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고독한 검사 <Chapter 2 - 2>

Prolog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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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 

https://www.flayus.com/107282101

 

2화 : 

https://www.flayus.com/107719841

 

챕터 2 - 1화 : 

https://www.flayus.com/107917201

 

아침 해가 뜨지 않은 이른 아침, 잠을 자던 서이도가 기지개를 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한 행동은 바로 휴대전화 문자 확인.

마침 함께 일하는 미정혁 수사관에게서 메시지 한 통이 와 있었다.

서이도는 한쪽 눈을 감고서 메시지를 천천히 읽어나갔다.

 

「검사님, 오늘은 제가 지난번 뵀던 여사님을 만나서 잘 얘기해보겠습니다.

재판에 필요하신 수사 자료는 잘 정리하여 책상에 올려두었으니 확인해주시고요.

재판 잘하고 오십시오.」

 

-미정혁 수사관-

 

서이도의 가족이 식탁을 가운데 두고 모여 앉았다.

냄비 안에선 맛있는 청국장 냄새가 풍겼다.

서이도의 부인은 딸이 밥을 편히 먹을 수 있게 숟가락에다 밥을 떠서 맥여주었다.

딸은 심기가 불편한 얼굴로 아빠를 무섭게 째려보았다.

그런 그녀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걸까? 아빠 서이도는 괜히 부인 눈치를 살폈다.

마치 왜 그런지 알려달라는 듯. 그녀는 가까이 다가가 속삭였다.

 

"지난밤에 자기가 늦는다고 문자 보낸 적 있잖아. 그거 때문에 그래."

 

"우리 딸, 아빠가 늦어서 그래?"

 

퉁명스러운 표정을 짓던 딸이 가볍게 고개를 까딱거렸다.

밖에선 범인 잡으랴, 안에선 가족 챙기랴 분주한 상황 속에서도 서이도는 침착함을 꿋꿋하게 유지하였다.

심술이 난 그녀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환한 미소를 선보이며 말하였다.

 

"그랬구나. 아빠가 약속 어겨서 미안해, 대신 일이 끝나면 우리 같이 여행 갈까?"

 

"정말?"

 

"그럼! 지금은 아빠가 많이 바빠. 나쁜 사람들 혼내주려면 아빠는 우리 예설이 힘이 필요한데 그래줄 거야?"

 

딸 예설이 의자에서 내려와 아빠 쪽으로 달려가더니 꼭 껴안는다.

서이도는 조소를 지으며 등을 토닥여주었다.

힘들었던 마음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다.

 

서이도는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소지희 실무관이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가 밖에서 사람이 들어오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90도로 허리를 굽힌다.

몸에 벌레가 붙어 싫증이 난 사람처럼 그가 표정을 찡그리며 손을 휘젓는다. 굳이 그럴 필요 없단 뜻이었다.

 

"볼 일 계속 보세요.", 짧은 한 마디를 남기고 사무실 안에 있는 또 다른 사무실로 천천히 들어갔다.

 

책상 위에 올려진 보따리 하나.

그는 짧게 신음했다.

서부지검으로 갔을 미정혁 수사관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안 해도 된다니까 굳이…….'

 

마음 한 켠이 불편하면서도 기분이 좋은 건 왜일까?

단순히 직장 동료한테 큰 도움을 받아서? 아니면 일이 조금이라도 줄어서?

그가 손으로 보따리를 슥 만지면서 생각에 잠겼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네가 훗날 지내다 보면 자연스레 찾게 될 거야. 그게 10년이든 20년이든 간에."

 

선배 유성주의 흔적이 또 한 번 가슴속에서 메아리친다.

 

똑똑 - 노크 소리가 나자 다시 정신을 차리고 문 쪽을 바라봤다.

실무관이 재판 시간이 다 됐다면서 그에게 알렸다.

그는 보따리를 챙기고 법원으로 향했다.

 

재판 결과에 따라 가해자와 피해자의 운명이 달라진다.

검사복을 입은 서이도가 피고인석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모두의 이목이 그에게 쏠렸다.

