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고독한 검사 <Chapter 1 - 1>

Prolog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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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도와 미정혁이 탄 자동차가 서부지검 앞에 멈춰 섰다.

검사는 전면에 비친 중년 여성을 주의 깊게 바라봤다.

조수석에서 앉은 수사관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처음 보는 자동차가 서이도 옆을 유유히 지나갔다.

검은색 차에서 중년 남성이 비상등을 켜고서 자동차에서 내렸다. 

그는 시위 중인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대화를 몇 마디 나누더니 그녀를 데리고 자동차에 올라탔다.

만일을 대비해 서이도는 운전대를 꽉 붙잡았다.

다행히 자동차는 떠나지 않았다.

 

"남편분인 거 같은데요?"

 

뒤늦게 직장 상사가 무슨 목적으로 서부지검을 들렀는지 깨달은 미정혁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굳이 수사관이 말하지 않아도 서이도도 알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그녀의 배우자라고.

잠시 침묵을 지키던 그가 대뜸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린다. 

옆에서 이를 지켜본 미정혁도 살짝 놀란 얼굴로 곧장 차에서 내린다.

 

검사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뒤에선 수사관이 뛰어오고 있었다.

배우자의 부인이 도시락에 담긴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끼니를 채운다.

미안한 기색조차 없이 서이도는, 손등을 이용해 창문을 똑똑 두드렸다.

깜짝 놀란 그녀가 고개를 휙 하고 돌렸다. 검사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얼굴색이 새하얗게 변했다.

반대편에 앉아있는 배우자가 조수석의 창문을 내린 후 말하였다.

 

"누구시죠?"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서 근무하는 검사입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잠시 얘기라도 나누고 싶은데요."

 

여성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리가 왜 그래야 하죠?"

 

일이 커질 것을 우려해 남편이 부인을 대신해 알겠다며 대답하였다.

서이도, 미정혁, 중년 부부가 근처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긴 침묵이 흘렀다. 어느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심지어 대화 좀 하자면서 부인을 설득한 서이도조차 가만히 앉아 부인을 바라볼 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녀의 남편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말하였다.

 

"무슨 목적으로 저희를 뵙자고 하신 거죠, 검사님?"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서이도는 시선을 옮겼다.

 

"저는 조금 전에도 소개했다시피 북부지검에서 근무 중인 서이도 검사라고 합니다. 이건 제 명함이고요."

 

대화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그러기 위해선 부부를 설득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서이도가 지갑에서 꺼낸 명함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말을 이어간다.

 

"부인과 대화를 잠시 나누고 싶습니다.

 

그녀의 인상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대화? 우리가 대화하자고 할 땐 죽어도 듣지 않더니 이제 와서 대화? 참나."

 

전혀 마음의 문을 열 생각이 없는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편이 말려도 소용없었다.

 

"여보, 일단 얘기라도 좀 들어봅시다!"

 

"무슨 얘기? 이딴 사람들하고 무슨 얘기!"

 

성질을 참지 못한 그녀가 서이도 얼굴을 향해 커피를 휙 - 하고 뿌렸다.

다행히 차가운 커피라서 화상을 입지는 않았다.

서이도는 눈을 질끈 감았다. 놀란 미정혁이 계산대로 가서 휴지를 가져와선 얼굴을 박박 닦았다.

 

"오늘 일은 미안합니다!"

 

배우자의 남편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사과했다.

기어코 사고를 낸 당사자는 벌써 밖으로 나간 지 오래였다.

 

휴지를 이용하여 옷과 얼굴에 묻은 커피를 닦아준 미정혁 수사관의 태도를 쭉 지켜본 서이도는

오른손을 들어 그만하라는 제스처를 취하였다.

수사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괜찮으세요, 검사님? 뭐 저런 사람이 있대."

 

"그럴 수 있습니다. 저분들이라면 충분히."

 

서이도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진다.

 

"검사라는 직책을 가진 자에게 배신감을 느꼈다면 충분히 보일 수 있는 행동입니다."

 

미정혁의 눈에 비친 검사의 모습은, '무미건조함'이었다.

혼란스러운 일을 겪고도 남 일처럼 얘기하는 그를 보고 충격받은 것이다.

 

"정말 괜찮은 거 맞죠? 설마 커피 때문에 머리가 갑자기 나빠진 건 아니죠?"

 

나름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던진 유머였다.

서이도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것으로 보아 실패한 것 같다.

 

커피 테러를 겪은 서이도 검사는 곧장 집으로 돌아갔다.

현관문을 열자 부인이 반갑게 서 있었다.

 

"윽, 이게 무슨 냄새야?"

 

아내가 코를 틀어막으며 표정을 찡그렸다.

 

"직장에서 무슨 일 있었어요? 이거 커피 향 같은데?"

 

그가 입었던 정장 자켓에다 코를 갖다 대고는 킁킁거리는 그녀.

그는 고개를 저었다.

 

"커피 향은 맞는데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일 아니야. 자판기에서 커피 뽑다 그랬어."

 

"당신, 자판기 커피는 맛없다고 안 먹잖아."

 

안방으로 들어가려던 서이도가 아내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오늘은 유난히 자판기 커피가 끌리더라고."

 

서이도 부부는 한 침대에 같이 누워 잠을 청하였다.

직장에서 나쁜 일을 당한 건 아닌가 싶어, 부인은 남편의 손을 꼭 붙잡았다.

 

"정말 괜찮은 거 맞지?"

 

"맞대도."

 

"당신을 괴롭히는 사람 있으면 절대 용서 안 할 거야."

 

"고마워."

 

고단했던 하루를 말끔히 씻어주는 말 한 마디.

서이도는 눈을 살며시 감았다.

