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드뷔시 - 전주곡집 제 1권 L.117

클로드 드뷔시가 작곡한 피아노를 위한 전주곡집으로, 1910년에 1권, 1913년에 2권이 작곡되었다.

이 전주곡집은 드뷔시 인상주의 피아노 음악의 정점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곡집이며,

뿐만 아니라 20세기 피아노 음악을 통틀어서도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다양한 대중매체에서도 전주곡이 인용되기도 하여서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상당히 높기도 하다.

 

전주곡집은 권당 12곡, 총 24개의 곡으로 구성되어있으며,

이 숫자는 드뷔시가 존경하던 프레데릭 쇼팽의 전주곡 숫자를 따라한 것이라고 한다.

드뷔시는 이후에도 자신의 연습곡집에서도 쇼팽의 숫자를 따라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절대음악이었던 쇼팽과는 달리 드뷔시는 인상주의적이고 표제적인 노선을 걷고 있으며,

각 전주곡별로는 제목을 붙이고 있다.

또한 드뷔시는 규칙적으로 조성을 배치하던 쇼팽과는 달리 자유롭게 조성을 다루고 있으며,

몇몇 곡에서는 거의 "무조성"에 가까운 조성을 선택하기도 한다.

드뷔시는 각곡의 제목을 특이하게도 곡의 끄트머리에다가 써두었는데,

이는 음악을 연주 및 감상하고 "당신은 지금 이를 경험한 것입니다"라는 의도로 이렇게 한것이라고 한다.

다만 현재에 와서는 이미 제목을 써둔 채 음반이 나오거나 연주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그의 의도를 느끼는것을 불가능하다.

 

제 1권은 가장 먼저 완성된 만큼(1910년) 아직 더욱 깊은 세계로 들어가지는 않고

전반적으로 듣기 쉽고 편안한 느낌으로 작곡되었으며, 이 속에서 드뷔시 특유의 새로우면서 몽환적인 선율과 화음이 울려퍼지고 있다.

그만큼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곡들이 다수 포진되어있기도 하다.

 

1. Danseuses de Delphes 델피의 무희들

전주곡의 문을 열어제끼는 기념비적인 곡이다.

옛 델피의 조각상에서 춤추는 세명의 무희들을 표현하고 있는 곡이다.

장중하고 느릿한, 아름다운 3/4박자의 춤곡이 펼쳐진다.

전체적으로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나 "그노시엔느"의 영향이 느껴진다.

 

2. Voiles 돛(베일)

번역명은 대부분 "돛"이라고 하지만 모호하게 적어두었기에 "베일"로도 해석할 여지가 존재한다.

이는 드뷔시가 의도적으로 한것이며, 본토인 프랑스에서도 다양한 해석들이 갈리고 있다.

"온음계"가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모호한 조성의 신비롭고 미스테리한 분위기의 곡이다.

흔들리는 듯한 음형은 마치 돛이 흔들리는 느낌도 들고,

신비롭고 모호한 느낌은 마치 베일에 쌓여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여러모로 다양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음악이다.

 

3. Le vent dans la plaine 들판을 지나는 바람

들판을 지나가는 날카로운 바람을 표현하는 곡이다.

바람은 선선하게 불다가 또 갑자기 휙 거칠게 불어오르기도 한다.

바람은 점차 선선해지다가 결국 조용히 사라지게 된다.

 

4. Les dons et les parfums tournent dans l'air du soir 소리와 향기가 저녁 대기 속에 감돈다

샤를 보들레르의 시 "황혼의 노래"의 한구절에서 제목을 따왔다.

저녁노을이 지는 마을을 보는듯한 느긋하면서 쓸쓸한 분위기의 아름다운 왈츠풍의 음악이다.

다만 박자를 다소 불규칙하게 구성해두어 어딘가 왈츠가 위태롭게 펼쳐진다.

 

5. Les collines d'Anacapri 아나카프리의 언덕

아나카프리란 이탈리아 나폴리에 있는 섬의 이름이다.

"타란텔라"리듬이 펼쳐지는 무척 밝고 경쾌한 춤곡이다.

중간에는 잠시 템포가 느려지면서 이탈리아 민요풍의 멜로디가 펼쳐지기도 한다.

특유의 즐거운 분위기는 차분한 분위기였던 이전 전주곡들과 무척 대조를 일으킨다.

