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모라이스(어쩌면 전북의) 축구가 노잼인 진짜 이유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북의 경기가 대체적으로 보는 맛이 떨어진다는 의견에 동의할 것이라 믿는다. 그런데 왜 재미가 없을까 하는 질문에는 이렇다 할 대답을 못하다 아마 '강팀을 상대하는 상대 팀들이 초반부터 주저 앉는 바람에 공간이 쉽게 나지 않아, 템포가 루즈해 진다.' 정도로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이 말에 대해 듣는 쪽이나 심지어 말하는 쪽이나 석연찮은 기분은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성적이나 최소 실점 같은 통계만 보면 강팀은 강팀 같은데 실제 경기를 보면 늘상 고루하며 전혀 강팀 같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리라. 

 

결국 전북의 문제는 무엇일까? 정말로 강팀이 맞긴 한 걸까?

 

오늘은 이 허상에 가까운 이미지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1. 주저 앉는 건 전북이였고

 

 

내려 앉는다는 표현의 수비 전술은 결국 어느 지역에 숫자를 많이 가져 가느냐의 문제다. 챔스 8강에서 뮌헨과 바르셀로나가 센터 서클에 많은 숫자를 가져간 것을 두고 주저 앉았다는 말을 꺼내는 이는 아무도 없다. 결국 자기 진영 어디에서 숫자를 늘리냐, 그리고 목적이 무엇이냐가 주저 앉았다는 표현을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전북을 상대하는 팀들이 정말로 주저 앉았다는 말을 들을 만큼 수비 쪽에 많은 숫자를 두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수비 진형에 숫자를 늘리는 것은 그만큼 상대 공격 숫자가 많아 억제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북의 공격 숫자는 그렇게 많지 않으며 전북을 상대하는 수비수들은 공간보다 맨마킹에 주력한다. 애초에 한정된 숫자라 뒤로 돌아 뛰어가는 선수를 의식할 필요가 없다. 뒷공간으로 파고드는 한교원이나 바로우는 종적인 공간에 대한 속도 도전이지, 하프 스페이스와 측면에서 숫자 싸움으로 만들어낸 복합적인 공간 창출은 아니다.

 

간혹 전북의 공격 전개시 상대 패널티 박스 안에 수비숫자가 많아 보이는 것은 상대적인 이미지며 실제로는 전북의 공격수가 적게 투입 됐을 뿐.

 

그렇다면 전북의 선수들은 어디에 있는 걸까?

 

모든 경기를 뭉뚱그려 일반화 할 순 없지만 적어도 포백 라인에 대해서는 일관적이었노라 대답할 수 있다. 전북의 양 센터백과 우측 풀백(이용)은 공격 작업에 그다지 관여하지 않았다. 이들의 주된 목적은 수비에 있었으며 

 

통념적인 의미로 보면 이 세 사람은 늘 주저 앉은 상태였다.

 

 

 

 

2. 느린 센터백 조합의 딜레마

 

 

최소 실점의 허상 같은 이미지에 대해 말해보자.

 

현재 전북의 실점은 10골. 울산과 공동 1위다. 그러나 전북이 수비에 강점인 팀인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왜 그럴까?

 

수비를 잘하는 팀을 떠올리면 아틀레티코 같은 팀이 떠오른다. 전술은 4-4-2 정도가 떠오를 것이다. 4-4-2가 수비하기 편하다는 것은 바둑판의 배열처럼 수비 섹션이 고르게 배분 돼서, 한 선수가 그 자리를 이탈해도 근처 선수가 곧바로 해당 공간을 매울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혼란이 적기 때문이다.

 

전북의 수비가 이렇게 조직적일까? 그렇지 않다. 전북은 수비 전술로 최소실점을 이뤄낸 게 아니라 늘 수비 숫자를 고정해 놓고 실점에 리스크를 줄였을 뿐이다. 공격 숫자가 적은 것처럼 수비 숫자도 그렇게 많지 않다. 애초에 이 팀은 분업화가 확실한 팀이다. 공격과 수비를 병행하는 것이 현대 축구의 트렌드라 할 수 있을 텐데 이 팀이 구닥다리 틀딱팀처럼 느껴지는 것은 단순히 평균연령이 높아서만은 아니다.

