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칼럼 [리뷰] 전북 vs 울산: 모라이스 감독의 포인트와 김도훈 감독의 패착

  • 심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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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https://blog.naver.com/sjk101/222090564947)

 

리그 1위 울산과 리그 2위 전북의 맞대결. 이 경기는 우승 후보간의 경기, 현대가 더비 등으로 인해 경기 시작 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 양 팀의 승점차가 5점이었기 때문에 전북 입장에서는 승점을 좁혀 파이널 라운드까지 승부를 이어갈 수 있는 기회였고, 울산 입장에서는 승점차를 벌려 여유있게 리그 우승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기회였다. 최근 2~3경기에서 양 팀 모두 경기력이 썩 좋지 않았던 것이 이 경기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지켜보는 것도 또 하나의 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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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감독의 패착:

선발 라인업이 발표되었고, 양 팀 모두 변화가 있었다. 전북은 선발 명단에 U22 카드를 제외하는 강수를 두었다. 전북의 U22 카드에는 조규성, 이수빈, 이성윤 등이 있으나 세 명 모두 이번시즌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모라이스 감독은 과감하게 교체카드 한 장을 포기하면서 전북이 내세울 수 있는 최정예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울산은 주니오와 비욘 존슨을 모두 선발에서 제외하고 박정인을 선발로 내세웠다. 중앙 미드필더인 고명진, 신진호, 윤빛가람, 원두재를 모두 선발로 기용하면서 중원 싸움에 무게를 두려고 하는 것으로 예상되었고, 박정인의 기용은 U22 카드를 잃지 않음과 동시에 최전방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며 전북위 뒷공간을 노리려는 의도로 보였다. 설영우의 부상과 이상헌의 폼이 떨어진 지금 울산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다만, 경기가 시작한 뒤 살펴본 울산의 포메이션은 예상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원두재가 불투이스와 정승현 사이에 내려가 최후방에 위치하는 백3 전술이었던 것. 미드필더는 신진호와 윤빛가람이 구성했고 고명진은 왼쪽 윙포워드 위치에서 전북의 하프스페이스를 노렸다.

원두재의 센터백 기용은 원두재를 백3 중앙에 세우면서 구스타보를 견제하고 불투이스, 정승현으로 전북의 양 윙포워드(한교원과 바로우)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이용은 최전방까지 밀고 올라오지 않고 적정 선에서 얼리 크로스 위주의 오버래핑을 시도하는 풀백이고, 최철순은 이용에 비해서도 공격 가담이 활발하지 않은 풀백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했을 때, 울산의 백3 기용은 수비 상황에서 수적 우위를 가져갈 수 있고 강력한 개인 능력을 가진 전북의 공격진을 상대하는 입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은 아니었다.

하지만 90초만에 터진 전북의 선제골은 울산의 계획을 완전히 망쳐놓았다. 울산의 수비진은 바로우가 왼쪽 측면에서 낮게 깔아준 크로스를 차단하지 못했고 침투하는 한교원을 견제하지도 못했다. 바로우의 크로스는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선제골 이후 끌려가기 시작한 시작한 울산은 전북을 강하게 압박한다. 하지만 원두재의 빌드업이 너무 낮은 위치에서 시작하다보니 신진호와 윤빛가람이 볼을 받는 위치가 점점 낮아지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이청용도 내려와서 볼을 받게 된다. 이청용이 볼을 받을 때, 고명진과 박정인과의 거리는 이미 벌어져있었고 이런 상황에서 전북의 골문을 노리기는 쉽지 않았다. 중원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불투이스와 정승현이 전진하면서 공격에 가담하면서 빌드업에 도움을 주려 했지만, 오히려 중앙수비가 전진하면서 생기는 뒷공간을 전북에게 이용당하고 만다. 두 선수 모두 발 밑이 좋은 센터백들이지만 원두재보다는 못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빌드업 과정에서도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다.

