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칼럼 이엥겐 경기 보고 끄적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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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이엥겐의 주장, 베르트랑 카이는 경기 전 인터뷰에서 '꿈이 이루어졌다. 우리도 이 무대에 서게 될 줄 몰랐다'고 언급했다. 그는 자국에서 기숙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1.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한 스포츠 만화에서 '우리 것'에 관한 대사를 본 적이 있다. 어떠한 상대를 만나더라도 우리가 하던 것을 지켜나가자, 대충 그런 뉘앙스였던 걸로 기억한다.

 

카타르 챔피언을, 그것도 그들의 홈에서 맞닥뜨린 이엥겐이 내세운 포메이션은 1-4-3-3. 그들을 트레블로 이끈 전법이었다.

 

2. 마냥 수비만 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이엥겐의 골문은 쉬이 열리지 않았다. 카이를 위시햐 몇 번의 날카로운 역습도 있었다. 전반 중후반에 결국 선제 실점을 내주었으나, 그럼에도 이엥겐은 '자기 것'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준비된 기적이 일어났다.

 

3. 앙트완 루안. OCL 결승전의 남자가 제대로 대형사고를 쳤다. 간단하고, 날카롭고, 날쌨다. 클럽 월드컵에서 골맛을 본 첫 누벨칼레도니 선수로 이름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루안의 한 방은 단순한 숫자 1의 의미, 그것을 쉬이 뛰어넘는 것이었다. 이 한 골은 루안의 한 골이자 누벨칼레도니의 한 골, 나아가 비 뉴질랜드 연고 OFC 국가들의 한 골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뜻깊었고, 그렇기에 더욱 열광했으리라.

 

4. 두 번은 없었다. 3-1. 승리는 경험과 레벨이 있는 팀의 몫이었다. 이엥겐은 패했다. 골키퍼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 감독의 판단 미스. 바닥난 체력.

 

하지만 그 누가 그들에게 돌을 던지리. 골키퍼 니키네는 그럼에도 몸을 수없이 날렸으며, 타가와 감독은 그럼에도 열정을 잃지 않았고, 푸른 이엥겐 전사들은 그럼에도 무거운 다리를 옮겼다.

 

이엥겐은 패했지만, 실패하지 않았다.

 

5. 알사드는 강하다. 정우영과 남태희, 가비, 부네자, 아피프.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으리으리한 선수진을 보유하고 있다. 감독은 또 그 챠비 아닌가. 가히 축구의 상업화 시대를 대표하는 팀 중 하나가 아닐까.

 

이엥겐은, 작다. 연고지 누메아는 인구가 고작 2,500명인 시골 동네다. 구단은 돈이 없어 선수 수당도 챙겨주지 못 한다. 주장은 학교를 운영하고, 엔지니어와 교사가 축구화를 동여메는, 그런 팀이다. 야심차게 데려온 외국인 선수도 브라질 주 4부리그 정도 레벨인, 상위리그에서 보면 그저 코웃음만 나올 수준이다.

 

6. 그렇지만 이것을 단순히 '축구 미생의 아름다운 도전' 정도로만 향유하고는 싶지 않다. 빛나는 스포트라이트의 한 편에 열악한 곳이 많음을 많이 봐 왔기에. 현실에 대한 안주는 발전의 지체를 의미하기에.

 

7. 하지만 이런 곳도 언젠가는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설 수 있기에. 

 

그것이 축구, 그렇기에 축구.

 

And. 베르트랑 카이는 인터뷰의 끝자락에, 당당히 팀의 슬로건을 외쳤다. 

 

Koi Theen. 앞으로 나아가자. 언제, 어디서, 어떤 역경을 겪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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