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나는 누군가에게 꿈을 권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대학 다니던 시절, 나는 꽤 인기 있는 선배였다.

많은 후배들이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았고, 진중한 고민을 함께 나누었으며, 조언을 필요로 한다면 해주기도, 그게 아니라면 가만히 몇시간이고 들어주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당시의 나는 생활과 행동이 어느 정도 일치되어 있던 정의감 넘치던 청년이었기에, 아주 강하게 이야기를 하는 편이었고,

그 이야기에 감화되어 자신의 운명을 바꾼 친구도 몇 있었다.

한 명은, 간호학과를 다니던 예쁜 후배였는데, 내게 찾아와 가수가 꿈이라고 했다.

어릴적부터 가수가 꿈이라고. 하지만, 간호학과의 안정된 길을 버리고 가기가 너무 두렵다고 했다.

그 때, 나는 그녀에게 지금이라도 학교를 때려치고 본인의 꿈을 찾으라고 했다.

나를 보라고. 가진 것을 다 내려놓고 이렇게 활동하고 있지 않느냐고. 

거의 두 달을 이 문제로 나와 이야기하던 그 친구는 결국 학교를 그만 두고, 가수의 길을 찾아갔고,

지금은 여차저차 유명하진 않아도 가수가 되었다. 가끔 그녀의 이름을 네이버에서 칠 때마다 나는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그리고 또 한 명은, 나로 인해 운동을 시작했고, 활동가의 삶을 사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 제대로 활동을 못할 때 마다, 엄청나게 다그쳤고, 때론 그를 아주 대놓고 인격적으로 무시했다.

'나는 당신과 수준 차이가 나.' 

이런 엄청난 말까지 서슴없이 했을 정도이니. 

하지만, 그는 선배인 내 말을 인내심 있게 들어주었다.

이후, 나는 큼직한 두어가지 사건을 겪으며 일반 직장인의 길을 걷게 되었는데, 

그는 아주 훌륭한 활동가가 되어 해고도 당하고, 복직도 되고, 노동운동의 최전선에서 가열차게 싸우고 있다.

가끔 그가 나에게 전화와서, 후원금을 내라고 하거나, 서명을 하거나 하라고 하면, 거리낌 없이, 그리고 부끄러워하며 나는 한다.

그러면서 나에게 '형 같은 사람이 이렇게 살면 안되는데.'라고 가끔 말하면, 전화기 너머로 무한한 부끄러움이 넘쳐 흐르지 않도록 손에 힘을 준다.

나는 누군가에게 꿈을 권할 수 없는 사람이다.

내가 뭐라고 그 사람의 인생에 변화를 주는 말들을 자신있게 했을까.

그 길을 선택한 그 사람들이 나에게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나는 그 사람들을 책임지지 못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꿈을 좇으라 권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