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라벨 - 서주와 알레그로 M.46

 

Harp : Marie-Pierre Langlamet / Flute : Emmanuel Pahud / Clarinet : Wenzel Fuchs 

Violin 1 : Christophe Horak / Violin 2 : Simon Roturier / Viola : Ignacy Miecznikowski / Cello : Bruno Delepelaire

 

라벨이 작곡한 하프를 위한 실내악 작품으로, 1905년에 작곡되었다.

 

1904년, 악기 제작사 "플레옐"은 자신들의 신형 하프를 홍보하기 위해 드뷔시에게 하프 곡 하나를 의뢰하였고,

드뷔시는 "하프와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두 개의 춤곡"이라는 곡을 발표하게 되었다.

이는 나름대로 성과를 보이게 되었고, 자극받은 라이벌 제작사 "에라르"는

자신들만의 신형 하프를 제작하게 되면서 드뷔시의 라이벌로 자주 비견되었던 "모리스 라벨"에게 하프곡을 의뢰하게 된다.

다만 의뢰를 받아들인건 좋은데 라벨은 하필 얼마뒤 친구들과 보트 여행을 떠날 약속이 있었고,

만약에 이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제출기간을 놓치게 되다보니 

라벨은 그야말로 미친듯이 곡을 써내려갔고, 무려 단 1주라는 굉장히 짧은 시간에 만들어졌다.

완벽주의적 성향때문에 굉장히 느린 작곡 속도를 지녔던 라벨에게 있어서 아주 이례적인 일이었다.

다른 곡들처럼 신중하고, 완벽하게 작곡하지 못해서 라벨은 이 곡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본인의 자서전에 작품 목록에서 이 곡을 빼기도 하였다.

하지만 음악은 굉장한 성공을 거두었고, 시간도 흘러가 결국 생각이 달라졌는지 

나중에는 자신의 음악 프로그램에 즐겨 넣게 된다.

 

제목처럼 이 곡은 서주가 딸린 알레그로 단악장짜리 작품이다. (약 10~11분 정도)

알레그로 부분은 정석적인 소나타 형식 구성으로 이루어져있다.

전반적으로 앙상블파트는 관현악, 하프 부분은 솔로 악기처럼 작곡되어 하프를 위한 협주곡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중반부에는 아예 하프를 위한 카덴차도 두고 있기도 하다.

음악은 라벨만의 아름다운 화성과 미려한 기법들이 듬뿍 들어간 굉장히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특유의 달콤한 분위기는 동시기에 작곡된 "다프니스와 클로에"와 유사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빠른 속도로 작곡된 탓인지 라벨 특유의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시도는 그다지 없고 전반적으로 단순하고 쉽게 쓰여져 있지만,

오히려 이 단순한 매력이 곡의 매력을 끌어올려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평론가들이 이 점에 들면서 고평가를 하기도 하였다.

 

여담으로 플레옐사와 에라르사의 하프 대전은 결국 에라르사의 승리로 끝나게 되었다.

플레옐사의 신형 하프는 추가된 신기능이 이것이 굳이 음악에 필요한가?라는 평가를 받았고

에라르사 하프의 신기능들은 대단히 실용적이고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이후의 신형 하프들이 이 기능들을 하나둘 도입하게 되었다.

현재, 에라르사의 신형 하프는 현대 하프의 아버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