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문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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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책의 저자인 신영복이라는 사람은 

 

흔히들 말하는 '빨갱이'이다.

 

그것도 그냥 '빨갱이'가 아니라, '진짜 빨갱이'다.

 

통혁당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게 되고, 이후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어 약 20년 이상을 감옥에서 지낸 사람이다.

 

그것도 '비전향 장기수'란 타이틀을 달고서.

 

 

 

비전향 장기수란 말을 혹시나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봐 설명하자면,

 

본인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비 전향) 장기 복역을 택한 이들을 말하는 것이다.

 

 

 

 

예전부터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던 이유는,

 

우선 분단된 한국 사회에서 비전향 장기수가 겪어야할 고통이란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1. 감옥에서도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며, (죄수들끼리 괴롭히는게 문제가 아니라 간부가 죽도록 괴롭힌다.)

 

2. 사회에 나와서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여건이 되지 못한다.

 

 

 

그 상황에서 이 사람이 그렇게까지 지키고자 했던 신념은 무엇이었을까? 

 

이것이 너무 궁금했다.

 

 

 

 

그냥 해본 생각인데, 이 사람은 '주체사상의 신봉자'가 아니었나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통혁당 사건을 인터넷으로나마 들여다 보니, 

 

이 사람은 북한의 간첩들에게 직접적으로 포섭되어 교단에 서서 활동하였으며, 이외 잡지에 기고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주체사상이라고 표현되는 김일성의 사상에 심취하여 있었던 사람인 것으로 보이며,

 

본인은 그 사상이 틀리지 않았다는 신념이 있었기에 '비전향 장기수'의 삶을 택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저자의 감옥생활의 내용 일부와 본인의 가족들과의 소소한 교류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마 감옥에서의 검열 때문에 실질적으로 겪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신체적 고통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빠져있다.

 

 

 

위에서 말한 숱한 고초를 겪는 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문체는 편안하다. 

 

그러나 그 문체에 의미와 날이 서있다. 

 

그래서 초반엔 읽는데 매우 오래 걸렸다. 

 

나중에야 이 사람의 생각과 삶이 내게로 와서 이해를 도와주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약 200 페이지 정도를 정말 어렵게 어렵게 읽었던 것 같다.

 

 

 

 

 

가장 생각나는 부분을 이야기하자면,

 

저자는 본인이 서 있는 곳 (감옥)이 응달이며, 이 곳은 사회의 모든 바닥들이 모여있는 곳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그 바닥이 있고서야 사회가 있는 것이고, 그렇기에 그 밑바닥에서 배울 것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말을 조금 생각해보면, 개인의 범죄는 모두가 사회의 부조리에서 시작된 것이고, 그 범죄자들이 모여있는 곳이 감옥이기 때문에,

 

죄수들의 유형을 보면 사회의 문제점을 통찰해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사람은 매년 연말에 한 해를 되짚어보며 편지를 쓴다.

 

감옥에 있는 사람이 어떤 특별한 일이 있어 되짚어 볼 것이 있단 말인가 생각을 하다가도,

 

다른 편지들에서 나오지만, 경험이 단절된 곳에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것은 오로지 생각의 외연을 넓히는 것 밖에 없고,

 

이를 통해 성찰과 사고를 끊임없이 해나가지 않는 것에 대해 치열하게 자아비판한다.

 

감옥 밖에 있는 나보다 더 치열한 삶을 이 사람은 생각만으로도 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는 신체적 고초도 겪고 있다.)

 

 

 

 

 

조금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좋지 못했던 것은,

 

80년대 생인 나에게 주체사상이니, 간첩이니는 솔직히 크게 와닿지 않는다. (삐라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1968년의 그 반공이 최고의 주의주장이던 시기에 서울대를 졸업하고 육군사관학교에 강사로 있던 엘리트 지식인이

 

간첩과 만난 뒤, 북한의 사상에 빠져들어 끝까지 그 것이 옳다고 믿으며 20년의 세월을 감옥에서 버텼다는 사실이 너무 무서웠다.

 

 

 

 

 

책을 다 읽은 후, 내가 했던 생각은 과연 그 사상이 얼마나 맞는 말이기에 저렇게까지 할까?라는 생각보단, 

 

그 시기에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저렇게까지 밀고 나갈 정도의 신념이란 도대체 얼마만한 크기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나는 살면서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삶의 자세에 한한 신념을 이만한 크기로 가지고 살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분단된 조국이 아니었으면 그저 단 하나의 철학 신봉자였을 사람이,

 

이 분단된 사회에서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받아들이기까지, 그리고 이를 지켜나가기까지의 과정이 너무나도 험난했을 것이라고 눈에 뻔히 보여서 무서웠다.

 

 

 

 

 

P.S 이 책을 읽을 때, 이 사람의 사상이 맞고 안맞고를 먼저 생각한다면, 참 이 책을 읽어내기가 불편할 것 같다.

 

나도 거의 200페이지 정도를 너무 힘들게 읽었으니까.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사상이 무엇이었을까 라는 생각보단, 신념의 크기가 얼마만했을까라고 되뇌이며 이 책을 읽는다면, 

 

한결 마음 편히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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