 

"존경하는 판사님, 피고인은 현재 자신의 죄를 뉘우치기보다 억울함을 호소하여 피해자뿐만 아니라

유가족께 또 한 번의 상처를 안기고 있습니다. 이에 본 검사는 피고인에게 사형 다음으로 최고 형벌인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바입니다."

 

재판 참관석에서 수군거림이 이어졌다.

판사가 책상을 세게 내려치며 말했다. 정숙하세요 정숙!

 

집행을 마친 서이도는 보따리를 다시 싸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모든 이가 판결에 만족할 수는 없는 법.

키가 작은 중년 여성이 다가오더니 멱살을 세게 잡는다.

 

"이 나쁜 새끼야, 아무리 내 아들이 죄를 지었다지만 이런 식의 판결이 어딨어! 야!"

 

신성한 법원에서 피고인의 어머니가 재판을 맡은 검사의 멱살을 잡고서 난동을 피우는 것 아니겠는가.

 

서이도는 눈을 살포시 감았다.

 

"검사님, 제발 우리 애 한 번만 봐주십시오!"

 

시보인 줄도 모르고 무작정 아들을 용서해 달라던 어느 어머니의 구걸이 불현듯 다시 떠올랐다.

눈을 뜬 그가 손을 휙 뿌리친다.

 

"이래서 봐주고 저래서 봐주면 왜 세상에 검사가 있고 변호사가 있고 판사가 있습니까!

아무리 죄를 지었어도 이런 식의 판결이 어딨냐고요? 그럼 순식간에 사랑하는 이를 잃고

평생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유가족은 도대체 어디서…어디서 위로를 받아야 합니까?

제발, 제발, 제발 그만! 왜 이 나라 범죄자들은 하나같이 자기 잘못은 인정하지 않으면서…항상 남 탓인데!"

 

늘 냉정한 모습만 보여줄 것 같았던 천하의 서이도 눈에서 서늘한 살기가 감돌았다.

피고인 어머니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반박하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서이도는 뚜벅뚜벅 걸어갔다. 보따리를 쥔 오른손에 힘이 들어갔다.

 

서부지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조그마한 중국집에 미정혁 수사관이 시위하는 여사를 데리고 나타났다.

여사의 남편이 그녀 옆에 앉았다.

미정혁은 웃으면서 말하였다.

 

"방금 주문했으니까 금방 나올 거예요."

 

팔짱을 끼고 앉아있는 그녀와 달리 그녀의 남편은 다소 마음이 불편한 지 계속 부인 눈치를 살폈다.

무슨 말부터 꺼낼지 고민하다 미정혁이 결심을 굳힌 듯 입을 열었다.

 

"우선 지난번 검사님의 무례함은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본인이 직접 찾아와 사과드려야 마땅하나 지금 이 순간에도 두 분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기 위해 

바쁘게 지내고 계시거든요."

 

"각자 제 갈 길 가자더니…아직도 그러고 있단 말이야?"

 

그녀가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제가 선생님을 찾은 이유도 비슷합니다. 이제는 말씀해주시죠…무슨 일이 있었는지……."

 

부부가 서로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이제는 말할 때가 되었다며 남편이 입을 꾹 다문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비로소 말하고 싶은 맘이 생긴 걸까? 그녀가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재판을 마치고 돌아온 서이도의 오른손과 왼손엔 종이와 펜이 쥐어져 있었다.

집행과 관련한 여러 개의 서류를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만난 거야, 못 만난 거야?"

 

그의 신경은 온통 휴대전화에 쏠려있다.

 

까똑 - 하고 문자 벨 소리가 울렸다. 기다렸다는 듯 그는 휴대전화를 손에 쥐었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부인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여보, 요즘 고민이 많아 보여. 일도 중요하지만 나랑 예설이 생각해서 밥은 잘 챙겨 먹고 일해.

항상 나는 당신 편이야. 당신이 어떤 과정을 밟았든 그 과정을 받아들이고 응원할 거야.」

 

사랑하는 이가 곁에서 함께하고 있단 느낌을 받자, 그는 씩 - 하고 웃었다.

 

그때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서이도의 손이 바빠진다.

 

-여보세요, 어떻게 됐습니까?

 

스피커 너머에서 들리는 미정혁 수사관의 목소리.

