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리스트 - 시적이고 종교적인 하모니 S.173

프란츠 리스트가 작곡한 피아노 모음곡집으로, 1852년에 작곡되었다.

리스트의 "순례의 해"와 함께 그의 가장 규모가 큰 모음곡집이다.

"피아노 소나타", "순례의 해 제 2권", "발라드 2번"과 더불어 전성기 시절의 리스트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자주 꼽힌다.

 

이 곡은 프랑스의 시인 "알퐁스 드 라마르탱"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서 작곡되었으며, 1,3,9번 곡에는 그의 시를 발췌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리스트의 가톨릭을 향한 독실한 신앙심도 볼 수가 있는 곡이기도 하다.

대부분 리스트의 종교적인 음악은 후기 시절에 쓰여진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모음곡의 존재로 인해

그의 종교적인 세계는 이미 진즉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리스트는 이 곡에 대해 굉장히 어려워 하고 또 신중했다고 하며, 이 곡의 출판과 개정을 수차례 반복하였다.

지금 이 시적이고 종교적인 하모니는 바로 세번째로 발표된 작품이다.

첫번째와 두번째 판도 존재하고 있는데, 구성이나 기법들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만 내용 자체는 완전히 동일하여

최종판본이자 가장 다듬어진 세번째로 발표한 것을 거의 모두 사용하고 있다.

 

모음곡은 총 10개의 곡으로 구성되어있다.

다만 각 곡들은 서로 간 전혀 연관성이 없으며, 아예 독립적인 악곡으로써 작곡이 되어있다.

몇몇 곡은 그냥 예전에 작곡한 합창곡이나 가곡을 피아노로 편곡한 것이기도 하다.

여러모로 독립적인 면모도 있고, 또한 전체 사이클의 연주시간이 1시간이 훌쩍 넘어갈정도로 굉장히 길기도 하여

전체 사이클보다는 몇몇 곡을 발췌해서 연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1. Invocation

"기도"라는 제목의 곡이다. "시적이고 종교적인 하모니"의 문을 열어제끼는 프렐류드격의 음악이다.

광대하고 웅장한 화음과 함께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오는 종교적이고 감동적인 곡이다.

시작이라는 위치도 있고 음악도 훌륭하여 시적이고 종교적인 하모니에서 가장 유명한 곡중 하나이다.

 

2. Ave Maria

2번 곡은 "아베 마리아"이다. 리스트가 예전에 작곡한 합창곡을 편곡한 곡이다.

이렇다보니 전체적으로 피아노 음악이라기 보다는 관현악이나, 성악곡적인 성격이 더욱 짙다.

마치 종소리와 같은 신호와 함께 시작되며, 이후 섬세하면서 아름다운 아베마리아가 펼쳐진다.

참고로 악보에는 가사도 집어넣고 있으며, 곡을 연주하면서 따라 부를수도 있게 해두었다.

 

3. Bénédiction de Dieu dans la solitude

3번 곡은 "고독 속의 신의 축복"이라는 곡이다. 이 곡은 시적이고 종교적인 하모니에서 가장 유명한 곡중 하나이다.

또한 시적이고 종교적인 하모니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비중이 큰 음악중 하나이며, 무려 20분에 가까운 길이를 가지고 있다.

너무나도 맑고 순수한, 아름다운 선율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무척 아름다운 곡이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물결과 같은 아르페지오나 몇몇 기법에서는 드뷔시나 라벨의 인상주의와 상당히 유사하다.

전체적으로 형식은 일단 3부형식이지만, 여러모로 동시기에 작곡한 "피아노 소나타"와 "대연주회용 솔로"와 상당히 유사하다.

 

4. Pensée des morts

4번곡은 죽은자의 기억(추억)이라는 곡이다.

사실 리스트 본인은 바로 이 4번 곡을 이 모음곡집의 최대 핵심이라고 생각하였다고 한다.

가장 먼저 작곡이 되었으며, 그만큼 리스트가 가장 개정을 많이 거듭해왔다.

실제로도 리스트가 왜 애정을 지녔을지 알정도로 이 곡에는 흥미롭고 파격적인 요소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동시기의 "피아노 소나타"에서 사용된 주제 순환 기법이 이 곡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다만 리스트에게는 아주 안타깝게도 인지도는 그다지 높지 않은 음악이다.

