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우리는 흐르고 있다 -『유체도시를 구축하라!』를 읽고 (1)

우리는 흐르고 있다

-유체도시를 구축하라!를 읽고

 

서론

 

잠시 2014년의 이야기를 하겠다. 대학교 신입생이었던 나는 학교의 커리큘럼이라는 존재를 모르고 내가 듣고 싶은 강의들을 듣곤 했다. 그 마음을 예찬한다느니, 자유로웠다느니 하면서 꾸며 쓸 건 없다. 다만 그 강의 중 3학년 때 듣기를 권장하던 문예창작실기론(안타깝게도 2019년을 기점으로 내가 다니던 대학에서 이와 같은 종류의 수업들은 멸종하고 말았다. 바꿔 말하면 나는 미리 들어서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이 있었는데, 교수였던 임경섭 시인이 참고자료로 보여준 영화가 있었다. 마이클 무어의 <자본주의: 러브 스토리>(2009)가 그것이다.

영화는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중심으로 부시 대통령 시절, 미국 사회에서 벌어진 자본주의의 암적인 면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러니까, 미국의 99%(대중들)가 서브 프라임 모기지라는 제도의 적극적 활용이라는 믿음으로 맡긴 터전과 자본을, 1%라는 거대기업들과 월가의 몰락-혹은 외면(메릴렌츠와 리먼브라더스는 파산, AIG도 부도 직전까지 갔었으므로 몰락이라 할 수 있지만 월가의 중심인 골드먼삭스는 더 부자가 됐으므로 절반의 몰락과 절반의 외면(혹은 도피)이라 할 수 있겠다)으로 인한 배신을 처절하게 맛보게 된 2009년까지의 미국을. 영화는 버락 오바마의 당선으로 인해 세상이 바뀔 계기가 마련됐다 여기면서 다소 희망적인 결말로 마무리를 짓는다.

첫 단추가 중요하다고들 하던가. 이 영화 이전 고전문학 아니면 먼 나라의 이야기로만 느껴졌던 미국이라는 나라는 내게 한 발 가까이 다가왔다. 뿐만 아니라 이 영화에서 보여주던 이미지들은 내가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보를 접할 때마다 두 번씩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그런 마음을 갖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시간이 흘렀다.

7년 뒤 2021. 2014년 당시 5년 전의 영화는 12년 전의 영화가 됐고, 미국은 세 명의 대통령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부터 소개할 책은 2012년의 책이다. 그러니까, 영화에서 마지막에 희망적인 연출을 보여주던 새 시작 이후(물론 책 안의 내용을 보면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쓴 글들을 모아놓은 분량이 상당수이긴 하지만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지 않고서야 2012년에 책이 나왔을 리가 없고, 실제로 내용의 시간적 범위는 그 이상이긴 하다).

이 책은 작가가 2010년에 발표한 뉴욕열전의 속편이라고 한다. 그 사실을 모르고 이 책을 샀지만 프롤로그를 보고 안심했다. 속편에 충실한 책이기에. “동일한 하나의 주제-세계이민도시 뉴욕에서 민중의 투쟁은 어떻게 도시공간을 형성하고 있는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29p.)고 작가는 처음부터 명시했고, (완전한 이해는 불가능하겠지만) 내가 읽을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줬다. 책의 구성을 보면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사이에 3부를 넣고 있다. 각 부에서는 건축, 예술, 신체에서 일어난 몽상과 생산에 대해 묘사를 하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생산적인 일-노동과 투쟁의 역사를 다룬다.

그렇다. 이 책은 투쟁에 대한 책이다. 투쟁의 발원인 저자의 의문을 피봇으로 둔 책. 그렇다면 저자가 본 의문은 무엇일까. 책의 옮긴이들(소량, 디디, 하지메)은 후기에서 우리가 투쟁의 리스트를 마주할 때마다 그 모든 행간에 의문을 던지는 냉소적인 시대에 살고 있”(소량, 디디, 하지메, 옮긴이 후기, 유체도시를 구축하라!, 아우또노미아 총서, 2012, 415p.)고 저자가 의문을 던진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냉소주의는 뭘까. 옮긴이들의 말에 의하면 미래에 대한 환상으로 번쩍이는 건물의 아름다움에 대한 맹신~ 그 사이에 켜켜이 쌓인 고즈넉한 이야기들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부숴버리(위 출처와 같은 위치)”는 의견, 정책들이겠다. 이러한 압축을 풀자면 자신의 과거-요컨대 민중의 존재 흔적-을 자신의 도시적 정체성/ 동일성 구축에 도입하지 않는 도시인 뉴욕의 개발로 과거를 말소하거나 다른 장소에서 정신적인 기원을 계속 구하는 행동”(383p.)이다. 그러나 작가는 여기에 그친다면 역시 냉소주의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여지라는 걸 알기에 한 발 더 나아간다. 이러한 행동이 일어나는 공간 뿐 아니라 이러한 행동이 발생하는근간을 조명한다. 작가는 그러하므로 모두를 움직여 왔던 것은 몽상과 그 힘이라고 전제를 한 채 책을 읽기를 권장한다.

