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포스트 벤투 찾기, 4년 후를 가늠할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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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6강 진출과 함께 4년의 시간을 마친다. 화려한 성공과 함께 찾아온 마침표. 한국은 다시 한번 제로베이스에서 다음 행보를 준비한다.

 

벤투 감독과 한국의 동행을 순탄하지 않았다. 지난 20188월 부임 후 적극적인 압박과 볼 점유를 앞세운 주도적 축구로 눈길을 끌었으나, 정작 우승을 목표했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은 8강에 그쳤다. 한때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어려움을 겪고, 2차례 한일전에서 0-3 완패를 당해 불신 여론도 커졌다. 하지만 벤투호의 색깔이 정착되고, 본 무대인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에서 포르투갈 등 세계적인 강호에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펼쳐 끝을 해피엔딩으로 장식할 수 있었다.

 

벤투 감독의 뒤를 이을 차기 사령탑을 두고 우려 섞인 전망이 적지 않다. 새로운 감독의 능력을 검증하고, 협상에 나설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이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해당 인물은 지난 2017년 성적부진을 이유로 경질된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을 선임했던 것에 책임을 지고 동반사퇴했다. 그런데 2021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3선 성공 후 조용히 부회장으로 재선임됐고, 현재는 전력강화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전까지 이 직책을 맡던 김판곤 전 전력강화위원장은 올해 1월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으로 떠났다.

 

시간이 흘러 생기는 인사 변동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현 전력강화위원장을 향한 상당수의 눈길이 우호적이지 않은 건 지난 행보에서 남긴 아쉬움이 크다. 그는 지난 2014년 복수의 후보를 두고 슈틸리케 감독을 선택한 배경으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 지휘봉을 잡은 슈틸리케 감독은 2015 아시안컵 준우승 이후 세부전술 부재, 실망스러운 경기내용과 더불어 패인을 선수단에 돌리는 등 불협화음을 일으켰던 바 있다.

 

공교롭게도 협회는 해당 인사가 돌아온 후 많은 잡음에 시달렸다. 지난해 3월 무리하게 치러진 한일 원정 평가전, 6월에는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을 치르는 A대표팀과 도쿄올림픽을 앞둔 올림픽대표팀이 선수 차출을 놓고 대립이 펼쳐졌다. 이에 김학범 당시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고, 아시아예선을 치러야 하는 벤투 감독은 선수를 양보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협회는 갈등을 서둘러 수습하고, 외부의 날선 비판으로부터 사령탑을 보호해야 했으나 어느 것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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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특정인의 이전 행적만으로 모든 걸 바라봐서는 안 된다. 하지만 새 감독을 찾아야 할 지금 반드시 선결돼야 할 일이 있다. 현 전력강화위원장이 협상에 앞서 구체적인 감독 선임 기준, 여론이 납득할 만한 평가요소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협회는 지난 2018년 김판곤 전 전력강화위원장을 주축으로 능동적인 축구를 기조로 삼아 경기력, 멘털리티 등 각종 부문을 틀로 둬 적합한 후보를 물색했다. 긴 논의 끝에 최종적으로 벤투 감독과 손을 잡았다. 감독선임 기자회견에서는 한국 축구의 방향성과 감독군 선별 과정, 벤투 감독을 선택한 이유를 확실히 제시했다. 당초 벤투 감독 선임을 두고 아쉽다는 반응도 일부 있었지만 설득력 있는 근거로 큰 호응을 받았다.

 

기존에 세운 지표가 이번에도 쓰이게 될지는 미지수다. 원칙을 세운 핵심은 이제 자리에 없고, 현 담당자가 전과 다른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싶다는 의지가 있다면 그걸 간과할 수 없다. 특히 현실에서는 전임자의 공적과 그 시기에 세워진 시스템이 내, 외부에 긍정 혹은 부정적 효과를 주고 있느냐를 떠나 후임자의 결정으로 개편되거나 폐지되는 일도 부지기수다.

 

새 사령탑 선임에 대한 공식적인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는데, 구체적인 후보군의 실명이 언급됐다. 한 매체는 지난 5"벤투 감독이 재계약 제안을 받았다. 협상 결렬 시 최용수 강원FC 감독, 김학범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차기 대표팀 감독 후보가 될 것이다"는 단독 보도를 내놨다. 강원 관계자는 즉각 한 지역지를 통해 "처음 듣는 얘기"라고 곧장 선을 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후보도 등장했다. 지난 8일 한 언론인은 "안정환 MBC 축구 해설위원이 내국인으로서 대표팀 감독 후보로 올라있다"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이 인물은 협회가 연봉 10억 이하, 애국심이 감독 선임 평가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협회는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협회는 출처 불명확한 소문이 무성해지는 상황을 빠른 시일 내 정리할 필요가 있다. 벤투 감독과 4년이 끝나고, 새로운 4년을 준비하는 과정에 돌입한 만큼 섣부른 추측과 의혹이 제기되지 않도록 선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업무에서 문제를 지적 받은 특정 인사가 다시 같은 일을 맡게 된 상황에서, 이를 둘러싼 비관적인 전망을 바꾸려면 지난 실패를 거쳐 달라졌다는 걸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소통창구의 일원화도 필요하다. 대한축구협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 6일 한 라디오 공개 인터뷰에서 새 감독은 2+2년 계약으로 맺어야 한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발언은 팬들의 반발심과 부정적인 시선을 키웠다. 개인의 생각을 내비쳤지만, 고위 직급자의 발언을 협회 입장으로 받아들이게 될 여지를 만든 경우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려면 내부의 정리가 우선이다. 감독 선임을 두고 관심이 집중되는 시점에서 창구를 최소한으로 두고, 공식 루트로 정보를 제공해야 내외부로부터 불필요한 메시지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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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2014년 처절한 실패, 2018년의 아쉬움을 거울삼아 로드맵을 구성하고, 시스템을 재구축한 끝에 12년 만의 16강 무대를 밟았다. 4년 뒤인 2026 북중미월드컵에서도 지금의 성과를 이어가려면 연속된 방향성,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대표팀이 안정적인 받침대에 오르려면 그 기반은 체계화된 프로세스, 모두가 인정하고 투명한 운영체계로 다져져야 한다. 그러나 협회가 보여준 지난 1년의 행보는 우려가 더 크다.

 

새로운 4년의 첫 단추는 사령탑이 될 만큼, 적합한 감독 후보를 선별하는 과정에 대중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만약 8년 전 선임 당시의 안일하고 부족한 처리가 되풀이된다면, 카타르월드컵의 성과는 한순간의 낭만으로 남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번 감독 선임과 그 과정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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