 

6. Des pas sur la neige 눈 위의 발자국

 

모든것에 눈에 뒤덮이고 싸늘하게 얼어붙은 길을 걸어가는 행인을 묘사하는, 우울하고 쓸쓸한 분위기의 곡이다.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D-E-E-F 리듬을 통해서 더욱 쓸쓸하고 외로운 분위기를 강조한다.

드뷔시도 이 곡의 우울한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해서 인지 템포 지시를 "슬프고 느리게",

그리고 D-E-E-F 리듬에 "이 리듬은 슬프고도 얼음처럼 차가운 경치에서의 울려 퍼지는 효과를 나타내어야 한다"라고 써두었다.

36마디 밖에 안될정도로 짧은 구성의 음악이지만 워낙 느린 음악이라 연주시간은 약 4분정도로 꽤 길다.

 

7. La fille au cheveux de lin 서풍이 본 것

 

"서풍"이란 유럽에서 거칠게 불어오는 돌풍을 의미하고 있다.

아까의 3번과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폭풍에 가까운 무시무시한 바람을 표현하고 있는 격렬한 곡이다.

모든것을 날려버릴듯한 사나운 기세의 바람을 피아노의 폭력적이고 거대한 아르페지오로 표현하고 있다.

난폭한 아르페지오같은 다양한 기교가 등장하고 있어 전주곡집 1번에서 가장 어려운 기교를 자랑하는 도전적인 난곡이다.

전반적으로 몽환적인 전주곡 1권에서 가장 빠르고 강렬한 곡이라고 할수 있겠다.

 

8. La fille au cheveux de lin 아마빛 머리의 아가씨

이 곡은 전주곡집에서 가장 유명한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빛, 즉 "황갈색"의 머리 색깔을 지닌 아름다운 아가씨를 표현하고 있는,

무척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목가풍의 음악이다.

워낙에 아름다운 음악이라서 다양한 편곡이 존재하고 있는데,

특히 하프의 편곡이 아주 유명하다.

 

9. La sérénade interrompue 끊어진 세레나데

상당히 재미있는 서사를 상상하게 만드는 해학적인 전주곡이다.

전반적으로는 기타를 연상시키는 음형이 펼쳐지는 스페인풍의 세레나데 음악이다.

하지만 이 세레나데는 자꾸 어떤 장난꾸러기가 중간에 훼방을 놓아 끊고 있다.

세레나데 연주자는 나중에 결국 화가 폭발하여 그만하라고 소리지르는듯 기타를 위협적으로 연주한뒤,

마침내 훼방꾼이 사라지면서 기여코 연주를 마무리 짓게된다.

 

10. La Cathédrale engloutie 가라앉은 대성당

바다 속에 가라앉은 성당이 한번 떠오른뒤 다시 가라앉는다는, 

프랑스의 한 전설에서 모티프를 따온 발라드풍의 전주곡이다.

다른 곡들과는 달리 확실한 이야기 속에서 음악이 펼쳐지고 있어 서사적인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성당을 표현하는듯 오케스르타같이 웅장하고 장중한 코랄풍의 화음이 곡을 지배하고 있다.

 

11. La danse de Puck 퍼크의 춤

셰익스피어의 희극에 등장하는 장난을 좋아하는 요정 "퍼크"를 표현하고 있는 음악이다.

장난을 좋아하는 요정이라서 그런지 곡은 경쾌한 붓점 리듬이 펼쳐지는 익살스러운 음악이다.

중간에 희롱하는듯한 음형은 마치 퍼크가 장난을 치는 모습을 보는듯 하다.

결국 신나게 장난을 치고 난 후, 퍼크는 마지막에 뿅~ 사라지면서 끝난다.

 

12 Minstrels 음유시인

전주곡 1권 대망의 마지막 곡이다.

이 곡의 음유시인은 중세시대의 음유시인이 아닌, 

20세기 초반에 유행하던 흑인들을 조롱하고 풍자하는 "민스트럴쇼"를 표현하고 있는 음악이다.

우수꽝스러운 쇼를 표현하기 위해 

시종일관 장난스럽고 유쾌한 리듬이 펼쳐지는 무척 변덕스럽고 익살스러운 음악이다.

이런 익살스럽고 즐거운 음악을 통하여 장중한 춤곡으로 시작한 전주곡 1번을 우스꽝 스럽게 마무리 짓는다.

다만 다소 비하적인 내용이 아쉽긴 하지만 이는 당시 시대상의 한계이기도 하다.

음악자체는 굉장히 높은 예술성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음반 피아니스트 : Jean-Efflam Bavouzet)

 

2권 들으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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