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칼럼 [유럽축구여행기 2] 호펜하임 프리제로 아레나 직관

2024.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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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분데스리가 직관은 호펜하임이다.

진스하임에 위치한 TSG 1899 호펜하임의 홈구장 프리제로 아레나를 찾았다.

분데스리가 호펜하임 vs 라이프치히 경기 직관이다.

 

호펜하임은 원래 진스하임 시의 작은 마을인 호펜하임에 연고를 두고 있었는데, 호펜하임 출신 기업가인 디터마어 호프의 SAP 사가 구단을 인수하며 빠르게 1부리그 구단으로 성장했고, 더 큰 경기장을 갖기 위해 진스하임 시 중심지 인근에 경기장을 지었고, 이것이 프리제로 아레나(라인-네카어 아레나)이다.

2009년에 개장한 프리제로 아레나는 3만 명을 수용 가능한 경기장이다.

진스하임 시도 큰 도시가 아니고, 호펜하임 구단도 인기 구단은 아니다 보니 다른 분데스리가 경기장들에 비해 작은 규모를 가지고 있다.

프리제로 아레나에 가기 위해서는 진스하임 중앙역에 내려서 약 30분을 걸어야 한다.

버스 편도 있지만, 노선도 적고, 버스 수 대비 경기날 운집하는 인원 수가 많아 그냥 걷는게 맘편하겠다 싶어서 걸었다.

진스하임 시내는 삭막했다.

보이는 것이 공업사와 대형마트 뿐인 도시였다.

 

 

진스하임 시내에서 경기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고속도로를 건너야 한다.

고속도로 위로 난 고가도로와, 나들목 아래로 난 굴다리 두 개를 지나면 경기장에 갈 수 있다.

수많은 팬들이 고속도로 건너편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경기장으로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굴다리에서 나와 바로 보이는 프리제로 아레나의 상징과도 같은 조형물이다.

호펜하임의 A to Z를 맡고 있는 기업 SAP의 로고가 크게 달려 있다.

호펜하임 올드팬들은 본인들이 사랑한 구단을 크게 키운 기업에 대해 감사한 마음 뿐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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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한 편에 팬샵이 마련되어 있었다.

규모가 크지 않아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었다.

 

호펜하임의 마스코트

팬샵 내에는 유니폼, 의류, 머플러, 인형 등 다양한 물품을 판매했고,

뱃지, 키링 등 아기자기한 물품도 볼 수 있었다.

좁은 샵에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사진도 많이 찍지 못했고, 유니폼은 가까이 가보지도 못했다.

뱃지 하나를 사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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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의 외관은 정말 깔끔했다.

철재와 유리를 사용한 깔끔한 디자인으로, 지어진 지 15년도 안된 구장인 만큼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중간중간 호펜하임의 상징색인 푸른색 조명과 입구 안내로 포인트를 주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구장들은 경기장 외부에 스탠드의 콘크리트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는 것이 안 예뻐보인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구장 외부를 감싸는 디자인으로 조금이나마 현대적인 구장 디자인을 시도하는 구단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나마 대구은행파크나 인천 숭의아레나가 외관이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가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리제로 아레나의 좌석 배치이다.

남쪽(그림 기준 오른쪽)의 S1,S2 구역이 호펜하임 서포터즈의 스탠딩석이고, 북동쪽 구석에 원정석이 있었다.

나는 서포터석 옆의 T석에 앉아 경기를 관람했다.

 

독일은 경기장 폭력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입장시 반드시 몸 수색을 거치는데, 이때 불편함을 겪을 여성 팬들을 위해 여성 전용 출입구(Eingang Frauen)이 있는 것이 흥미로웠다.

 

원정석 쪽에 가서는 다양한 원정 팀 팬들이 붙여놓은 스티커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경기장 외부에 보관되고 있는 잔디 생육 기계도 구경할 수 있었다.

경기가 없는 날에는 이 기계들을 피치 위에 투입시켜 잔디에 조명을 쬐어준다.

 

경기장 내부에 입장했다.

여느 다른 경기장과 마찬가지로 몸 수색과 가방 검사를 거치고 QR코드를 찍고 입장하는 방식이다.

입장하자마자 매점과 음식점이 많았는데, 첫 분데스리가 직관이다보니 자리를 찾느라 다소 긴장한 탓에 부대시설을 둘러보지 못했다.

 

동쪽 스탠드에는 TSG HOFFENHEIM 이라고 적혀있다.

확실히 구장 규모는 상암월드컵경기장보다 작았지만, 여러 층이 아니라 한 층으로 구성된 구조이다보니 스탠드에서 오는 위압감은 더했다.