 

결국 센터백의 주력이 느린 것이 발목을 잡는다. 라인을 올리자니 뒤로 돌아뛰어가는 선수를 잡을 수 없고 공격숫자를 줄이자니 공격 작업이 시원찮고. 그래서 모라이스는 수비와 공격을 나누어 버렸다. 공격에만 집중하는 이가 있으며 수비에만 집중하는 이가 정해져 있다.

 

좌측은 그럭저럭 위 아래로 풀백과 윙어가 자주 오르고 내리곤 하지만 우측은 아니다. 작년 문선민이 그랬던 것처럼 한교원은 공격 지역에서 자주 머물고 있으며 이용 또한 수비 지역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왜 측면에서 부분전술이 없지?'

 

'왜 풀백이 오버랩을 하지 않지?'

 

'왜 측면에서 중앙으로 볼을 몰지 않지?'

 

전북은 공간에서 숫자 싸움을 하는 팀이 아니다. 개인전술에 기대는 팀인 것이다. 이는 좌측보다 우측에서 더 도드라진다. 내실을 다지고 전방 공격수들에게 공격을 맡기는 축구는 하위팀이 선택하는 전술과 비슷해 보인다.

 

사실이 그렇다. 전북은 강팀이어서 좋은 성적을 낸 게 아닌 실리축구를 구가했을 뿐이다.

 

 

 

3. 사실상 미드필더에 가까운 이용

 

올시즌 전북의 최다 패스 부문은 누구일까? 아마 대부분 손준호를 뽑을 것이며 실제로도 그렇다. 손준호는 패스 뿐만 아니라 키패스 2위(22회), 태클 1위(20회), 인터셉트 1위(34회), 도움 1위(5회) 심지어 출전시간도 1위다. 공수에서 대부분의 역할을 도맡아 하는 그는 총 1,052회의 숫자로 전체 패스 부문에서도 1위다.

 

패스횟수 2위는 이용이다. 횟수는 894회. 뿐만 아니라  중앙 지역에서의 횟수도 손준호(738회)에 이은 514회로 2위이며 오히려 공격지역에서의 패스는 손준호(146회) 보다 많은 227회를 기록하고 있다.

 

단순히 패스 횟수를 가지고 그의 역할을 정의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지만 김진수와 직접 비교를 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김진수의 총 패스 횟수는 731회로 최보경(754회)에 이어 4위이다. 애초에 후방에서 볼을 많이 돌리며 점유율을 늘리는 터라 포백의 패스 횟수는 불가결하게 오른다지만 이용과 김진수는 분명 차이가 있다.

 

결정적인 차이는 탈압박 횟수다. 김진수는 2회 이용은 0회다. 김진수는 보다 도전적인 플레이를 하며 오버랩도 보다 적극적이었다. 이는 파트너라 할 수 있는 양 윙어의 성향과도 맞물린다.

 

김진수는 정통 윙어가 아닌 중앙 지향적인 무릴로와 호흡을 맞췄고 무릴로가 측면에서 중앙으로 볼을 몰고 갈 때 오버랩을 통해 뒤로 돌아가 줄 필요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김진수는 직접적으로 상대 선수를 대치하고 1:1대결을 통한 공격 찬스를 꾀했다. 전형적인 풀백 내지는 윙백의 역할이었다.

 

반면 이용은 발빠른 한교원에게 공격 작업을 맡기며 본인은 패스횟수를 늘려 점유율을 유지하는데 주력 했다. 센터 서클을 넘어서 공격 패스의 숫자도 늘렸다지만 한교원과 동일한 라인까지 올라가지는 않았다. 상대의 압박이 오면 안전하게 패스를 돌렸지 본인이 제치려는 시도는 별로 없었다. 이는 팀 상황상 의도적인 역할이라 해석해야 할 것이다.