처음에는 제목의 죽은 자를 향한 슬픔을 표현하듯 비통하고 강렬한 카덴차와 함께 시작한다.

이 카덴차는 끊임없이 박자와 리듬이 변화하며, 조성이 불확실하게 구성되어있다. 

리스트답게 물론 화려하면서도 격렬한 기교도 함께 펼쳐지고 있다.

카덴차의 후반부에는 저음부에서 웅장한 성가가 등장하며, 이후 강렬한 분위기가 점차 가라앉게 된다.

이후에는 아까 등장한 성가의 악상을 기반으로 죽은 이와의 기억을 회상하는 듯 아름답고 몽환적인 부분이 등장한다.

이 부분의 음형은 재미있게도 베토벤의 "월광"소나타를 오마쥬하고 있다.

중반에는 잠시 격렬해지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곡을 마무리 짓게 된다.

 

5. Pater noster

"주님의 기도"라는 제목의 곡이다.

2번 "아베 마리아"와 마찬가지로 과거의 합창곡을 편곡한 곡이다.

맑고 투명한 2번곡과 다르게 전반적으로 묵직하고 더욱 종교적인 느낌의 곡이다.

마치 그레고리오 성가를 보는듯한 음형도 중간중간 등장한다.

 

6. Hymne de l'enfant a son reveil

"잠에서 깬 아기의 찬가"라는 음악이다.

또다시 이 곡은 과거의 합창곡을 편곡한 음악이다.

"아베 마리아"와 유사한, 맑고 투명한 선율이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악곡이다.

 

7. Funerailles

"장송곡"이라는 제목의 곡이다.

1,3번곡과 더불어 시적이고 종교적인 하모니에서 가장 유명한 곡중 하나이며, 자주 단독으로 연주가 되는 음악이다.

이 곡은 작곡한 시기에 일어났던 헝가리 혁명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학살되는 것을 목격하고 비참한 감정속에서 작곡되었다고 한다.

리스트는 이를 암시하듯이 "장송곡"이라는 제목 말고도 "1849년 10월"이라는 숨은 부제를 붙여두었다.

사연이 사연이다보니 전체적으로 무척 무겁고 어두운 음악이다.

중반부에는 밝은 장조 부분이 등장하면서 약간 분위기가 누그러지기도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처음의 장송행진곡이 돌아오면서 비통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된다.

악곡 전체적으로 "쇼팽"에 대한 오마쥬가 자주 옅보이고 있다.

중반부에는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2번의 장송행진곡을 오마쥬한 아름다우면서 간절한 멜로디가 등장하며,

후반부에는 쇼팽의 "영웅 폴로네이즈"의 옥타브 기교를 오마쥬한 부분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아무래도 동 시기에 사망한 쇼팽에 대한 헌사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8. Miserere d'après Palestrina

"미제레레, 팔레스트리나에 따라"라는 제목의 곡이다.

이 곡도 또다시 과거의 합창곡을 편곡한 곡이다.

다만 앞의 곡들과는 달리 종교적인 선율 속에서 트레몰로, 아르페지오와 같은 기교가 등장하고 있어

상당히 화려한 느낌이 들고 있다.

 

9. Andante lagrimoso

이 곡은 모음곡에서 유일하게 제목이 없는 곡이다.

대신 리스트는 옆에 라마르텡의 "눈물, 혹은 위로"라는 시를 붙여두고 있다.

전체적으로 리스트 특유의 매혹적이고 몽환적인 선율이 흘러나오는, 오페라가 떠오르는 음악이다.

안타깝게도 시적이고 종교적인 하모니에서 가장 인기가 없는 음악이라고 할수 있다.

 

10. Cantique d'amour

"사랑의 찬가"라는 제목의 곡이다.

시적이고 종교적인 하모니의 대망의 피날레이다.

이 곡은 동시기에 리스트와 사귀고 있던 여인 "자인-비트겐슈타인"에게 바치는 음악이며,

거대한 "시적이고 종교적인 모음곡"의 결과는 살짝 안맞는 듯한 음악이다.

그래도 음악적으로는 무척 훌륭하다는 평가의 곡이다.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몽환적인 아르페지오가 펼쳐지는 아름다운 하프풍의 음악이다.

후일 리스트는 이 곡을 하프로 편곡을 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