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숙제

숙제

 

산을 오르는 셋

앞장선 이와 업은 이와 업힌 이

(이하 A, B,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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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 봐

A가 가리킨 곳에는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야생 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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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오리는 본래 겨울철새였대”

C는 B에게 넌지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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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텃새가 되어

한국을 떠나지 않은 채 삶을 영위한다는 것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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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가 날갯짓으로 수면을 부지런히 깨뜨리는 사이

오리에게 다가오는 오리 한 마리를 더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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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는 어느새 마당을 나온 암탉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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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 부분에서 한국을 떠나는 오리에 대해 말한 뒤

그 작품이 다시 써진다면 해당 장면은 등장하지 않을 것 같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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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등장하는 창작물은

동물의 생태를 세밀히 묘사해 믿게 해야하니까

그렇게 말을 하는 오리를 오리라고 믿게 해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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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는 그 말을 끝으로 B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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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의 숨소리만 들렸다

가라앉고 분명한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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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는 A에게 C를 건넸다

C를 업은 A는 위태로움과 다정함을 지닌 오리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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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C가 정말로 잘 어울린다고

B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