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허세
- 리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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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의 풍경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우쭐해지거나 동경하게 될 때가 있다.
내게는 바게트 빵을 들고 걷는 사람의 모습이 그렇다.
어린 시절 보았던 책에서의 그 긴빵을 들고 걷는 모습은 매우 이국적이었다.
중학교 때, 유럽여행에서 처음 본 바게트는 참 신기했다.
그 길다란 빵을 처음 먹었을 때의 그 충격적인 맛이란.
겉은 딱딱하고 속은 아무 맛도 안나는 그런 빵이 왜 맛있다고 다들 먹는거지?
집에서는 몸에 좋다는 핑계로 싱겁게 먹다가, 밖에서는 달고 짠 음식을 갈구하던 10대의 내게,
바게트 빵은 입에 맞는 음식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때 같이 여행갔던 어머니와 어머니의 친구분은 '역시 프랑스 바게트가 맛있네.'라며 우적우적 씹어드셨고,
나는 다행히 바게트에 대한 로망을 이어갈 수 있었다.
바게트를 들고 걷는 것은, 혹은 먹는 것은 외국과 어른의 로망이라고.
나이를 먹고 (물론 아직도 많이 어립니다만) 여러가지 빵의 맛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된 지금은,
바게트의 그 맛을 그래도 이해하게 되었다.
속이 쫀득쫀득한 바게트, 걷이 짭조름한 바게트, 쿠키 같은 바게트, 오래된 바게트 속의 그 딱딱포실함 같은 것들을 나는 모두 좋아한다.
바게트를 본격적으로 먹게 될 때쯤, 내게 금기시 되었던 행동은 바게트를 잘라 먹는 것이었다.
그건 내가 어릴 때 책에서 보았던 바게트를 먹는 모습과 너무 달랐고, 멋없어 보였기 때문에,
무식하게 나는 바게트를 끝에서부터 씹어먹다가, 그만 먹는 지점에서 칼로 잘랐다. 그게 멋인 줄 알았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바게트를 그냥 잘라 먹는다.
끝에서부터 씹어먹으면 뜯어먹기가 너무 귀찮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바게트를 들고 걷는 모습은 멋있어 보인다.
다른 사람이 바게트를 통으로 들고 걷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동경의 눈길이 간다.
2주 전, 오랜만에 바게트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지난주 주말에도 한개를 사먹었다.
직원이 '잘라드릴까요?'라는 말에는, '잘라서 갖고가면 맛없다.'라는 와이프의 말 때문에 통으로 받아가는 것도 있지만,
사실 그 바게트를 들고 빵집에서 집까지 허적허적 걸어가는 5분 남짓동안, 나는 파리지앵이 된다.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는 어깨뽕을 장착하고 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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