 

험한 일을 당하고도 포기할 맘이 없었던 검사 서이도는 다시 서부지검에 들렀다.

이번에는 목적이 달랐다. 담당 검사를 만나기 위해 들른 것이었다.

서이도의 자동차가 그녀 앞을 천천히 지나갔다.

그는 사이드 미러를 슬쩍 바라보았다.

 

서이도 검사와 미정혁 수사관이 차에서 내렸다.

미정혁은 지하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서이도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며 말하였다.

 

"검사님, 이래도 되는 거 맞죠?"

 

"원래는 안 되죠."

 

엘리베이터를 탄 서이도는 층수를 눌렀다. 미정혁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잘못하면 검사님이 옷을 벗을 수도 있어요."

 

"평범한 다른 이였다면 저도 하지 않았을 겁니다."

 

"네?"

 

"제가 한때는 존경했던 선배니까요."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 얽혔다.

 

서 검사와 미 수사관이 들른 곳은 서부지검 사행위·강력범죄전담부.

미정혁 수사관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 눈치를 살피며 의자에 앉았다.

 

"검사님…지금이라도 돌아가죠."

 

수사관이 옆에서 속삭였다. 서이도는 팔짱을 꼈다.

 

"불편하면 안 따라오셔도 됩니다. 따라오라 한 적도 없고요."

 

그 말을 들은 미정혁이 일부러 시선을 피한다.

 

반대편에서 문이 열렸다.

외출을 마친 서부지검의 어느 검사가 볼 일을 마치고 사무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아, 그쪽이시구나!"

 

서부지검 검사가 서이도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며 의자에 앉았다.

 

"전화드린 북부지검 강력범죄전담부 서이도 검사입니다."

 

서 검사가 명함을 꺼내들었다.

 

"무슨 일로 오신 거죠?"

 

반대편의 검사가 건네받은 명함을 자켓 앞주머니 안으로 집어넣으며 대답했다.

 

"유성주 선배님이 돌아가신 후 사건을 맡았던 검사님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담당 검사가 미간을 찌푸린다.

 

"수사 자료를 좀 보고 싶습니다."

 

"수사 자료…쓰읍…검사님도 알다시피 수사 자료는 아무리 같은 검사라도 쉽게 보여드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거든요."

 

통화로 잠시 만나달라길래 만나줬더니 고작 한다는 말이 뭐? 수사자료? 

담당 검사는 속으로 생각했다.

상대방의 말 따윈 들리지 않는지 서이도는 다시 대답을 이어갔다.

 

"밥줄이 뺏길까 봐 두려우신 거라면 그런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뭐야?", 정곡을 찔린 담당 검사가 언성을 높였다.

 

이를 지켜본 미정혁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검사님께서 돌아가신 유성주 검사님과 친분이 좀 있으셔서 그래요. 존경하는 선배께서 돌아가셨는데 어떤 후배가 가만히 있겠어요!"

 

다툼이 일어나기 전에 미 수사관이 먼저 나서서 상황을 중재했다.

 

담당 검사는 칫 - 하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존경하는 선배를 잃었으니 한 번쯤 눈 감아달란 수사관의 말을 들은 그가 자기 자리로 돌아가더니

책장을 뒤지기 시작한다.

 

담당 검사가 서류 파일을 툭 집어 던진다.

서이도는 넙죽 손을 내밀어 파일을 집어 들었다.

 

서 검사가 한 장씩 종이를 넘기며 말했다.

 

"사인이 청산가리로 인한 독극물 중독이네요?"

 

"유성주 검사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가 청산가리 중독으로 인해 사망했어. 근데 그게 뭐?"

 

피해자의 사인을 물은 이유는 본격적으로 질문을 던지기 위함이었다.

서이도가 고개를 들었다.

 

"현장에서 수상한 점은 없었나요? 아, 그리고 서부지검에서 소문 하나가 떠돌던데 정말 사실인가요?"

 

담당 검사의 눈에서 살기가 감돌았다.

갈수록 취조하는 양상을 띠자 불편한 기색을 내보인 것이다.

 

"너, 지금 나 취조해?", 한때 고인과 직장 동료였던 담당 검사가 상체를 기울이며 대답했다.

숨소리가 귀에까지 들릴 정도로 두 사람 간의 거리는 부쩍 좁아진 상태.

 

"죄송합니다, 우리 검사님께서 책임감을 느끼셔서 그래요. 돌아가시기 전에 찾아온 적이 있거든요. 

선배라는 분께서."

 

미정혁이 고개를 숙였다.

 

새파란 후배와 기싸움을 벌인 담당 검사는 한숨을 푹 내쉰 후 말을 이어갔다.

 

"우리 지검 홈페이지에 폭로글이 올라온 적이 있긴 있었지. 나는 그때 바빠서 못 봤지만 말이야."

 

"누구에게 들었습니까?"

 

서이도의 질문이 이어졌다. 반대편에선 코웃음이 이어졌다.

 

"누구에게 듣긴…동기들이 말해줬지…뭐 누설해선 안 된다고 위에서 오더가 내려오면서 더는 일절 언급하면 안 되지만……."

 

소문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이유를 마침내 알 수 있었다.

위에서 내린 '오더' 때문이었다.

 

미정혁 수사관은 조수석에서 그를 기다렸다.

 

서이도가 시위하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서이도입니다."

 

"볼 일 없어요. 가세요."

 

"선생님은 선생님의 길을 가십시오. 저는 저만의 길을 가겠습니다. 그리고 찾겠습니다. 그 길 끝에 무엇이 있는지."

 

진실을 알아내겠다고 선언한 서이도.

그런 서이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그녀.

 

서 검사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반드시 진실을 파헤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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