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내가 결혼 못하는 이유

나는 곧 이사를 간다.

소득이 0이었던 백수시절, 국가에서 청년들에게 주택을 임대해준다고 했다.

아무 생각없이 1인가구가 넣을 수 있는 가장 큰 평수의 주택을 골라서 신청했다.

남들은 10번, 20번을 해도 안된다는데 초심자의 행운이라는게 발동한건지 한방에 당첨!

그리고 뚝딱뚝딱 집을 잘 지을거라 하더니 이제는 다 지었나보다.

다음달부터 입주하라고 등기가 날아와버렸음

그때부터 가구와 가전들을 알아보러 다녔다.

옵션이 가스렌지 하나인 집이라 열심히 발품을 팔아야 한다.

요즘 그렇게 지내다보니 나 혼자 살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혼자나 둘이나 인원차이는 2배지만 생활비는 차이가 거의 없다.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매각처리 되었다.

조만간 구조조정을 할거같은데 그 대상 중 하나가 내가 될...거같....은 느낌이 든다.

요즘 같은 시대에 나는 재취업을 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자신없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열심히 공부하는 중이다.

이런 고민을 주변에 이야기하면 가장 먼저 걱정해주는건 나의 상황이 아니다.

돈이 있어도 힘든데 그렇게 되면 결혼은 어찌하냐며 나의 결혼만을 걱정해준다. 

최근에 집안일로 모아둔 돈을 많이 썼고, 실직을 눈앞에 둔 상황이라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상황인건 맞긴하다.

돈은 없는데, 나이는 많고, 미래도 불투명하고, 잘생기지도 않은 나같은 사람은 결혼시장에서 9등급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그건 너무 바보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사실 결혼하는것에 있어서 조건은 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인데 왜 그리 중요하게 고려하는지 잘 모르겠다.

증거는 주변에 널리고 널렸다.

나와 비슷한 조건에서 결혼한 사람들은 잘 살고있다.

나보다 못생기고, 나보다 나이많고, 나보다 능력없고, 나보다 돈 없는!

한마디로 나보다 심각한 사람들도 결혼해서 잘 먹고 잘 산다.

다 나름의 짝을 만나서 잘 살고있는거다.

결혼은 기본적으로 공동체 생활이다.

다만 학교나 회사처럼 졸업, 퇴사의 개념이 없다.

죽어야 끝나는 영원한 공동체 생활.

공동체가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상호간의 배려, 양보, 존중, 희생은 기본이 되어야 한다.

정말 운이 좋고 조상님이 나를 도와준다면 처음부터 나의 모든 부분을 포용해 줄 사람을 만나겠지만

그런 사람은 개체수 자체가 매우 적고 개체수가 적은 사람을 만날 확률은 기적에 가깝다.

아무튼 결혼 생활을 할거라면 공동체 생활에 적합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안타깝게도 공동체 생활에 적합한 인간이 되는건 너무나 어렵다.

30년을 넘게 엄마가 방치우라고 치우라고~~~ 잔소리를 해도 나만의 방식으로 어질러 놨다면서 안치웠던 나다.

30년을 넘게 엄마가 집에오면 옷걸으라고~~~ 잔소리를 해도 절대 옷을 걸지 않았던 나다.

30년을 넘게 엄마가 화장실 변기에 금빛 물줄기 튀지 말게하라고 잔소리를 해도 들어 처먹질 않았다.

음 지금 생각해보니 참 씹쌔끼네

아무튼 나도, 그리고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도 수십년동안 비슷하게 살아왔을거다.

그런데 만난지 얼마 안된 사람에게 결혼했다는 이유로 저러한 희생과 배려를 해준다는건 말이 안된다.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다. 

수십년동안 이어온 관성의 문제다.

게임을 오래 하는건 현실 도피라는걸 안다.

그런데도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다.

내가 운영하는 사이트가 게임사이트니까 일의 한 부분이야라고 스스로 정당화시키며 한다.

자기전에 스마트폰을 보면 안된다는 것도 안다.

그래도 열심히 보다가 잔다.

이런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이 결혼했다고 갑자기 습관을 바꾼다는건 불가능에 가깝다.

현재의 나는 결혼이라는 공동체 생활에 뛰어들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이런 상태로 결혼해봤자 잠시 맞춰주는척 배려해주는척 불편하게 연기하며 살다가

결국은 결혼생활이 싫어서 와이프 친정갔으면,,, 여행갔으면,, 생각하게 되고

주변사람들에게 "너는 결혼같은거 하지마라" 따위의 말을 지껄이는 인간이 될 게 뻔하다.

난 결혼을 위해서 사람이 되는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나부터 스스로 존중하고 습관을 바꾸어야 한다.

타인을 향한 존중은 나를 향한 존중으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걸 깨달은 후부터 나는 주변을 깨끗하게 유지하려 하고

조금 더 부지런하게 살고자 계획도 세우고 홈트레이닝도 하려고 노력했다.

설거지, 청소, 빨래 등등 치우는 류의 집안일은 쌓아두지 않고 바로 하려고 했다.

이렇게 스스로와 주변을 정돈하면 타인에게 관용과 친절을 베풀 여유가 생긴다.

나의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누어 줄 수 있다.

친구든 연인이든 모든 관계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좋은 사람이 되는 것

다른 사람을 만나려는 노력은 그 뒤에 해도 늦지 않다.

좋은 사람이 되어서 좋은 사람을 발견하면 그때 노력하면 된다.

내가 그 사람을 향해 절반을 다가가면 나머지 절반만큼 나에게 다가와주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났을때 좋은 관계가 형성되고 이상적인 결혼생활이 가능할거라고 본다.

결혼은 이득을 보기 위한 계약이 아니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상대를 섬겨야 하는 공동체 생활이다.

나는 오늘도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고 타인에게 행복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행복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훨씬 쉽다.

그게 늘 행복하게 사는 사람의 비밀이다.

혼자 걷기 좋은 길이어야 둘이 걷기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