심지어 원두재가 중원에서 빠지다보니 손준호-쿠니모토-김보경 세 명의 미드필더는 압박을 덜 받게 되었고, 각자의 개인기술을 통해 중원을 쉽게 장악한다. 중원을 전북이 장악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측면으로의 전개도 원활하게 이루어지게 되고, 바로우와 한교원이 활약할 수 있는 공간이 형성된다. 울산에게 있어서는 악순환이었다. 쿠니모토의 잔실수가 아니었다면, 혹은 역습 과정에서의 부분전술이 조금만 더 세밀했다면 전북에게 보다 더 위협적인 찬스가 발생했을 것이다.

전북은 후방에서부터 여유있게 빌드업을 전개해 나가도 중원에서 저지하는 울산 선수가 없었기 때문에 여유있게 볼을 최전방 쓰리톱에게 연결할 수 있었다. 구스타보에게 볼이 연결되는 상황에서 원두재와 구스타보간의 1대1 상황이 몇 차례 발생했다. 최후방 수비수가 상대방 공격수와 1대1 상황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불안한 일이고, 울산의 수비는 몇차례 더 불안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울산의 선수단이 전부 심리적으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어린 선수인 박정인도 쫓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안정감을 찾지 못했고,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27분에 주니오와 교체되고 말았다. 주니오와의 교체는 예상된 상황이었고, 35분 경 원두재가 미드필더로 올라가기 전까지는 주니오도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원두재의 전진으로 인해 울산의 악순환이 하나씩 해결되기 시작했고, 비교적 향상된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전반이 마무리된다.

모라이스 감독의 포인트:

울산은 주니오의 투입를 투입하고 원두재를 다시 중원에 배치하면서 전북을 압박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전북은 이에 흔들리지 않고 단단한 수비를 이어갔다.

양 윙포워드 한교원과 바로우는 모두 수비 상황에서 풀백 위치까지 내려와 고명진과 이청용의 하프스페이스 침투를 막아내는 데 도움을 준다. 전북은 선수들을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하면서 울산의 공격진이 침투하거나 패스를 넣어줄 공간 자체를 차단했다. 이 과정에서 한교원과 바로우뿐 아니라 구스타보까지 내려와서 수비의 숫자 싸움에 도움을 주었다. 침투할 공간이 사라진 울산은 무리한 패스를 시도했고 이는 전북의 수비진이 쉽게 잘라낼 수 있었다. 전북의 수비진이 볼을 탈취한 순간 바로우와 한교원, 구스타보가 빠른 발을 이용해 역습을 시도했고 쿠니모토와 김보경은 볼을 달고 전진하면서 함께 역습에 가담했다.

결국 본래의 위치가 아닌 곳에서 고군분투한 고명진은 후반 이른 시각 김인성과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떠난다. 울산은 김인성의 빠른 발을 이용하면서 전북 수비의 뒷공간을 노렸고, 그제서야 울산의 공격이 조금씩 활로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준우승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울산은 조급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고, 그 마음이 드러나기라도 한 듯 마무리 과정에서의 패스가 정확하게 연결되지 못하면서 위협적인 슈팅 찬스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전북의 역습은 다시 한번 울산의 골망을 갈랐고, 사실상 울산이 경기를 뒤집기 힘든 상황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마무리:

모든 스포츠가 그러하듯, 어떠한 전술을 설명할 때는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 원두재의 센터백 기용 또한 의도를 생각한다면 아예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은 아니었던 것처럼. 만약 울산이 이른 실점을 하지 않은채 경기를 안정적으로 운영했고, 전북이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내면서 교체카드 부족에 아쉬움을 느꼈다면 경기의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었다.

결국 이 경기는 U22 카드를 포기하고 베스트11의 전력을 극대화한 모라이스 감독의 강단이 승리를 가져왔다고 요약할 수 있다. 이 경기 전까지 최근 세 경기에서 1무 2패를 기록한 전북에게는 승부수였고, 이는 리그 1위와의 승점차를 2점으로 좁히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자칫 리그 우승의 향방이 빠르게 결정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모라이스 감독의 '원 포인트'는 다시 한번 우승 경쟁을 미궁 속으로 끌고 가게 되었다.

 

 

https://blog.naver.com/sjk101/222090564947

 

팟캐스트 FC철학: http://www.podbbang.com/ch/1772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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