대답을 들은 서 검사의 얼굴이 차갑게 굳는다.

 

그날 밤, 서이도는 집 앞에 있는 포장마차에 들러 술잔을 기울였다.

잔에다 소주를 따르는 내내 머릿속에선 오늘 있었던 일이 도무지 떠나가질 않았다.

 

----------------------------------------------------------------------------------------------

 

-방금 여사님을 만나서 얘기 듣고 헤어졌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괜찮겠어요?

 

-괜찮습니다, 말씀하세요.

 

-여사님의 자녀가 유성주 검사의 자녀로부터 학교 폭력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자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

 

-유성주 검사님 자제분은 아실 테고…이영주 양입니다.

 

미정혁 수사관의 말을 서이도가 이면지에다 받아 적는다.

 

-때는 2020년, 학교 폭력에 시달린 이영주 양은 계속 이 사실을 숨겼다가 부모 측에서 먼저 알아채고는

학교에다 항의를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렸는데 가해자 쪽에선 어머니와 가해자

둘이 나왔고 피해자 쪽에선 피해자 본인과 부부가 나와서 서로 얘기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죠?

 

서이도는 왼손에 힘을 꽉 주었다.

본의 아니게 휴대전화를 쥐고있는 손이었다.

 

-피해자 측에서 먼저 전학을 요구했다고 해요. 보복이 올까 봐 두려웠던 거죠.

그런데 이후 좀 마음을 고쳤나 봐요.

 

-전학을 간 후에 말인가요?

 

-네, 한 번은 가해자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어서 학교를 몰래 찾아갔었대요.

그런데 그때 가해자를 발견했는데 어떤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답니다.

 

-반성하지 않은 거군요.

 

검사로서 직감, 대답을 듣기도 전에 상황을 유추하는 서이도.

 

-맞아요, 도리어 다른 애를 더욱 괴롭히고 있었죠. 그때 결심했답니다.

본인이라도 올바르게 바로잡겠다고. 그래서 유성주 검사에게 우편을 한 통 보냈었대요.

 

-우편이요?

 

서 검사는 고개를 푹 숙였다.

 

-피해자 측에 의하면 유성주 검사도 편지를 받고 나서야 폭행 사실을 뒤늦게 알았었대요.

그래서 자제분을 추궁하니 돌아온 대답은 장난이었고 절대 폭력 같은 건 없었다는 뻔한 대답이었죠…

일단 유 검사님께선 어떻게든 사건을 중재하려 했던 거 같아요.

아드님께 피해자를 만나 사과하라 권유했는데 아드님이 거절했답니다.

 

대충 상황 파악이 된 서이도가 말을 잇는다.

 

-이후 피해자 측을 만나 금전으로 해결하면 안 되겠냐고 회유했을 테고 반대로 피해자 측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테니 더욱 강경한 방법으로 나갔겠네요.

 

-네, 그래서 피해자가 이후 했던 행동이 서부지검 홈페이지에다 폭로글을 올리는 거였고요.

 

서부지검 홈페이지를 뒤덮은 하나의 폭로글이 유성주 검사를 죽음으로 몰았을 것이다.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

청렴하여야 할 검사가 논란에 휩싸였다는 상실감 등이 그를 자꾸 괴롭혔을 것이다.

 

-검사님, 듣고 계세요?

 

더는 들을 맘이 사라졌는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는 그.

 

그가 책상 앞에 앉았다.

이면지에 적힌 글씨를 똑바로 쳐다보기 위해서였다.

 

'선배…하…대체 왜 그랬어요…….'

 

깊은 실망감이 가슴을 후벼팠다.

그토록 믿고 따랐던 선배가 허망하게 세상을 뜬 이유를 를 알게 되자 상실감이 몰려온 것이다.

 

'아무리 그랬어도…아무리 그랬어도!'

 

그가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선 한쪽 팔로 눈을 가린다.

 

-------------------------------------------------------------------------------------------

 

재판.

서부지검 시위.

유성주 검사.

유승우.

이영주.

 

정리되지 않은 무질서의 '단어'가 머릿속을 정신없이 휘젓는다.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서이도가 식탁에다 고개를 쿵 - 하고 처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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