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기억해야 할 위대한 기록, 이동국이 보여준 노장의 포효

한 팬 분의 연락을 받고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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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7770805&memberNo=6525744

[BY 센터서클] [센터서클 | 서건 대표] 작년 4월 2일 화요일 저녁 7시 50분경에 창원축구센터에서 어떤 ...

 

 

 

작년 4월 2일 화요일 저녁 7시 50분경에 창원축구센터에서 어떤 기록이 만들어졌는지 아는가. 그 시간, 2507명의 적은 관중이 모인 창원축구센터에서는 K리그의 역사에 남을 또 하나의 멋진 기록이 세워졌다.
 
그러나 아무도 그 기록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정말 위대한 기록이었음에도 기사 하나 나오지 않았다. 이 글을 쓰는 나도 이동국이 기록한 그날의 골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최근까지 알지 못했다.

 

 

아마도 그 원인은 그 날 전북이 먼저 세 골을 넣고도 경남에게 세 골을 실점하며 패배한 탓이리라. 모두가 경남이 보여준 초인적인 힘에 집중한 탓에 이동국의 골은 뒷전이었을 확률이 높다. 사실, 이해는 된다. K리그 최고령 골 기록이 8년 만에 갱신된 것보다도, 경남이 전북을 상대로 0대3으로 끌려가다 막판 15분 동안 세 골을 따라잡아버린 사건이 사람들에게는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동국은 그 이후에도 총 8번이나 K리그 최고령 골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다만, 문제는 어떤 언론도 그 날의 기록을 기록하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몇몇 팬들이 기억해서 찾아낸 게 전부일 뿐이다. 이 글을 쓰는 나조차도 한 전북 팬 분의 연락으로 이 기록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고, 이동국의 최고령 골 갱신 기록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39년 11개월 2일. 종전 김기동 현 포항 감독이 세웠던 39년 5개월 27일이라는 기록을 훌쩍 뛰어넘은 기록이었다.(현재 K리그 최고령 골 기록은 40년 6개월 11일이다. 물론 주인공은 이동국이다.)

 

 

골은 공격수에게 생존신고와 같은 것이다. 옆 나라의 미우라를 보라. 전형적인 ‘영웅 만들기’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팀의 마케팅 효과를 위해 선수를 붙잡아놓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선수가 나이를 먹고서도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것은 팀이 원한다고, 또는 선수가 원한다고 무조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실력과 열정, 그리고 체력적인 능력이 모두 뒷받침되어야 한다. 공격수가 골로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은 곧, 단순히 ‘출전’에 그치지 않고 ‘활약’까지 했다는 증거가 된다. 이동국의 K리그 최고령 득점 기록 경신이 대단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 이동국의 아홉수
 
사실, 이동국은 2018시즌 K리그 33라운드 인천전에서 골을 기록하며 K리그 최고령 득점 경신을 좀 더 앞당길 뻔 했다. 이동국의 생일이 1979년 4월 29일이 아니라 1979년 4월 22일이었다면, 인천전이 2018년 10월 20일이 아니라 2018년 10월 27일에 열렸다면, 이동국은 39년 5개월 28일이라는 기록을 새로 세울 뻔 했다. 아마 그랬다면, 당시 인천전이 전북이 우승을 확정한 후 열린 첫 번째 홈 경기였고, 이동국의 골이 결승골이 되었으므로 팬들은 엄청난 열광의 도가니 속에서 이동국의 이름을 외쳤을 것이다. 물론, 역사에는 만약이 없으므로 상상은 여기서 그치도록 하자.
 
문제는 이후의 ‘아홉수’다. 이동국은 인천전 골 이후 9경기 동안 한 골도 득점하지 못했다. 물론,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득점포를 가동했으나, K리그에서의 득점은 아니었다. 2018시즌 막판에는 이미 우승을 확정지은 상태로 5경기를 치렀으나, 이동국은 오히려 부진했다. 2019시즌 초반 K리그 4경기에서는 이동국이 고군분투했으나, 골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모라이스 감독이 이동국을 주장으로 선임했으나, 3월의 이동국은 모라이스 감독의 신뢰에 골로 보답하지 못했다.

사실 이동국의 아홉수는 참 지독하다. 월드컵 출전도 그렇다. 4년을 기다린 2002년 월드컵에서는 히딩크 감독의 눈 밖에 나버려 엔트리에 들지 못했고, 2006년 월드컵에서는 대회 직전 무릎인대 파열로 인해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그렇게 8년을 기다린 월드컵에서는 이미 주전에서 밀려난 상태였고, 우루과이전에서는 1대1 찬스를 놓치는 큰 실수마저 저지르고 만다. 이것 말고도 이동국은 K리그 100호골, K리그 30-30클럽 가입에 있어서도 지독한 아홉수에 시달린 바 있다.
 