 

경기장 네 코너에 배치된 풍선 인형이 정말 킹받았다.

 

골키퍼들이 일찍 나와 몸을 풀기 시작했다.

호펜하임의 수호신 바우만(왼쪽)은 등장부터 많은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내가 앉은 자리 앞에 보조 골대가 설치되어, 운 좋게도 바우만의 경기 전 훈련과 몸풀기를 정말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엄청난 반응속도를 보여주었다.

 

어느 새 양 팀 선수들이 모두 입장하여 몸을 풀기 시작했다.

 

호펜하임은 중원에서의 유기적인 플레이와 개인 탈압박 능력을 요하는 전술을 쓰는 팀인 만큼, 경기 전 세션 대부분을 아기자기한 플레이를 연습하는 데 썼다.

선수들은 세 팀으로 나누어져, 상대 팀들에게 공을 뺏기지 않는 연습을 했고,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은 팀 선수들, 특히 오늘 투톱으로 나설 바이어와 베부는 전방압박을 가다듬었다.

라이프치히는 반대로 공격 진영에서 주고받는 패스와 마무리를 주로 연습하며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냈다. 세슈코의 컨디션이 특히 좋아보였다.

 

경기에 앞서 지난 시즌까지 호펜하임에서 뛰다가 라이프치히로 이적한 크리스토프 바움가르트너가 홈 팬들과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라이프치히와 호펜하임은 서로 라이벌 관계도 아니고, 오히려 두 팀 모두 기업 자본을 등에 업고 성장한 신흥 강호로, 다른 팀들에게 공공의 적 포지션인 만큼 서로 친하게 지내는 것 같았다.

상대 선수에 대한 야유도 많이 나오지 않았다.

 

 

경기 식전 행사로 호펜하임 서포터 소모임 별로 깃발을 들고 행진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호펜하임 선수들의 출신 국가 국기가 모두 박혀있는 깃발이 특히 인상깊었다.

김진수 선수가 호펜하임에 뛰던 시절에는 태극기도 있었겠지.

선발 라인업을 소개할 때, 다른 선수들은 이름만 불러주지만, 팀의 에이스인 크라마리치의 이름이 불릴때는 힘차게 박수를 쳐주는 모습에서 크라마리치가 이 팀에서 얼마나 중요한 선수인지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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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펜하임의 대표 응원가 Ole, Ole, Super TSG를 관중들이 불렀고, 선수들은 홈 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킥오프와 동시에 라젠발 서포터즈의 응원이 시작되었다.

비록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이었다.

 

호펜하임 팬들도 지지 않고 응원을 했다.

하지만 내가 봤을 때 두 팀의 응원전은 기대 이하였다.

원정팀 라이프치히는 역사 자체가 짧은 팀이라 서포터 문화의 역사가 짧아 응원으로 이름을 날리는 구단이 아닌데다, 호펜하임 원정 거리도 멀었기 때문에 인원 자체도 많지 않았다.

홈팀 호펜하임은 홈인데도 불구하고 응원이 많이 아쉬웠다.

구단 자체가 작은 연고지의 비인기 구단인 것도 있지만, 인원 수 대비 응원 화력이 약한 느낌이었다.

응원 콜 자체가 루즈하기도 했고, 콜 리더의 리딩 자체도 응원단 속의 열정을 끌어올리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한편 피치 위에서는 팽팽한 상황이 지속되었다.

라젠발이 큰 찬스를 잡았지만 바우만이 엄청난 선방을 기록하며 찬스가 무산되었고,

호펜하임의 베부가 슈팅 기회를 놓치며 장군멍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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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1 플로리안 그릴리치

호펜하임은 스위퍼 역할을 맡은 그릴리치가 후방에서 모든 볼 배급을 맡으며 경기를 풀어나갔다.

이때 MF 슈타흐가 그릴리치가 공을 잡으면 후방으로 이동하여 그릴리치를 지원하거나, 그릴리치가 공을 몰고 가면 그릴리치의 위치로 들어가는 형태를 보였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프뢰멜은 중원에서 제 자리를 지키머 안정적인 플레이를 추구하게 되었다.

라이프치히는 이 점을 공략해 슈타흐에게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했고, 이로 인해 그릴리치에게 과부하가 오며 양쪽 스토퍼가 빌드업 전개를 도와야 하는 상황이 왔다.

하지만 양쪽 스토퍼인 악포구마와 카박은 빌드업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아니라 호펜하임의 빌드업은 단순하게 전개될 수 밖에 없었다.

