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뒤늦게 눈물을 머금고 보내는 장문의 카즈키 설명서

짧은 시간 안에 결정됐지만 엄청난 고난을 거친 뒤 카즈키가 떠났다.

수원에서 참 애정을 많이 준 선수지만 또 트레이드가 성사될 만했다고 생각한다.

 

카즈키 설명서 지금 보낸다.

 

카즈키의 스타일은 한 마디로 말하면 패스마스터다.

그런데 제대로 가동되는 조건이 좀 까다로운 타입이다.

 

카즈키가 패스마스터 모드가 되는 조건은 크게 두 가지다.

1) 상대의 압박에서 자유로울 것

2) 카즈키의 패스를 제자리에서 받는 게 아니라 뛰어가면서 받을 것

 

1)이 수원에 왔던 초기에 잘 됐던 이유는 다들 잘 알 거다.

현재 케이리그 최고 수준의 활동량을 자랑하는 고승범 때문이다.

그리고 고승범이 저평가받는 부분이 하나 있다고 생각하는데

볼 컨트롤이나 마무리가 아쉬워서 그렇지 공간 인지도는 높은 편이다.

 

작년 카즈키에게는 지능과 속도와 체력을 겸비한 어마어마한 파트너가 있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풍의 7월을 보낸 뒤 철저히 파훼되어 고전한 것 또한 사실이다.

결국 고승범 하나 붙여서 안 된다고 판명된 뒤에는 이종성이 그라운드에 복귀해서 3미들을 구성했다.

그러면서 카즈키가 메짤라에 가깝게 뛰었을 때 다시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오래 가지 않았다.

 

당시 메짤라로서 카즈키의 활약이 오래 가지 않은 이유는 외부 요인 때문이었다.

김병수의 새로운 실험에 오랜 기간이 주어지지 않고 바로 염기훈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염기훈은 대행 시절 플랫 4-4-2로 라인 내리고 선수비 후역습을 했으니 역시 카즈키의 정수를 보기는 어려웠다.

 

서울이랜드가 과연 1)을 어떻게 해결할지 상당히 궁금하기는 하다.

 

올해 카즈키는 여러 모로 상황이 나빴고 알다시피 좋은 활약과는 거리가 멀었다.

우선 부상으로 동계 훈련의 절반 가량을 날렸고 회복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압박을 견디거나 벗어나는 능력이 썩 좋지 않은데 상대는 일단 카즈키부터 압박하니 망했다.

개인 폼 문제가 컸지만 염기훈이 중원 전술 따위 엿 바꿔먹었기 때문에 카즈키의 문제가 더 두드러지기도 했다.

 

서울이랜드에서 카즈키의 파트너로 누구를 세우든 아마 과부하는 필연적일 것이다.

카즈키는 수비에 관한 능력도 의지도 좋은 편이 아니라서 일단 중원에서 수비 0.5명 줄어든다고 봐야 한다.

중요한 경기에서 분을 못 참고 팔꿈치 쓰는 바람에 퇴장당한 사례들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리고 카즈키 쓰면서 2미들로는 버티기 쉽지 않다. 3미들을 쓰거나 주변 포지션 누구를 계속 당겨오는 식으로 운영해야 한다.

 

2)에 관해서는 그래도 1)보다는 해결하기 수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수원 병수볼이 회광반조하던 시절의 모습을 보면 카즈키의 패스를 가만히 서서 받는 경우가 잘 없었다.

특히 측면 선수들은 하프스페이스나 그 주변, 혹은 아예 골라인 근처까지 달려가면서 패스를 받고 기회를 만들려 했다.

측면 공격에서 그 정도 에너지를 줄 수 있던 이상민, 정승원이 줄줄이 아웃되면서 병수볼이 파탄난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카즈키 중심의 플레이를 짜는 것만으로 뭘 할 수는 없다. 하프스페이스나 그 주변을 팔 수 있는 선수가 무조건 있어야 한다.

 

개인 폼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면 카즈키의 패스가 '상상패스'처럼 보이는 이유는 바로 이것과 연관된다.

하프스페이스나 그 주변을 공략하는 움직임이 맞춰졌을 떄 카즈키의 패스가 미쳤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위협적 기회 창출로 이어진다.

그게 아니라면 박자가 안 맞고 따로 논다. 약속된 움직임, 약속된 타이밍이 없거나 잘 구현되지 않으면 카즈키는 거의 바보로 보이기도 한다.

 

내가 서울이랜드 경기를 많이 본 건 아니라서 단언은 못하겠다.

하지만 서울이랜드의 몇몇 선수들은 본능적으로든 후천적으로든 하프스페이스로 들어가면 슈팅은 하고 나올 정도는 된다.

그래서 2)는 1)에 비해서는 차라리 해결하기 쉽다고 보는 것이다. 김도균의 지도력에서 수비보다 공격이 더 좋다고 보기도 해서 그렇다.

 

카즈키에 관한 주의점으로 언급할 것이 몇 가지 더 있다.

a) 킥 능력에 비하면 의문스러울 정도로 슈팅에 소극적이다.

b) 페널티 박스로 직접 들어가서 타격하는 데는 소극적이다.

c) 압박이 들어오면 발 기술로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안 돼서 턴오버 걸릴 때가 종종 있다.

d) 2선에 써도 3선에 써도 의외로 모호하다. 위치, 역할, 파트너를 잘 골라야 한다.

 

모든 내용을 종합하면 카즈키에 대해 이 정도 결론을 낼 수 있다.

카즈키는 분명히 능력이 있기 때문에 감독 입장에서 플레이메이커로 쓰고 싶은 유혹을 강하게 느낄 만하다.

하지만 공격 시 약속된 움직임과 타이밍이 없다면, 카즈키를 향한 압박을 분산하고 수비까지 떠안을 파트너가 없다면,

카즈키의 플레이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되거나 그라운드 위의 이기주의로 보이거나 상대에게 열리는 자동문처럼 바뀐다.

 

지금 변성환 체제의 수원이 추구하는 축구에 카즈키가 맞지 않았을 것임은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다.

특히 카즈키와 트레이드된 피터는 수원이 그를 원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한 경기 만에 보여줬다.

 

아직 물음표가 붙은 채로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자는 서울이랜드의 카즈키다.

과연 이 트레이드가 두 팀 모두에게 윈-윈일지, 아니면 한쪽으로 판이 기운 장사일지는 지켜볼 일이다.

댓글 3

SeoR 2024.06.25. 17:42
카즈키는 또 많은 역할을 부여할때 과부하 걸리면 장점이던 킥 퀄리티 마저 꼴아박는다는 단점이 있음
괜히 3선까지 수비가담을 요구했다가는 단점인 수비능력은 부각되고 장점인 킥퀄리티는 사라지게 만드는 마법을 볼 가능성이 있음
댓글
고독한아길이 작성자 2024.06.25. 18:23
 SeoR
무조건 그를 자유롭게 해야 되는데 이게 팀 전체에 부담을 더 얹는 거라 틀을 잘 짜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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