 

1. 가령, 미국다운 미국

 

우리는 상상하고 가정한다. 머릿속에서 과거에 일어났던 일에 대해, 혹은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여러 시뮬레이션을 상정한다. 그리고 한 명의 상상은 다른 이들을 포섭하거나, 그렇지 않거나-대치하거나 회피하게 하거나 야합시키거나 정복욕을 불러일으킨다거나 하는 상황을 만든다. 그렇게 포섭 혹은 야합을 이뤄낸 이들은 한발 앞서 지지층을 만들고 (폭발적인 성장 기대치를 가진)작은 사회를 만들 수 있겠다. 작가는 이러한 힘을 눈에 담았기에 몽상을 도시의 형성에 있어 가장 큰 힘으로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정들이 담긴 가장 대표적인 도시로 뉴욕을 뽑았다.

뉴욕, 현대 미국의 대표적인 도시. 왜 이 도시는 미국을 대표한다는 이미지를 갖게 됐을까. 이 질문을 다르게 바꿔서 질문하면 반추가 가능하겠다. 어떤 점에서 미국을 대표한다는 걸까. 여기서 우리는 둘 중 하나겠다. 어떤 점을 찾느라 답을 못하거나 단순하게 답을 할 수 있거나. 후자의 의견이라면 이렇지 않을까 가정해본다. 가장 미국다운 도시. 이 글은 계획 없이 쓰고 있기에 앞으로도 이 문단으로 몇 번씩 돌아올지도 모른다.

몇몇 사람들(작가가 실제로 겪었다 하는 사람들)은 일본인이 왜 뉴욕에 대해 말을 하냐고 묻는다. 그러나 작가는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다. 자신이 겪었던 장소, 일을 하던 곳에서 자신보다 문예사조를 잘 아는 사람이 없다고 자부한다. “나와 같은 극동 아시아인이 서양(미술/사상)에 대해서 그들보다 훨씬 잘 알고 있다고 하는 이 틀림없는 사실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았다며(143p.)” 작가가 거주 중인 뉴욕에서 겪은 전통적인 미국주의를 언급한다. 그렇다. 작가는 미국, 그것도 뉴욕에 거주 중이고, 뉴욕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다.

다시 위의 문단으로 돌아가 보자. “가장 미국다운 도시라고 썼다. 그렇다면 미국다운이란 것은 뭘까. 사람들마다 다를 것이지만 교집합은 존재한다. 작가는 이 교집합을 미국의 역사를 언급하며 접촉을 시도한다.

 

프롤로그에서 기술했듯이, 미국적인 도시화에는 두 가지의 대조적인 전형이 있다. 하나는 워싱턴을 대표하는 정치가이자 대통령이었던 토머스 제퍼슨의 사상이고, 다른 하나는 뉴욕을 대표하는 유력가이자 정치가인 알렉산더 해밀턴의 기호이다.(73p.)

 

독립전쟁 후의 미국에서는 두 개의 대조적인 도시계획이, 유럽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도시공간을 분절화하고자 했다. 우리가 음미하게 될 뉴욕적인 도시공간이 형성되는 데 그 기초를 만든 것은 미국적인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발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던 정치가 알렉산더 해밀턴의 실리주의였다. 이에 비해 수도 워싱턴 D.C. 계획의 기초를 만들었던 토머스 제퍼슨은 이 새로운 국가에 걸맞은 도시형태 추구에 있어서 계몽주의 이후의 유럽 사조를 그 모범으로 하였다. (39p.)

 

제퍼슨은 워싱턴 D.C.의 도시계획에 관여했지만 방약무인한 자본주의적 개발을 두려워했으며……(중략)…… 유토피아적인 복고취미로 나타났다. 이와는 정반대의 경향이 경제발전 중심주의가 이끈 뉴욕의 도시계획이다. (73~74p.)

 

경제발전 중심주의라 했다. 이것을 뉴욕의 미국다움을 전부 표현할 수 있는 표현이라 할 수는 없어도 저 표현은 작가가 의도한 뉴욕의 미국다움을 상당수를 담고 있다. 가령 뉴욕의 대표적인 다섯 이미지-허드슨 강, 자동차 도로, 그리드(계획도시에서 볼 수 있는 바둑판 모양의 균일한 거리), 마천루, 센트럴파크에서 작가는 허드슨 강에 대한 역사 이야기로 책의 1장을 시작한다. 허드슨 강의 역할이 19세기에 크로튼 수도의 기능적 역할 분담과, “자동차 도로, 다리, 마천루 등의 근대적 구축물들에 의해 재문맥화되어 추상화된 풍경의 한 단위로 환원”(56p.)됐다고 한다. 정화수를 사용하는 게 세련된 문화”(56p.)로만 치부되어온 상황이 바뀌어, 생태계로서의 도시라는 사상(57p.)이 발생한 뒤, “물질적인 차원에서 시가지시민을 결합시켜, 보다 물리적인 동원체제가 가능한 도시계획의 길을 열도시주민의 신체가 그들의 삶을 도시의 시스템에 대폭 의존하는 메트로폴리스적인 신체”(이상 58p.)로 전락됐다고 작가는 보고 있다.

이 외에도 11메트로폴리스의 구성요소에서는 나머지 4가지 이미지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초반에 연역적 구성을 위해 말한 결론인 이 다섯 가지 요소가 뉴욕의 모든 건축혹은 구축의 기반을 이루, “‘공공적인 것의 모든 영역이 도시적 하부구조의 정치적인 귀결로 형성되었으며, “뉴욕의 공공공간의 문제가 포개어져 도시의 공공권은 위태로운 존망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모습에 기여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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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쓰면서 분량이 많아지는 것 같아 분할해서 올리게 될 것 같다.

 

댓글 2

잼아저씨 작성자 2021.09.21. 15:27
 아이돌마스터리나군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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