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도서 영화 "헤어질 결심" 각본집, 박찬욱 정서경 저, 2022

영화 "헤어질 결심" 각본집, 박찬욱 정서경 저, 2022

  지난 7월 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고 난 후, 여운이 너무 오래 남았다. 유튜브로 감독의 인터뷰를 보고, 다른 사람들이 쓴 후기들을 읽어보다가 곧 각본집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고, 아무런 고민 없이 구입을 결정했다. 영화 각본집을 읽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어떻게 쓰여 있을지 궁금했는데, 우리가 고등학교 문학 시간에 본 시나리오 지문과 똑같은 형식으로 되어있었다.

  영화 촬영 이전에 완성된 각본이기 때문에, 실제 촬영, 편집된 영화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고, 그 다른 지점을 찾아내는 즐거움이 컸다. 예를 들어 해준이 전해 들은 질곡동 사건의 후일담은 영화에서 볼 수 없고, 연수의 애드립 "돌 빨았냐?"는 각본집에 실리지 않았다. 또한 각본에만 숨겨 둔 복선을 찾아내면서 그 씬에 담긴 감독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고, 소품과 배경에 담긴 사소한 의미까지 전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각본집을 읽으면서 극장에서 볼 때 놓친 부분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느꼈다. 현란한 촬영 기법과 분위기에 매료되어 대사를 일부 놓쳤는데, 텍스트로 읽으니까 템포를 나에게 맞춰 대사 하나하나 곱씹어 볼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영화를 보고 난 후의 여운 때문에 각본집을 읽었더니, 영화를 다시 한번 보고 싶어진다. 앞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 나온다면 각본집 구매를 주저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