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어떤 양형 이유 - 판사도 휴먼이야 휴먼

  박주영 - 어떤 양형 이유

  판사와 검사가 책을 내고 그게 드라마로도 나오는 시대입니다. 서점을 좀만 뒤적여 보면 현직 판검사가 쓴 책들이 꽤 있더라구요. 하지만 그 중에 그렇게 인상깊었던 책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판사나 검사가 써서, 내부자의 입장에서 폐쇄적인 조직의 이야기를 써서 화제가 됐을 뿐이었던 것 같아요. 그럴거면 법원이나 검찰 출입하는 기자의 취재기를 읽는 게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 낫죠. 사시 패스한 사람들이 썼다고 해서 글의 메세지나 글의 구성 자체는 그닥 별다를 게 없었던 거 같아요. 언제나 그렇듯 교보문고에는 간판홍보대상이 있지만 그게 책의 퀄리티를 보증해 주지는 않는 것처럼요. 그런 당신께 이 책을 추천해 드립니다.
제게 이 책은 두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네요.

1. 잘 쓴 글은 무엇일까?
  잘 쓴 글은 읽기 쉬워야 합니다. 기본입니다. 읽기 쉽다는 건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죠. 그 중에서도 중요한 건 독자와의 공감대 형성을 얼마나 잘 이루어내냐죠. 그 지점에서 보면 이 책의 초반부는 조금 읽기 힘듭니다. 시도때도 없이 대중문화의 수많은 파편들을 가져다 쓰거든요. 예를 들자면 아이언맨에서는 이랬고 가오갤에서는 저랬고 등등.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이 가져다 써요. 별로 좋은 글쓰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적당하면 좋을텐데 너무 많이 쓰면 글 자체 신뢰도가 떨어지고 메세지가 흐릿해져버리기 때문이죠. '자신이 하는 말에 확신이 없으니 아이언맨에 기대고 배트맨에 기대는 구나' 뭐 이런 식으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읽기 좋습니다. 초반부를 지나면서 이 판사의 글쓰기에 익숙해지는 것도 있어요. 하지만 결국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명확하며 깊이가 있기 때문이죠. 좋은 말들이 꽤 있어요. 저는 최근에 친구 결혼식 축사를 할 일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 몇 가지 아이디어를 가져다 썼습니다ㅋㅋㅋㅋ그래서 초반부의 실책이라면 실책이 더욱 아쉽게 다가왔어요. 그냥 이 분은 자기 언어로 하고 싶은 말 해도 될텐데 왜 굳이 그러셨을까 하는 생각이었죠.

2. 판사도 고민하는 존재
  판사는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에겐 뭔가 유니콘 같은 존재죠. 그런 생각을 가진 분들이 일독하실만 해요. 예전에 법조계에서 일하시는 분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분이 이런 말을 하시더라구요. "판사도 여론 무지하게 신경 쓴다. 결국 갸들도 사람이다" 이 말이 이 책을 보다보면 여실히 와닿습니다. 사실 사람이 다 똑같잖아요. 판사도 마찬가지에요. 성공에 목매고 힘든 부서 싫어하고 가슴아픈 판결 내려야만 하는 상황에 힘들어하고. 군대가기전에도 그러지 않았나요? 진짜 부모님과 사랑하는 사람들도 못 만나는 곳에 2년 가까이 갇혀 있어야 한다면서 한숨만 나왔는데 결국 별다를 거 없었잖아요. 아 결국 여기도 사람사는 곳이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잖아요. 판사도 똑같더라구요.

  사실 저는 나름 사법부 특집으로다가 이 책을 권석천의 '두 얼굴의 법원'(사법농단 취재기)과 함께 읽었습니다. 그래서 뭐 얻어간 게 있었냐구요? 앞서 말씀드린 두 가지 생각할 거리에 더해서,
결국 그들도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 띠지에 누군가 평한 것처럼, 아 이런 판사들만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

댓글 2

우리민족끼리나군 2020.05.29. 12:18
알죠. 그들도 사람인걸.
다만 그들이 기계가 아닌 사람이기에, 조금만 더 진보적이길. 그래서 기존 판례에서 조금만 더 자유로워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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