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칼럼 [아방뜨의 알쓸신잡] The Other Final

2002 한일 월드컵 브라질과 독일의 결승전이 열렸던 6월 30일, 아시아의 작은 나라 부탄에서도 또 하나의 특별한 결승전 경기가 열렸습니다. 당시 피파랭킹 꼴찌였던 몬트세렛과 뒤에서 2등이었던 부탄의 '꼴찌 결정전'이 펼쳐진 건데요.

해발 2,300m, 한라산보다 높은 곳에 위치한 창리미탕 스타디움에서 15,000여명이 모인 경기는 왕가이 도르지의 해트트릭과 디네시 체트리의 한 골을 묶은 부탄이 4:0 대승을 거두며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습니다. 경기 전 불교 행사도 진행하고, 경기 도중 개도 난입(?)하는, 정말 축제와도 같은 경기였죠.

황당한 건 이 경기를 주선한 게 두 명의 광고 업자였다는 것. 네덜란드 출신 요한 크라머와 마타이스 데 용은 자국 네덜란드가 월드컵에서 탈락하자 이 기묘한 계획을 고안해냈고, 실현했습니다. 아니 세상에 한국이 월드컵 탈락했다고 부탄이랑 몬트세렛 맞짱뜨게 할 용자가 어디잇슬가...

몬트세렛은 이 경기를 대비해 영국 허트포드셔에서 대표 선수를 뽑는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뭐, 프로 선수는 없었어요. 18살 학생, 21살 스포츠 매장 직원, 30살 금융 컨설턴트, 23살 스포츠배팅샵 매니저 등... 또한 선수들이 이 높은 곳에서 뛰어본 적이 없는지라 고산병으로 많이들 고생했다고 해요.

이 경기는 부탄의 역사상 첫 공식 A매치 승리로 기록됐습니다. 이 경기 10여년 후 부탄은 프로선수도 배출하고 스리랑카 같은 한 수 위의 상대도 잡는 국가로 성장했네요.

해당 경기는 네덜란드 감독 요한 크라머에 의해 다큐멘터리로도 나온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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