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수능이 싫다.

지금까지 총 5번의 수능을 치렀다. 

학생으로서 2번 치르고, 옆에서 보는 입장에서 3번 정도 치뤘다. 

처음에는 적응되지 않았다. 내가 수능을 볼때는 별 생각없이 맘 편하게 본거 같은데, 내가 보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으니까. 

우리 부모님도 심지어 별 생각이 없었던것 같다. 내가 수능을 본다고 해서 뭘 특별대우 하거나, 뭘 덜 해주거나 하는 것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대치동에서 맞닥뜨리는 수능은 지금까지 생각해온 수능의 정의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있었다.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환경에서 자라와, 부모님의 아낌없는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대학이란 목표 이외에 다른 것들을 생각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눈 앞에 주어진 목표에 경주마처럼 달려가고 있었다. 매달 수백이 넘는 학원비, 학생의 학원 스케줄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부모님과, 퇴근해서 마음편하게 쉬지 못하는 직장인들. 적어도 강남과 서초에 있는 수천 가구정도의 집이 이 수능이란 목표 하나를 보고 온 가족을 희생해 넣고 있었다. 

목표를 향한 열망이 큰 만큼 상실감도 컸으리라. 패잔병처럼 재수학원에 들어온 친구들은, 재수는 필수라며 웃어넘겼지만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면 길어질수록 하나 둘 자신의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었다. 중소기업 직장인 월급 만한 학원비와 그것에 버거워하는 부모님, 개인의 삶을 지운지 오래인 가족들. 

더더욱 무서운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하지 않았던 말. 본인들이 향해가는 목표가 생각보다 초라한 보상을 준다는 사실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친구들에게서 들리는 현실의 냉혹함과, 본인이 스마트폰 안에서 보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학교의 네임밸류는 점점 그 가치를 잃어가고 있었다. 이러한 가치를 향해 무작정 움직이는 것이 옳은 일인지, 정당한 선택인지 고민할 시간도 없이 그저 경주마처럼 앞을 향해 달려가야만 했다. 어쨌든 이곳의 목표는 좋은 대학교에 가는 것이었으니까. 

이토록 많은 이들의 금전적 희생과 개인적 희생을 담보하고 있으니 잘해야 한다는 중압감은 자꾸만 그들을 사로잡고 있었다. 

누군가는 그러한 부담감을 견디지 못해 중도 포기하기도 하고, 자신의 손목에 수많은 샤프자국을 내기도 하고, 또는 이성을 잃고 작은 일에 흥분하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이 무사히 잘 마치고 원하든, 원치 않든 결과물에 만족하며 살아가지만, 그런 사람들 보다는 손목에 수많은 자해흔적을 남기고, 목표에 매몰되 이유없이 흥분하던, 또 자신에게 닥친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내 앞에서 아무말이나 내뱉던, 그런 사람들에게 더더욱 눈길이 간다. 

그래서 수능이 싫다. 아니, 수능이 인생의 큰 일인 것 처럼 이야기 하는 지금 분위기가 싫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으면 좋겠다. 전국적인 이벤트니까, 무관심하게 지나가기 어렵겠지만, 공무원 시험이 그렇듯이, 아무것도 아닌 한줄정도의 단신으로 이야기 되었으면 좋겠다. 수많은 사람들이 길게는 12년, 짧게는 1,2년을 희생해 이 이벤트를 맞이하기 보다는, 이것보다 훨씬 적은 사람들이 이 이벤트를 맞닥뜨렸으면 좋겠다. 

그러기 전 까지는, 아마 계속 수능이 싫을 것 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