 

 

뷜터의 아쉬운 크로스

 

이때 전방에서는 베부가 버텨주며 2선 프리롤을 맡은 크라마리치가 계속 하프스페이스 침투를 시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윙백 뷜터와 공격수 바이어, 그리고 크라마리치가 간결한 패스를 주고받고자 시도하는 장면이 여럿 있었지만 호흡이 그다지 잘 맞아 보이지는 않았다.

결국 해법은 단순한 플레이로 귀결되는 듯 했지만, 뷜터의 아쉬운 크로스가 여러 번 나오며 무산되었다.

 

 

역습 상황에서 오펜다의 머리를 노린 라움의 크로스 

 

반면 라이프치히는 호펜하임보다 순위표에서 높은 위치에 있었지만,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사용했다.

역습 상황에서 좌측면의 시몬스가 돌격대장 역할을 맡고, 전방에서 투톱 오펜다와 세슈코가 박스 내 공간을 차지해 득점을 노렸다.

이때 좌측 풀백 라움이 측면에서 높은 위치까지 올라와 크로스 또는 언더래핑으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어놨다.

라움이 공격적으로 기용되며, 반대편 풀백인 헨릭스는 전진을 자제하는 형태를 보였다.

지공 상황에서는 우측 미드필더로 출장한 올모가 빛났다.

경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점 중 하나이겠지만, 올모의 목소리가 정말 컸다.

응원 소리를 뚫고 들릴 정도로 공격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많이 내렸다.

축구 지능이 높은 올모가 공격의 선봉장을 맡으며 지공 상황에서는 올모와 오펜다를 중심으로 공격이 전개되었다.

전술 지시를 내리는 양 팀 감독들.

 

호펜하임의 마타라쪼 감독은 계속 터치라인에 서서 지시를 내리는 반면, 라이프치히의 로제 감독은 지시 사항이 있을 때만 나와서 선수들에게 개인 지시를 내렸다.

 

라움이 코너킥을 차려 하자 호펜하임 팬들이 야유를 퍼부었다.

경기 내내 가장 위협적인 모습을 보인 상대 키 플레이어에 대한 견제일까.

 

 

 

 

 

 

 

 

결국 선제골도 라움의 발끝에서 나왔다.

역시 역습 상황에서 라움이 올린 크로스를 세슈코가 그대로 머리로 받아 넣으며 전반 38분에 라젠발이 리드를 가져갔다.

지속적으로 시도하던 라움의 크로스 - 세슈코 또는 오펜다의 헤더 패턴이 드디어 성공한 순간이었다.

라움과 세슈코는 호펜하임 팬들 앞에서 듀오 세리머니를 펼쳐 야유를 샀다.

 

그렇게 전반은 0:1 라이프치히가 앞서며 종료되었다.

 

하프타임에 호펜하임 팬 분이 경기장에서 프로포즈를 하셨는데 성공하셨다.

축하합니다. 영원하시길.

 

후반전에는 조금 더 격렬한 경기가 펼쳐졌다.

전체적인 전술적 방향성은 전반과 비슷했지만, 후반전에는 양팀 모두 더 적극적으로 경기에 나섰다.

 

자연스레 경기는 과열되었고, 그러던 중 변수가 발생했다.

라이프치히의 시몬스가 거친 플레이로 인해 경고 두 장을 받아 퇴장당한 것이다.

수적 열세에 처한 라이프치히를 호펜하임이 계속 밀어붙였지만, 굴라치 키퍼의 신들린 선방에 경기는 계속 0:1이었다.

 

그러던 중 드디어 에이스가 일을 냈다.

정규시간의 끝무렵인 후반 90분, 크라마리치의 동점골이 터진 것.

뷜터가 올린 얼리크로스를 전방에 자리잡고 있던 크라마리치가 헤더로 득점에 성공.

호펜하임 팬들은 경기 중 가장 큰 환호를 내질렀다.

동점골이 늦은 시간에 터져, 경기는 그대로 1:1로 종료되었다.

치열한 공방전 속 승부를 가리지 못한 멋진 경기였다.

비록 전술적으로 다채롭거나 흥미로운 경기는 아니었으나, 수준 높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는 것은 정말 달랐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응원이었다.

두 구단 모두 인기 구단은 아니기에 응원 열기가 솔직히 수원삼성보다 뛰어난 지 모르겠다.

독일 사람들이 워낙 축구에 진심이기에 뜨거운 응원을 기대하고 갔으나 첫 경기는 기대 이하였다.

다음 직관경기는 2부이지만 엄청난 인기 구단인 카이저슬라우테른이다.

카이저슬라우테른 직관 후기로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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