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서점에서 시집을 한권 샀습니다.

 

회사에서 지원해줄테니, 공부하는 책을 두권 정도 사서 읽으라고 하였습니다.

 

파워포인트 공부를 하려고 책을 추천받으려 했는데, '요새 누가 책을 읽어요. 유튜브로 공부하지. ㅋㅋ'라는 비아냥을 샀습니다.

 

하지만, 굳이 회사에서 지원을해준다는데, 그 돈을 굳이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어떻게든 책을 찾아보려했습니다.

 

그래서 근처의 영풍문고를 갔습니다.

 

하지만 참 작았습니다.

 

이름은 영풍문고인데, 예전 우리 동네 조그마한 구멍 서점(이라는 표현이 맞을 지)의 겨우 두배 정도 밖에 안되어 보였습니다.

 

요새는 이런 작은 서점도 영풍문고의 이름을 달고 있구나 했습니다. 

 

제가 서울에서 갔던 영풍문고들은 참 컸었는데.

 

 

 

어찌되었거나 파워포인트 책을 찾으려했는데, 역시나 없었습니다.

 

볼만한 책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나마 인터넷에서 유명한 책도 없었습니다.

 

그 어린 직원의 비아냥이 맞았습니다. 누가 요즘 책으로 파워포인트를 공부하냐던...

 

 

 

그래서 온 김에 시집이나 한권 사려고 시집 코너로 갔는데,

 

마침 시집이 몇권 꽂혀있었습니다.

 

요새는 참 시집 여러권 있는 서점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있다면 대부분이 '엮은 시집'들이구요.

 

저는 여러 시인들의 시를 엮은 시집을 잘 사지 않습니다.

 

기왕이면, 한 시인의 온전한 시집 한권을 사는 편입니다.

 

음악 앨범과 마찬가지로 이런 시집에는 완결성을 갖춰져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산 시집은 이병률 시인의 '바다는 잘 있습니다.'

 

이병률 시인이 누구인지 모르나, 그냥 서서 몇권 읽다 보니 이 시집이 끌렸습니다.

 

대체로 이렇게 산 시집 중에 실패한 일이 없습니다.

 

왜냐면 제 시의 취향은 그다지 확고하지 않거든요. 그냥 읽으면서 끌린다 싶으면 대체로 잘 읽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남이 추천해준 시집은 실패한 일이 많습니다. 

 

내가 미리 몇편 읽어보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나의 취향을 벗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요.

 

 

 

YP 2021. 10. 30

 

시집을 고르고 나오는데 책 얇은 쪽에 도장을 찍어주는걸 보고 놀랐습니다.

 

잊은지 한참 된 모습입니다.

 

요새는 거진 책을 사더라도 온라인에서 샀기 때문에 못 보던 모습인데,

 

젊은 여자 직원의 도장을 찍는 모습에 설렘이 일어났습니다.

 

상황이 마음을 결정 짓는다는 말에 저는 동의합니다.

 

 

 

사실은 책을 사고 오면서 가볍게 갤러리에 사진과 함께 인증 글을 쓰려고 했는데,

 

그러기엔 내 마음에서부터 시작된 생각들이 여러갈래로 뻗쳐나가길래,

 

굳이 이렇게 집에와서 이렇게 긴 글을 씁니다.

 

서점에 가서 시집을 사던, 20대 때는 1주일에 최소 한번 이상씩 하던 그 행위가 

 

이렇게 내 마음을 퍼뜨립니다.