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늦게나마 써보는 황새볼 감상

선수단 완전히 탈바꿈하고 첫 실전 경기에 채프만, 구본상 등 주요 선수들 결장을 감안하면 주말 수원전을 온전한 플랜A로 치뤘던 것인지 미심쩍긴 하지만, 적어도 약간의 힌트는 얻을 수 있었음.

 

경기 모델

 

1. 볼이 있는 곳에 최대한 많은 수의 인원을 배치

 

감독 본인이 자기 철학을 설명했던 것대로 확실히 경기장 구역을 넓게 쓰는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농구의 아이솔레이션 전술과 같이 한쪽 사이드에 과부하를 주고 반대편 선수의 일대일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도 아님. 실제로 김승섭이 왼쪽에서 터치라인을 밟고 볼을 받을 때, 오른쪽의 박인혁은 오히려 중앙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음. 수적 우위를 살린 삼자패스로 상대 박스 부근까지 전진한 다음, 쏠려있는 상대 수비의 시야에서 벗어난 동료를 찾아 크로스(컷백)로 마무리하는 게 주된 공격 방식으로 보여짐.

 

전지훈련 기사를 읽고 극단적으로 빠른 템프의 종방향 공격을 지향했던 RB라이프치히의 4-2-2-2와 유사한 모델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그것과는 결이 달랐던 것 같고. 대전 윙어들; 박용지, 김승섭, 박인혁이 골대를 정면으로 바라볼 때 장점이 사는 편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일대일 능력이 좋으니 측면에서 풀어가는 방식도 괜찮다고 봄. 뭐 디테일은 아쉽긴 했다. 수원이 공간을 딱 잡아놓고 수비하기도 했지만, 대전의 포지션 플레이나 2대1 패스 과정에서 선수들 간의 합이 미흡했던 게 더 컸음. 개선이 필요한 부분.

 

2. 볼 소유권 회복을 위한 빠른 리액션

 

뭐 소위 '역 압박'이라고 하는 전술적 키워드가 일부 팀들만의 것이겠냐만은. 그리고 여담이지만, 본인은 볼을 빼앗긴 즉시 달려드는 게 정답이라고는 보지 않음. 춘천에서 서울이 했듯이 재빠르게 자기 포지션으로 돌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임. 중요한 건 전환의 '속도'라고 생각함. 본론으로 돌아가서 황선홍 감독은 모두가 잘 아는 것처럼 볼 소유권을 잃으면 빠르게 되찾아오길 원함. 압박의 시작 지점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반응의 속도와 적극성은 충분히 인상적이었음.

 

조재철과 박진섭이 빌드업에서 본인들 역할을 전혀 못해주는 바람에 너무 쉽게 소유권을 내줬지만, 이 경기에서 세트피스를 제외하고 치명적인 실점 기회가 별로 없었던 건 선수들이 전환 국면에서는 각자 할 일을 잘 해줬기 때문이라고 보고 싶음. 물론, 이지솔과 김동준이 순수하게 자기 실력으로 위험 상황을 모면했던 경우도 있었지만. 그리고 요거는 문단1과도 연결이 되는 부분. 볼 중심의 인원 배치가 볼을 가지고 있을 때 뿐만 아니라 볼이 없을 때에도 이점이 발휘되는 대목.

 

3. 상대 진영으로 볼을 이동시키는 게 핵심

 

감독 커리어에서 정점을 찍었던 포항에서도 볼 점유율에 집착한다는 인상은 받지 않았음. 하프라인 아래에서 볼 돌리는 것도 김승대가 뛰어 들어갈 틈을 만들기 위한 기초 작업이었다고 봐서. 전진 패스를 강조하는 지도자라는 건 일찌감치 알고 있었지만 롱 패스를 쓰는 빈도가 이렇게 많을 줄을 예상 못했음. 선수 개인의 강점을 좀 더 살리겠다고 공언했던 게 말 뿐이 아니었던 거. 수원전 대전의 제1 공격 모델은 누가 봐도 김동준이 볼을 몰고 나와서 바이오의 머리를 향해 롱패스를 시도하는 방식이었음.

