹은 타인의 고통을 ‘너만 그런 것이 아닌’ 평범한 것으로 치부하고, 고통을 이겨내지 못한 이들에게 "자기 경영에 실패한 개인에게 책임이 있는 문제"라면서 냉소하고 깎아내리는 태도를 일컫는다. 여기서 저자는 이 평범 내러티브가 단순히 일베 이용자들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라, 근대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뿌리 깊은 문제이며, 2030 청년들의 마음속에 자신도 모르게 자리 잡은 정서라고 주장한다. 나 또한 이러한 생각을 자연스럽게 갖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일베라는 대상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느꼈다. 그들을 무작정 비난하는 것이 정답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세월호 폭식집회” 같은 몰상식한 행동과 그들의 혐오 표현을 옹호하고자 하는 취지가 아니다. 하나의 뿌리 깊은 사회문제로 바라보고 개선 방향을 찾아야 하지, "일베"라는 대상을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탄압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부분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분석도 되어있는데, 이 부분도 많이 인상적이었다. 2030 청년들의 마음을 가장 잘 대변하는 정치인인 그가 다름 아닌 "일베적 마인드"를 가졌다는 것과 진보 진영에서는 이에 대응하는 담론을 전혀 형성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그의 화술에 당하고 있다며 이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슬슬 마무리할 때가 왔는데, 여기에 어떤 말을 더 덧붙여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일베"라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차별에 관련된 이야기, 혐오 표현과 관련된 문제들을 깊게 알고자 이 책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2000년대 이후 한국 사회 전반과 산업화 과정에까지 원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생각이 많이 복잡해진다. 화려한 꿈 대신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은 것이 꿈이 되어버린,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댓글 8

함필규 작성자 2022.07.29. 16:12
 고정닉
댓글이 수정된 것 같은건 기분탓인가요
댓글
고정닉 2022.07.29. 16:16
 함필규
읽었다는걸 평가하는 거 같아서 수정함.
댓글
함필규 작성자 2022.07.29. 16:18
 고정닉
ㅇㅎ 책 추천 감사합니다
댓글
호타쿠 2022.07.30. 02:52
 bbggkkk
ㄷㄷㄷㄷ 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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