 

4-1-4-1이나 4-1-2-3의 진형에서 손준호의 역할은 너무 많다. 3선에서 숫자를 늘려 손준호의 부담을 덜어줄 수도 있었지만 공수를 아예 분리한 탓에 공격형 미드필더의 숫자를 줄이고 싶진 않았다. 때문에 이용의 역할은 후방에서 안정화에 의의가 있었으며 이는 이용의 대부분의 스탯이 패스로 몰린 주 원인이라 할 수 있다.

 

18년 9회의 도움 숫자로 도움 부문 전체 3위를 했던 이용의 올 시즌 도움 횟수는 1회다.

 

 

 

 

4. 모라이스는 변화에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처음부터 모라이스가 이런 하위팀이 택할 법한 실리 축구를 고집한 것은 아니다. 부임 초에는 스리백을 쓰기도 했고 좌측 센터백에 이주용을 배치해 순간적으로 공격 숫자를 늘리려는 의중을 보이기도 했다. 작년 서울과 맞대결에서는 맞불을 놓았을 때 피로함을 느껴 세 번째는 아예 미러링을 해서 개인기량으로 쉽게 승리를 챙기기도 했다.

 

그러나 유독 올시즌에는 전술에 변화를 주려고 하지 않는다. 이것이 가장 전북다운 전술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인지 그 어떤 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알 길은 없다. 계약기간은 곧 종료. 성적도 그럭저럭 내고 있는 중이라 그에게는 당위성이 있다. 

 

젊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어 팀의 미래를 다질 이유도,

 

선수가 선호하는 포지션에 배치하여 본인이 잘하는 축구를 할 수 있게 해줄 이유도,

 

팬들이 즐거워 할 법한 축구를 위해 노력해야 할 이유도 전혀 없다.

 

 

 

전북과 모라이스의 관계는 지극히 사무적인 것 뿐이다. 라고 생각하는 게 내막을 알지 못하는 팬의 입장에서는 속이 편할 것이다.

 

 

 

 

댓글 9

best 푸른치 2020.08.17. 08:24
아수라발발타 2020.08.17. 05:02
공감가는 내용이 몇개있네 울산하고 비교해보면 걔넨 공간활용을 참 잘함 공격작업할 때 딱딱 맞아떨어져가는 느낌이고 적재적소에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배치되는데 전북은 대부분 선수들이 박스 안 침투나 공간활용을 안하고 상대 진영 주변에서 볼 돌리는것에 집중을 함. 유현태 기자님이 늘 지적하고 공감갔던 하프스페이스 쪽 공격실종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봄. 그나마 수원전은 공간 활용하려는 모습이 몇차례 나오고 득점도 나와서 조금 지켜볼만하다고 봄
댓글
아수라발발타 2020.08.17. 05:06
그리고 개인적으로 2시즌째 불만인게 리드상황에서 주도권 다 내주고 쳐맞기 바쁘다는 거임. 이장님시절 닥공까지는 바라지도 않음 90분동안 상대에게 기회한번도 안주는건 말도 안됨. 근데 이 팀은 리드하고있으면 공격을 통해서든
후방점유를 통해서든 경기 주도권 최대한 안 줘야 하는데 상대에게 공격하세요~ 하고 쳐맞기 바쁨. 이번 수원 후반전도 똑같았음 수원 젊은 선수들이 많이 뛰면서 찬스 만들어냈지만 그 정도로 찬스 내주는건 말도 안된다고 봄 결국 실점도 했고 정말 밸런스있게 리드 지켜나갈거면 똑같은 포지션 교체하지말고 구자룡이던 신형민이던 수비적인 성향의 선수를 넣었어야하는데 무릴로 쿠니모토 넣고 지키려니 그게 되나..
댓글
우리구개축정복 2020.08.17. 08:32
공격작업도 구바로우 오면서 좋아지긴 했지만 그냥 알아서 뛰어라 수준인디..
댓글
뭉실뭉실알파카 2020.08.17. 08:58
이 글 대로라면 올시즌 전북이 우승한다면 많이 슬플 것 같다. 이런 구식전술이 통할 정도로 리그 수준이 낮다는 소리로 들려서...
댓글
용수아웃종신 2020.08.17. 23:23
 뭉실뭉실알파카
그정도는 아닌게, 걍 선수 수준이 너무 높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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