 

연습경기 영상에서 황새가 선수들 지도하는 거 들어보니 신중하게 볼을 이동시키되 빌드업하다 막히면 바이오에게 다이렉트로 넘기라고 하던데, 한 발 더 나아가서 롱 볼을 팀의 주 전술로 사용한 셈. 정작 경기에서 바이오 컨디션이 나빴던 바람에(조유민이 잘 막은 것도 있음) 별로 효과는 못봤지만. 볼을 오래 소유하는 건 큰 의미가 없고 빼앗기더라도 상대 진영에서 볼이 돌아드니는 게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듯. 근데 나는 바이오보다 박인혁이 상대 풀백과 경합하게 만드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봄. 인혁이가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장점이 참 많아.

 

안드레

 

김동준을 위시로 한 수비진과 후반전 교체되어 결승골 넣은 박용지도 준수했지만 역시 단연 돋보였던 건 안드레 루이스. 탁월한 균형감각과 저돌성, 슛의 위력을 볼 때 이 선수의 K리그 적응과 성공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보임. 애초에 이 정도 선수가 여기 온 게 말이 안되기도 했지만... 대전이 더 쉽게 경기를 이기기 위해선 안드레가 자신의 강점을 100% 발휘하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야 함. 바이오의 높이를 활용해서 세컨볼 상황을 자주 만드는 것도 좋겠지만 중앙에서 볼을 더 자주 만질 수 있게 해줘야.

 

또 이 선수가 직접 볼을 잡고 달려들어서 마무리하는 데만 특화된 게 아니라 시야도 넓고 전진 패스도 괜찮더라. 대구의 김대원처럼 대전 윙어들도 볼 없을 때 전후좌우로 계속 뛰어다니면서 상대 수비 끌어내고 뒷공간도 노려서 안드레가 드리블 후 슛만이 아니라 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주면 좋을 거 같음. 마침 박용지도 팀에 있네. 서로 윈-윈 가능하지 않을까.

 

극복해야 할 문제들

 

채프만이 돌아오면 개선될 거라 믿지만 이 경기를 통해 허리에서 밸런스 잡아주고 볼이 돌아가게 해줄 미드필더의 필요성이 부각되었음. 조재철은 패스 미스가가 잦기도 했지만 더 큰 문제는 반응 속도였음. 상대 선수를 너무 쉽게 놓치더라. 4-4-2의 중앙 미드필더 자리를 한 시즌 동안 맡기기에는 아무래도 불안하다. 박진섭은 전진 능력이 강점이지 내려와서 볼 받아주고 전개하는 스타일은 아니니까 판단 유예. 단단한 수비와 공격수들의 기술로 적은 찬스로도 승리하긴 했지만 남은 시즌 동안 계속 이렇다면 곤란하다.

 

비대칭 포메이션 활용하다보니 볼이 있는 곳 반대쪽으로 수원이 크게 넘겨서 역습해오니까 아찔하더라. 다닐루가 아니라 치솜이 볼 잡았다고 생각하면 더 아찔했을 거임. 밸런스가 깨진 상태에서 역습을 당하는 바람에 우리 수비와 수원 공격 인원이 3대3으로 동률 이루는 장면이 한 두 번이 아니었음. 그 이전에 조재철과 박진섭 위치에서 실수가 나온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지만 구조적으로 봤을 때 이번 시즌 대전이 꾸준하게 노출할 약점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여겨짐. 나날이 성장하는 이지솔의 존재는 그나마 위안거리.

 

댓글 3

용수황새종신 2020.05.12. 08:24
솔직히 개랑만큼이나 무전술같아보임
북패시절 황새축구도 전방에 주는게 롱볼위주였는데, 이게 메인 전술이라는 느낌보단 나름 준비한것들도 있는데 그게 구려서 걍 냅다 차는 느낌;;
솔직히 존나 걱정되는 시즌 첫경기지만 또 꾸역꾸역 선수빨로 플옵갈거같기도하구,,,
댓글
shunske,boucha 2020.05.13. 04:36
조재철과 김승섭은 항상 밋밋하고 답답했... 비가 와서 더 그런지 양팀선수 모두 부정확한 플레이가 많아지면서 핑퐁싸움이 강했던 경기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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