K리그 최고령 득점 기록을 갈아치우고 난 후에 도전한 ‘K리그 통산 300 공격 포인트’ 기록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동국은 2019년 9월 14일 상주전 이후 5경기 동안 골이 없었다. 대구전에서는 페널티킥을 놓치기도 했다. 결국 같은 해 10월 26일 서울전에서 천금같은 동점골을 터뜨리며 K리그 통산 300공격 포인트 달성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실로 악몽과 같은 아홉수였다.

 

 

아홉수,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정말 힘든 상황이다. 이 때 방법은 단 하나 뿐이다. 자신을 믿고 전진해버리는 것이다. 슛이 안 들어갈 것 같다는 걱정 때문에 조심하는 게 아니라, 들어가겠지 하고 냅다 ‘후리는’ 게 방법이라면 방법이다. 이동국이 아홉수를 기어코 넘긴 비결도 여기에 있다. 이럴 땐 오히려 근거있는 불안감보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더 유효할 수 있다.
 
 

#. 이동국의 골노련했던 PK
 
인천전에서 헤더 결승골을 뽑아낸 지 164일이 된 2019년 4월 2일, 전북은 경남과 원정경기를 치르게 된다. 당시 전북은 3월 한 달간 리그에서 2승 1무 1패의 성적을 거두었는데, 이는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었다. 전북은 4월 달을 반등의 계기로 삼아야 했다.
 
전북의 라인업은 4-1-4-1이었다. 골키퍼 장갑은 송범근이 꼈고, 수비라인은 김진수-최보경-홍정호-최철순으로 구성되었다. 미드필더라인에는 로페즈-손준호-신형민-임선영-한교원이 섰고, 최전방 공격수는 이동국이 맡았다.
 
전북은 초반부터 경남을 밀어붙였고, 경기 시작 19분 만에 전북의 선취골이 터졌다. 손준호의 코너킥으로 전개된 공이 송주훈의 머리를 스쳐 곽태휘의 어깨를 맞고 경남의 골대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전북은 기분 좋게 경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약 15분 후 이동국이 기록적인 추가골을 뽑아냈다. 코너킥 직후 오른쪽 측면에서 로페즈가 올린 공이 최보경의 머리를 맞았고, 세컨볼 상황에서 홍정호가 헤더로 이동국에게 공을 운반했다. 그리고 이동국은 공을 받는 과정에서 노련하게 페널티킥을 유도해냈다.
 
이동국의 페널티킥 유도는 매우 노련했다. 이동국은 공에 대한 소유권을 가져가기 위해 순간적으로 곽태휘로부터 등을 지며 왼쪽 측면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공이 자신에게로 오자 곧바로 등을 오른쪽으로 돌리면서 경남의 골대쪽으로 몸을 돌렸다. 이 과정에서 이동국은 곽태휘의 오른발과 오른팔에 걸리게 된다. 페널티킥이 아닐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이동국의 움직임이 페널티킥을 유도한 셈이다. 대체 어떤 식으로 유도했는지 궁금하다고?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시라

 

https://sports.news.naver.com/kfootball/vod/index.nhn?category=kleague&tab=&listType=game&date=20190402&gameId=20190402200525&teamCode=&playerId=&keyword=&id=526840&page=1

 

 

페널티킥을 유도한 이동국은 페널티킥 키커가 되어 페널티킥을 안정적으로 성공시켰다. 왼쪽 상단의 골망을 흔들며 깔끔한 득점을 기록했다. 해당 경기 해설위원은 페널티킥 장면을 두고 손정현 키퍼가 예측을 했더라도 막기 힘든 골이었다고 평했다.
 
이후 전북은 후반 손준호의 골에 힘입어 3대0가지 달아났지만, 경남에게 내리 세 골을 허용하며 3대3 무승부를 거두게 된다. 김승준, 조던 머치, 배기종의 연속골은 창원축구센터를 열과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2500여명의 팬들은 경남이 써내려간 드라마에 환호했다.
 
 

#. 역사를 기억하자
 
2019년 4월 2일.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생겨난 날이다. 이 글을 쓰는 오늘이 4월 2일은 아니나, 다만 드라마와 같은 명승부에 한 노장 선수가 써내려간 대기록이 잊히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써본다.
 
‘경남극장’보다 이동국을 더 많이 기억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경남극장’이 상영한 영화같은 이야기 속에 이동국의 기록도 분명 들어갈 만 하다는 것이다. 경남 입장에서도 ‘개인기록의 희생양이 되었으나 팀 패배의 희생양이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좀 더 감동이 있지 않은가.

 


앞으로도 이동국은 K리그 최고령 득점 기록을 몇 번 더 쓸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정말 철인(鐵人)같은 선수다원조 철인’ 김기동의 기록을 넘어선 그 순간을 다시 한번 기억하며 글을 마친다.
 
PS. 올해 4월 2일에는 이동국의 기록 경신이 아닌경남극장의 각본없는 드라마에 대해 글을 써보려 한다.

댓글 1

Nariel 2020.03.19. 13:39
최고령 득점 기록이었군요.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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